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1)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1)

나는 수학선생님이랑 같이 산다.
집에서
수학 얘기는 안 하는.
아니 못 하는.

오빠가 하는 이야기는 주로
"오늘 저녁에 뭐 먹지?(배고파서 시무룩)"

"애들 기저귀갈아야 될 거 같은데?(으악-_- 냄새)"

"저 만화는 과학적으로 말이 안돼. 애들한테 잘못된 지식이 심어지는게 아닐까?(장난장난)"

"애들 요구르트 주면 안돼?(애들한테 맛있는 거 주고싶은 아빠의 마음)"

"졸리다. 눈이 너무 아파.(지금 안자면 안되겠다 표정)"

학교에 가면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아이들 앞에 서면 눈이 반짝반짝거리는 사람.

수학에 대해서 내가 조금 더 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가 수학을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후회된다.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수학 얘기를 하면 못 알아 듣겠다는 표정으로
대꾸를 할 수 없는 내가
미안하다.

그럴수록 오빠는 집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만 골라서 해준다.

.

.

.

선생님이 야자감독 하시는 날에는
선생님이 학교에 좀 더 오래 계시니까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다.

저녁 먹으러
친구랑 급식소에
가는 길이었는데
문 옆에 서 있는 선생님이 보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우산도 안 쓰고
비를 맞으면서 통화 중이었다.
친구랑 같이 선생님 앞에 다가가
선생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줬다.

우산을 씌워주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살짝 웃어보였다.
선생님은 '그냥 밥 먼저 먹어.' 하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래서 그냥 가려고하다가
계속 비를 맞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머뭇거렸다.
안 가고 우산을 계속 씌워주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그럼 밥 같이 먹자.' 하고 한번 더 입모양을 만들었다.

통화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 내용을 듣게 됐다.
얼핏 들어보니까
'결혼 얘기?
무슨 일이 있었나?
친군가, 누구지?'
선생님 통화 중이라 말은 못하고
혼자서 생각하면서 중얼 거렸다.

기다리다 못한 친구는 혼자 가버렸고
나는 끝까지 선생님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선생님이 걸음을 옮기길래
우산을 받쳐주면서 따라 걸었다.

전화로 한 마디 할때마다
나를 쳐다보고 웃었다.
눈이 마주치면
나도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멈춰서더니
선생님이 저번처럼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왔다갔다 흔들었다.
나는 그게 좋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척 했다.

통화를 마치고 같이 급식소로 갔다.
우산 하나로
선생님이랑 나랑
둘이 쓰고 가는 길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선생님과
어깨를 마주하는 나는
학생이 아니고 싶었다.

급식소에 가니 생각보다 줄이 길어서
선생님이랑 같이 줄에 서있어야 했다.
원래 선생님들은 중간에 끼어서 먼저 드시는데
줄을 같이 서있는게 좀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드세요."
라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끝까지 기다려서 나랑 같이 먹었다.
같이 마주보고 앉아서.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매일같이
나란히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선생님과
마주보고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려다 보니
선생님은 왠지 진지한 질문들을
던지셨다.
"학교가 뭐니?"

이런 질문을 하시니
약간 기대가 꺾였다.
나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앞에 앉은 사람이 선생님이란 걸
잊고 무슨 기대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아까처럼
한 우산으로
둘이 같이
어깨를 마주대고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선생님이랑 같이 걸으며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또 선생님한테 붙어있냐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약간 시무룩했는데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왜?"
하고 물었다.
"애들이 제가 선생님을 꼬셨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라고 대답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하지?, 내가 건들였다고 해~"
라고 하길래
다시 기분이 한결 좋았다.

2학기 때는 기숙사에 들어가서
통학생 때처럼 야자하는 중간에 나오지 않고
10시까지 했다.

10시에 종치자마자
선생님 가시기 전에 인사하려고
재빠르게 신발장으로 나갔다.
혹시나 먼저 가셨으면 어쩌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짜 선생님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안녕히 가세요."
"네~"
선생님이 대답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신발을 다 신고는
선생님이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와서
"왜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웃었다.
"기숙사 살아? 아 살지?ㅋㅋ"
마칠 때까지 남아있는거 보면 모르겠냐는 눈빛으로
선생님을 잠깐 째려봤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양쪽 볼에 손을 갖다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아악 ㅋㅋㅋㅋ"
"으이구 ㅋㅋㅋ"
나는 얼굴을 가렸다. 찌그러진 내 얼굴이 웃길까봐.
얼굴에서 손을 뗐는데
선생님 손은 여전히 내 볼을 잡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얼굴을 더 가까이 대면서
"계속 보고싶어서."라고 말했다.

하.......거짓말

그리고 말을 이어
"이번에 시험 좀 잘 봐라."
하며 내 얼굴에서 손을 뗐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래야 계속 보지."
"그러니까요~"
"(기말고사라)아, 이제 못 보는 구나."
"ㅠㅠ흑흑 2학년 때봐요 ㅋㅋㅋ"
라고 말하고 선생님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시험을 보고나서
선생님을 볼
면목이 없어졌다.

시험을 못 쳤다고 생각했는데
점수를 매겨보니
진짜 큰일 났다.

점수가......

_다음편에 계속

Sort:  

제 점수는요~

몇 점인가요!?ㅎㅎ

실화? 진짜 이야기면 낭만적이십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의 남편이시지만, 수학쌤이랑 이야기가 재밌어요~!! 히히
그리고! 제가 sevendaybnwchallenge 릴레이에 지목했어요 +__+!! 한번 확인하시고 참여하실 수 있을때 참여해주세요! ㅎㅎ

재밌게 봐주시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를 지목해주셨다니!!!~~ 저도 곧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간거 같아요~ '퇼'이었던 것 같아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수로 사람 좋고 나쁘고 보지 않아
@홍보해

그럼그럼~^^

@kimssu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리스팀해주시면 늘 힘이납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스티밋!
힘내세요 빠샤!

감사합니다! 빠샤!

선생님이 좋아하고 계셨던 것 맞네요 ^^

ㅎㅎ저도 사실 그런 줄 알았어요.............

점수가...? 적정한 타이밍에 끊었어!!!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9
BTC 58984.78
ETH 3102.33
USDT 1.00
SBD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