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2)

in #kr6 years ago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깨작거리면서 남기려다가
또 담임선생님이 기분내고 사주시는 건데
남길 수도 없고해서
먹는데 20분이나 걸렸다.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2)

기숙사에 올라가서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풀었다.
머리를 풀고
고데기를 꺼내 단장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반머리로 단정하게 묶고
상의는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방에서 쉬고 있던
룸메이트 친구들이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는
나를 보고 물었다.
"킴쑤야, 옷 갈아 입고 어디가~?"

내가 돌아보며
멋쩍게 웃어보니
한 친구가
"아- 재돌샘 보러가는거야?"
하고 물었다.
뜨끔해서 주저하다가
그냥
"어~ 오늘 생신이라 축하드리러 가려구.^^"
"오~~ 잘갔다와~"

편지와
가사를 써둔 편지지들을 모아
예쁜 종이 가방에 담고
교실로 내려왔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
사물함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케이크 박스를 부둥켜 안고
중학교로 향했다.

"빨리가자-, 빨리.
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랑하는 그대의 생일 날~♬"
긴장하니까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도
주차장에는 선생님 차가 있었고
교무실에 불도 켜져 있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데
쿵쿵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얼마나 놀랄까
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피식 웃음도 났다.

'아, 근데 케이크를 박스에서 빼고 들어갈까?'
'초를 붙여서 들어가야되나?'
'근데 선생님 몇 살이지?'
'몇 개 꽂아야 되지?'
'그냥 들어갈까? 설마 다른 선생님 계시면 어떡해..'

교무실 문에
똑똑똑-
하고 들어갔다.
선생님 뒷모습이 보였다.

'오! 혼자 계신다!'

"안녕하세요."
"이제 왔냐아- 아이쿠, 뭘 가져온거야."
"어떡해, 어떡해.
(케이크는 가져왔는데 초도 안 붙여왔고,
노래도 안 부르면서 들어왔네요 하하;;)
히히."
"노래부르면서 가져오면 돼^^"
"초 몇 개 꽂아요?"
"응? 세개만 꽂으면 돼~"
"샘 서른 살 넘어요?"
"그럼 몇 살 인 줄 알았는데?"
"아니 뭐.... 20대 후반 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작 왔었으면 더 좋았을 걸.
선생님 혼자 계셨나보네.
나 기다리고 계셨나?'

케이크 박스에서
케이크를 꺼내
박스 위에 케이크를 올리고
초를 세개 꽂아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긁어
초에 붙을 붙였다.

그리고
케이크를 들고
선생님 앞으로 다가갔다.
부끄러워서
작은 목소리로
"생신 축하합니다."
노래를 시작하니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방글방글 웃는 선생님이
잘생겨보였다.

선생님이 보고 있으니까
노래를 더 못 부르겠다 싶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재돌샘.
생신 축하 합니다."
마지막 마디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음이탈까지 나버렸다.
긴장해서 입이 바짝 말라버렸다.

"후~"
"히히^^"
"고마워."
"케이크 먹어요!"

1시간 30분 동안
선생님이랑 둘이 있을 수 있었는데
짜장면 때문에
30분 밖에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선생님은
생크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어쩐지
매운 새우과자를 내왔다.
"뭐예요. 생크림에 찍어먹게요?"
"맛있을거야. 먹어. 내줄 것도 없구 해서."

'생크림 케이크 안 좋아 하시나?'

"미역국은 드셨어요?"
"아침에."
"진짜요? 어떻게요? 직접?"
"우리 반 애들이. 즉석 미역국이랑 햇반 가져와서 해줬는데
어떻게 된 건지 국물이 하나도 없더라고.
너무 짰어. 근데 애들이 다 먹는지 안 먹는지
보고 있는거야. 어거지로 다 먹었어."
"ㅎㅎ"

타지에 오셔서
혼자 사시는 분이
여자 친구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생일 챙겨 줄 사람이나 있으려나 싶어
사실
생일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자 노트."
"고맙습니다! 오! 편지도 있네요?"
"ㅎㅎ"
"오, 감동!"
살짝 들쳐봤는데 못 보던 포스트잇도
붙어있었다.
선생님이 내가 적어둔 풀이 과정을 보고
설명까지 적어두었다.

