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3. 선생님과 학생 사이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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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생님과 학생 사이

"오빠 내가 준 편지 다 어딨어?"

"....."

"어딨냐구. 내가 진짜 편지 많이 써줬는데."

"....내 마음 속에 있어. 원래 편지는 읽고 마음 속에 저장하는 거야. '내 마음 속에 저장!'"

"헐. 그거 어디서 배웠어? 그리고 그거 아니거든? '저~장!' 이거든요? 내가 산 편지지만 해도 몇 장인데..."

"이사하면서 없어졌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겠어. 어디갔지? 그래도 연애하고 나서 써준건 가지고 있어!"

"그래...그렇겠지."

.

.

.

선생님과 막상 마주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오거나
틱틱거리게 되서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나는 손편지를 쓰는 것이 즐거웠다.
혼자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것이 좋았고
말로 하는 것 보다
손으로 써서 편지를 주는 것이
진심을 전하기에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편지를 드렸다.
막대과자를 주는 날을 기점으로
매일 같이 편지를 썼던 것 같다.

'빨리 결혼하세요. 아니면 제가 잡아 버릴 거니까.'

막대과자와 함께 이런 이야기까지 쓴
편지를 드렸다.
심지어 편지를 읽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빨리 결혼하세요. 아니면 제가 잡아버릴거예요."
라고 직접 앞에서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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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했던
선생님에게 마음이 들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
부담스러워 하시면 나를 예쁘다고 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선생님은 나를 내치지 않았다.

편지를 쓰는 횟수가 늘어 날수록
내 속마음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졌고
그럴수록
앞뒤 안 가리고 선생님이 좋다고 표현했다.

선생님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예쁘다'는 말을 들을수록 선생님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
선생님이 날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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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서^^-재돌샘
(교무실 청소중에)
"안녕하세요!"
"그러게말이다~"
"치~"
"(오른쪽 팔에 기대면서)왜 치~야?"
"아니...뭐...ㅋㅋ 선생님 저 좋죠?"
"응?(귀 갖다대면서)"
"저 좋죠?"
"응~"
"거짓말 ㅋㅋㅋ 거짓말 ㅋㅋ"
"(두팔 벌리면서)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하니ㅋㅋ"
"치ㅋㅋㅋ"
"아이 참ㅋㅋㅋ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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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실 문에 손 찡긴 날)
7교시가 수학이었는데 재돌샘한테 다친거 보여 볼려고 한번 또 마주쳐보겠다고 1반(A반) 교실 왔다갔다 거리고. 오늘은 어떻게 잘 마주쳐가지고ㅋㅋ
"샘~아파요ㅜ^ㅜ 문에 찡겼어요.ㅜ^ㅜ"
어리광 좀 부렸더니
샘이 손가락 슬며시 들어보이고는 정색하시면서
"어디서?"
"음악실에서요." 이힝 ㅜ^ㅜ 이러니까
샘이 입을 갖다 대시면서 "호~" 해주셨다><ㅋㅋ
역시 재돌샘 ㅋㅋ
살짝 터치하고 고마워요~ 하고왔다.
어떻게 "호~"를 해주실 수가 있지?"
내 마음을 읽어버리신건가..
아닌데ㅋㅋㅋ 난 아무생각도 없었는데ㅋㅋ

나는 나와 교무실 청소를 같이 하는 내 친구보다 더
선생님과 장난이 오고 갈 정도로
친해졌다.

친해질수록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지나가는 복도에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나오시는 길이었다.
갑자기 마추져서
일단 인사를 하고 막아섰다.
그리고 어제 매점 가는 길에 음악실을 지나치면서 선생님 목소리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밴드부 담당선생님이었다.

"샘~ 어제 노래 들었어요!"
"ㅋㅋㅋ(미소짓다가 곧바로 정색)근데?"
"아, 봤다구요. 참."
반응이 별로 안 좋길래
나도 정색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내 눈을 맞추며 내 앞을 막아섰다.

"뭐가 참이야?"

'아, 그냥 노래 잘 부르셨다구요."
나도 선생님 표정에 맞춰 정색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가던 길 가려고 했는데
또 선생님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래서, 엉?"

"아 진짜!"
하면서 지나가려고 했는데

순간
선생님 턱을 내 어깨에
내리찍으면서 기대시더니
선생님이 내 몸을 뒤로 살짝 밀었다.

살짝 밀려서 내가 뒷걸음 쳤고
선생님은
장난 섞인 웃음을 띄고는
지나갔다.

이걸 싫어했어야(?)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깜짝 놀랬다는 둘째치고
손을 감고 안은게 아니지만
왠지 안긴 느낌이 나서
좋아가지고 웃음이 났다.
그래서 히죽거리며 아무말이나 선생님 등 뒤에 대고 했다.
"샘 나중에 우리 노래방에서 한번 뵈요!"

