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프롤로그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프롤로그

방금 있었던 일을 적으면 우리의 결혼생활이 단편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설명될 것 같다.

"나 손톱 좀 깎아줘."

"손톱 깎을 줄 모르세요?"

"아니... 뭐~ 오빠가 깎아주면 좋으니까."

우리 오빠는 어차피 깎아 줄거면서 꼭 한 마디 보탠다. 난 그게 약간 싫으면서도 좋다. 오빠가 나를 놀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그리고 그 한 마디에 내가 피식-하고 웃으면 오빠가 말은 안하지만 분명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나는 사실 그것도 좋다. 나의 웃음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의 정체는 바로 내 남편이다.
내 남편은 선생님이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도 선생님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지금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수학선생님을 하고 있다.

나는 선생님의 제자였고, 인사 잘하는 학생이었다.
대신 수학을 못해서 선생님께 수업을 들어 본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물어 본 건 있지만)
수업에서 나를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인사를 하면 꼭 예쁘다고 했다.
예쁘다고하면 나는 꼭 아니라고 했는데 굳이 만날 때마다 예쁘다고 해주는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바로 옆 내가 다녔던 중학교로 전출가시는 바람에 더더욱 수업을 들어 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전출을 가셔도 선생님이 좋아서 자주 찾아갔다.
선생님이 좋아서 생각 날때마다 편지를 썼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에도 선생님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선생님께서 밥 한 번 사준다해서 밥도 얻어먹었다. 스테이크로.
선생님께서는 어쩐지 연락을 자주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주셨다.
서로 위로해 줄 일이 생겨서 선생님이 오빠가 되었다.
오빠랑 연애를 했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나는 수학선생님 사모님 겸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나는 이 결혼생활이 얼떨떨하지만 꽤나 정상적이고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꿈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내 가정을 꾸리는 일.'
나는 내 꿈을 이루었고, 매일 아침 눈을 떠도 내 꿈과 마주하고 있다.
사실 매일 꿈꾸는 것 같다가도 그게 악몽 같다가도... 볼을 꼬집어 보면 아프고.

나는 우리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간결한 셔츠에 넥타이가 잘 어울렸고 정장을 입으면 누구보다 멋졌던,
낮은 목소리가 좋아서 선생님 수업이 마치기 전에 교실 창문에 붙어 몰래 들었던,
우리 수학선생님이랑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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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

비현실적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기적같은데 반복되는 일상에 그 빛이 퇴색되지 않길... 함께 살아갈 수많은 날 속에서 그 당시 그 아름다운 마음 잊지 않길... 그러길 기원하며 노력하자.^^
@홍보해

@kimssu님 안녕하세요. 깜지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홍보 감사합니다! :)

으앗! 뭔가 엄청난 글이 될 것 같아요. 프롤로그 부터 기대됩니다. 제 첫 좋아함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셨죠. 하하

으앗! 완전 부담스러운 거 있져!!!ㅎㅎ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은.....초등학교 때도 좋아하던 선생님이 있었습니다......하하하하하하(쿨럭)

글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꿈을 이루셨다니 너무 축하드려요! 선생님과 제자라니 드라마가 현실이 되었네요 ^^

꿈을 이룬지 3년 좀 넘었습니다 ㅎㅎ 다시 축하를 받게되니 감회가 좀 새롭네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같네요. 1편 디테일한 사랑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넵! 기대에 부흥하고 싶네요 흑흑....보러와주세요^^

글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자제 하려고 했는데 글에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제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감추고 살아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수학선생님... 저도 고등학교때 수학선생님을 ㅋㅋ 그래서 제가 수학을 더 열심히 했었어요 ㅎㅎ;;; 수업시간 선생님과 아이컨택하며 성적도 뿜뿜 !! 했답니다 ~ 눈을뜨면 꿈을이룬 삶이라 .. 그꿈이 어떨때는 악몽일지라도.. ㅎㅎ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네요 저도 오늘 살짝 제 손톱을 ... 음 🤔 우리부부에게 그건 아닌거 같네요ㅎㅎ

어머나...수학선생님은 언제나 매력적인가요~~ 저도 수학...열심히는 했는데 도저히 A반에 들어갈 수가 없더라구요 ㅠㅠ 제가 그 수업시간에 아이컨택 뿜뿜을 못해봤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지금 많이 보고 살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분께 손톱 깎아달라구 한번 시도해보심이 어떠실까요^^ 발 씻겨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손톱 깎아달라고 하는건데 뭐 어때요~~~~~~~~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놀러갈게요~~~~~

우와... 진짜 소설에 나올 법 한 이야기네요~
결혼까지 길이 쉽지는 않으셨겠어요.
그만큼 더 서로를 아껴줄 수 있겠죠?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결혼까지....쉽지가 않았지요^^ 어쩌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나 소설속에서나 볼듯한 일이네요 : ) 행복한 결혼생활 되기를 바랍니다 !!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제가 영화나 소설같은 현실은 써보려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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