나는 짜장면이 소화가 안되서
케이크에 손이 안 갔다.
그런데
선생님도 과자만 먹고
케이크는
한 술 뜨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샘 케이크 안 좋아하세요?"
"나 단거 별로 안 좋아해."
"아... 제가 도로 가져 갈까요?"
"그러든지~"
"헐 ㅋㅋ 선생님 가져가서 드세요."
"그래. 이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넵. 이제 가요."

그래도 선생님이랑 30분도 넘게
단 둘이서 이야기 나눴다.
간만에.

그런데
나는 사실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도무지 용기는 안 났다.
나는 그 날 선생님에게
고백을 하기로 다짐했었다.
일단
선생님을
끌어안고
"사랑해요."
한 마디만 할 생각이었다.

이야기 나누다가
수업 할 시간이 다 되서
급하게 가야 할 시간이었다.
얼른 끌어 안는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교무실 문 잠그시는 동안
내 계획대로 할까 했지만
선생님 대신
케이크와 편지 보따리를
손에 들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선생님 차에 가서
케이크와 편지 보따리를 싣고
손이 비어서
안아볼까 하다가
너무 앞, 뒤, 옆 다 트인 공간이라서
누가 볼까 싶어
그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일단 선생님 따라서 걸었다.

"아참,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데."
"그래요? 진짜요?
오늘 마지막 수업이에요? 몰랐는데..."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니,
토요일에
이렇게 시간내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늘이 끝이라 생각하니

꿍꿍이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 계획대로 안되니
좀 답답했다.
살짝
신경질도 났다.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은
안되겠다 싶었다.
포기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보다
먼저 내가
선생님 수업하는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에 아직
아무도 없었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교실 불을 켜려고
스위치로 선생님
몸이 돌아선 순간,

열린 앞 문으로
신발장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근데 누가 오는 것 같은 낌새가 들어서
'안되겠다. 지금. 지금이야.'

선생님을

껴 안았다.

나는
돌아계셔서 등 뒤로 껴안으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스위치를 켜고
돌아보시는
바람에

선생님을
마주보고 껴안게 됐다.
선생님 얼굴은 못 쳐다보고
무조건
끌어 안아버린 것이다.

'푹신하다.'

1초?
2초?
내 생각엔
선생님 손이 감싸 줄 듯
올라가나 싶었는데

저벅.

저벅.

누군가 교실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서
내가
얼른 팔을 풀고
차마 고백도 못한 채
선생님 얼굴도 못 쳐다보고
얼굴이 빨개져서
교실을 뛰쳐나왔다.
그 찰나의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선생님을 끌어 안은 건
마치
팬미팅가서 추첨에 뽑혀
특별히 연예인과 포옹한
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뛰쳐 나가는
내 등에 대고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행복하게 살아라~~!"
라고 외쳤다.
그 큰 목소리로.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선생님을
다시 돌아볼 수가 없었다.

내 옆으로
선생님 수업을 듣는
이과에 남자인 친구가
지나갔다.

걸어 나오는 참에 들리는 소리는

친구가
교실로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하고
선생님한테 인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친구를 격하게 반기면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많이
뻘쭘했던 모양이었다.
깜짝 놀랐다거나.

선생님 수업은 쉬는 시간이 없었지만
일단 한 교시 마친 시간에
찾아가 교실 뒷문 창문에 고개를 내밀었다.

"잠깐 쉬자."
하는 선생님 입모양이 보였다.

'오!'

나는 앞문으로 가서
선생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작은 목소리로
"샘 오늘 일찍 가지마요."
라고 얘기했다.

그 날은
선생님 수업 마치고 나서도 찾아갔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면
토요일에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마지막이 될텐데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사랑해요."라는 말을 못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일찍 갈버릴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 날 선생님 수업은 늦게 마쳤다.
이과 친구들도 선생님 생일 축하를 위해
준비했었던 것이다.

'아.. 나만 샘 생일을 알고 있던 건 아니구나.'

친구들이 모두 나간 교실에
들어갔다.

"왜 남아라고 했냐."

"그냥...인사하려구요."

다시 단 둘이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았다.
교실 정리해두고
선생님이랑 같이 나와서
선생님 차 앞 까지 같이 갔다.

선생님은 운전석에 문을 열고
앉아
서 있는 나랑
눈을 마추고 이야기했다.
"구름을 봐."
"하얗네요."
어색한 분위기에
선생님이 별 얘기를 다 한다 싶었다.

주차장에 오신
퇴근하려던 선생님께서
허허 웃으며 물으셨다.
"둘이 뭐하나?"