선생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흔들고 갔다.

이틀 뒤
선배들의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었는데
졸업사진을 찍는 날에는
선생님들도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때문에
평소보다 신경써서 입고 오신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그 날
세련된 양복에 깔끔한 셔츠와 빨간색 넥타이를 했다.
정말 잘 어울렸다.
멀리있어도 선생님을 한 눈에 알아봤다.

"아~ 잘생겼다> <"
라고 얘기하니
선생님이 자기 오른쪽 볼을
오른쪽 손 검지로 콕 찍더니
이쁜짓 하고 갔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거리는
한 끗 차이였다.
A반 수학선생님의 수업도 듣지 않는 판에
어떤 의미로 어정쩡한 관계였다.
국어도, 영어도, 과학도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나눠하셨고
그렇지 않으면 보충수업 때라도
정규수업에 듣던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수준에 따라 나눠 수업을 하는 수학 수업은
내가 A반 수학선생님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쩌면
선생님과 나는
지나가다 만나는
남자와
여자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을 보면
더 두근거렸다.

어느 날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다
눈물을 쏟으셨다.
들어올 때부터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다 싶었는데
어쩐지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시더니
자신의 수업에 대해 자책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운 것을
수업이 끝난 뒤로는 말하지 말라달라고 부탁했다.

수업이 마치고 화장실로 들어가시더니
한참을 나오시지 않았다.

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의 수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었고
나는 선생님의 노력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학생이었다.
늘 수학 성적이 안 오르는 나에 대해 안타까움을 포현해주셨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수학 공부 열심히 하라며 응원해주시던 분이었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마음 고생을 뭘 얼마나 하길래
선생님이 학생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건지
내가 다 속상했다.

학교 일과가 마치는 시간이라
선생님을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 위로 해드리려다
흐느껴 우시는 것을 듣고는 그냥 나왔다.
그래서
늘 밥을 같이 드시는 A반 남자 수학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쌤 얘기 쫌 하면 안되요?"

"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친하시죠?"
작은 목소리로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의 상황을 대충 전했다.
A반 남자 수학선생님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들으시더니
괜찮을 거라며 일단 그냥 두고,
자신이 나중에 이야기 해보겠다고
하면서 나갔다.

그런 심각한 얼굴은 처음 봤다.
매우 놀랐지만
애써 침착하려는 표정이었다.

.

.

.

"근데 있잖아, 물어볼게 있어."

"물어봐."

"오빠 고등학교 있었을 때, 나 1학년 때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있잖아, 그 때 수업시간에 울었다고 내가 얘기 해준거 기억나?"

"몰라?"

"내가 얘기해준거 기억 안나?"

"모르겠는데?"

"암튼, 그럼 그 때 그 선생님이 울 일이 있었던 거야? 난 그 쌤 좋았는데."

"...아마..."

"아마?"

"원래 수학 성적 잘 나오던 애가 점수가 팍 떨어졌을 때가 있었을 걸? 니네 선배 중에서 그랬었나. 그래서 수학 선생님 전부 다 불려가서 혼난 적 있어. 선생 때려치라고 혼났었지. 아마 그때 였을 걸? 갑자기 왜?"

"그런 걸로...혼이 난다고?...허...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는 걸 왜 선생님이 혼나지...? 뭐...그냥 다이어리에 적혀있어서."

"그런걸 적어놨어?"

"응! 다 적혀있어. 오빠가 나한테 한 말이랑 내가 오빠한테 한 말도 있고."

"그런걸 왜 적어놨어? 다시 열어 봐?"

"응. 난 다시보는데. 다시보면 재밌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새록새록 기억이 나잖아."

"나는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생각이 안나. 그걸 일일이 기억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그렇긴 하지?"

_곧(?)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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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ㅎㅎ

우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일기쓰기가 왜 좋은지 알겠네요. 우리 머리속에 담을수 없는 좋은추억을 기록할 수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별별 얘기를 다 기록해두었더니 잊고 살았던 걸 꺼내 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가봅니다.ㅎ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요!.ㅎ

재밌게 읽어주시고 기대까지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추억은 방울방울
흐릿한 추억을 그 시절의 감상으로 떠올리게 하는 기록... 일기
@홍보해

그러니까 내 준 편지가 어디로 갔으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mssu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고가요! 당시의 상황을 정말 생생하게 표현 해주셨네요!🤠👍🏻
팔로하고 자주 놀러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놀러갈게요^^

재미있네요! 보팅하고 갑니다!

보팅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셨다니 더 기분이 좋네요^^

짱짱맨 태그에 답이 늦어지고 있네요^^
즐거운 스티밋!

늦어도 와주시기만 하면 좋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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