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서 사귄 개와 고양이steemCreated with Sketch.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last year (edited)

라다크를 떠나기 이틀 전이 되어서야 그녀는 나를 집착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애처로운 눈길로 게스트하우스 계단의 창문 밖에서 한참동안 바라본 것은 분명 나때문이었다. 그녀를 위해 말린 닭가슴 육포, 짭쪼름한 소고기 육포, 돼지고기 삼겹살 그리고 쿠키를 매일 아침마다 하나씩 챙겨주다 보니 이제는 나만보면 뻔질나게 따라오다가 방으로도 들어온다. 춘자(@choonza)는 내가 개버릇을 망쳐놨다고 타박이지만 그게 어째서? 꼬시려는 응큼한 생각도 없었고 단지 그녀의 사랑을 받기 위한 순수한 수컷의 물질적 구애였을 뿐이다. 이름은 심뚝 아가씨, 다음에 라다크에 가면 개 건강에 좋다는 명태 육포와 기타 등등 한보따리 챙겨갈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채식주의자라 풀때기만 먹고 있으니 여태컷 경험해보지 못한 개꿀맛 신세계 특식을 준비해갈테다. 동물이지만 여자한테 이렇게 구애받아본 게 얼마만인가? 사람대신 개다.

촉람사르의 싱게네 집은 전형적인 농가다. 고양이와 개를 몇마리 키우는데, 개는 보지 못했음, 마당이 넓고 집도 크니 얘네들은 다소 꾀제제하지만 행복한 놈들이다. 싱게네집을 여러번 가다보니 이 고양이가 나의 얼굴에 낯이 익었나보다. 예도 그녀였던거 같다. 그날 머리가 아파서 나는 싱게네 집에 홀로 누워있는데 살금 살금 와서 툭툭 건드리다가 아예 내 품에 올라오고 등도 오르고 어깨도 오르고 놀자고 계속 앙탈을 부린다. 그러다가 잠바 위에 널부러져 있다가 또 놀자고 보채고 있다. 결국 일어나 앉아서 그녀의 요청에 응답했다(동영상). 여자 사람이 그렇게 해주면 얼마나 좋으랴만 이번에도 사람대신 고양이다. 여자 사람의 사랑 얻으려고 밀땅할 필요도 없고 먼저 관심보이니 고마울뿐,

레 비행장 근처, 스피툭 곰빠의 개스님들이다. 인도의 개그지들이야 사람들이 육식을 안하니까 생명은 보장되어 있고 다만 먹을 걱정과 로드 킬만 조심하면 된다. 그렇지만 곰파의 개들이 라다크에서 가장 팔자 좋은 개들일 것이다. 먹을 걱정까지 해결됐으니 아주 평화롭다. 여기서 로드 킬 당할 일은 단 일도도 없다. 할아버지 스님만 졸졸 따라다닌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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