재돌샘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 제 귀 빠진 날이라
축하해준다고 이러고 섰네요. 으하학하하."

"아, 그래? 생일 축하해! 김재돌샘!"

"예,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쇼!"

"안녕히 가세요."
나도 돌아서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다시 재돌샘을 돌아보니

선생님이랑
나랑
서로 눈이 마주쳐서
웃었다.

"니가 고생이 많다."
라고 선생님이 이야기하길래
"아이구, 그러게요. 내가 고생이 많지.
(선생님 쳐다보면서)뭐가 이쁘다고."

그러고 나니
퇴근하시러 주차장에 오실
또 다른 선생님께서
이 장면을 보시면,
어쩌면
이상하게 생각하시겠다 싶어
"선생님도 이제 가세요.
케이크 맛있게 드시구요."
라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란다.

이건

심장이 뛰는게

아니라

멎은 것 같았다.

아니다,

뛰는건가.

엄청 빨리 뛰어서

내가 지금 못 느끼나?

나 지금

오해하는거겠지?

'뭐야...이런 말을 선생님이 학생한테 하는거 맞아?
헐...기분 좋다...
나 어떡해....자꾸 선생님이 좋아져...'

.

.

.

나는 오빠 생일이 돌아 올때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어떻게
생일을 챙겼었던지
떠올려본다.

사실 떠올리려고 하기보다
얼마나 가슴 뛰도록
오빠를 좋아했는지
저절로
기억이 불쑥 튀어나온다.

지금 이럴려고
우리가 그랬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때 그렇게 달려들 때
지금 이럴 줄 알고
내가 그랬었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결혼 할 줄

선생님인 오빠가 알았나,

그렇게 선생님 좋다고 쫓아다니던

내가 알았나.

"오빠, 내가 학교다닐 때 오빠 생일 챙겨준거 생각나?"
"아마?
"뭐야, 그것도 생각이 잘 안나?"
"난 기억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내가 챙겨줬잖아. 케이크도 사갔구만."
"아, 맞다. 그래! 우리 킴쑤가 케이크 사왔었지."
"오, 이제 기억나?"
"응. 조금?"
"에이~ 뭐야 대체 오빠한테 나는 어떤 학생이었어?"
"글쎄?"
"그게 뭐야ㅠㅠ"
"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이 중요하지!"
"...(수긍)내가 오빠 안았던 것도 생각 안나?"
"교무실에서 였나?"
"아냐 아냐, 무슨 소리야. 교무실에서 어떻게 그렇게 해.
오빠 수업하는 교실이었잖아."
"아...그랬나? 아무튼 니가 그랬던건 기억나."
"그치? 기억나지? 나만 기억하는 거 아니지?"
"ㅋㅋㅋㅋ으이구"
"왜? 귀여워서? 귀여우면 뽀뽀해도 돼."
"우웩. 오글거려."
"뭐어? 우리 부분데 어때! 참나~"
"그래 니말이 다 맞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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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Congratulations, you were selected for a random upvote! Follow @resteemy to increase your chance of being upvoted again!
Read more about @resteemy here.

역시나 ㅜㅜ 재밌어요 ㅋㅋ 순식간에 다 읽었어요ㅋㅋ 다음 편도 기다릴게용!!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감동감동..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그 사랑을 알지 못 했구나 싶어. 그 사랑 덕에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네.
@홍보해

사랑합니다♥

@kimssu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열심히하겠습니다!

쑤님~
지금도 달달한 꿈길 걷고 계신듯
하네요..부러버용~^^

부럽긴요~~ 아직 쌍둥이에게 치여서 행복을 잘 모르고 살아요...행복에 겨운거긴 한데 ㅎㅎ 놓치고 사는 것 같기도 하네요^^;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짱짱맨이 함께해주시면 얼마나 좋은지 아시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쓰다 흥분하셔서 쭈욱 써 내려간듯한데요...
웬지 그런 느낌이
그때 상상하시면서 미소지으며 쓰셨죠?

새벽에 써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저 순간은 단번에 써내려야 할 것 같았거든요.
밤새 쓰다보니 상상해서 쓰다보니 쭈욱 써졌답니다ㅋㅋ
상상하면서 쓰다보면 생생하게 그 때의 감정이 느껴져요 ㅋㅋㅋ

그 기분 알것 같아요.
그러고는 아침에 부끄러워 하지요 ㅎㅎ

이거 전에 읽었는데 다시보니 이어져서 좋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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