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팔자가 상팔자steemCreated with Sketch.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last year (edited)

소들이 마주 보며 되새김 질 하는 모습이 생소하면서 귀엽다. 사진을 찍었다가 오물거리는 이 분위기를 담아두고 싶어서 동영상을 덤으로 더 찍었다. 거리에서 아이들은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라고 한국말까지 한다. 4년전 독일에서 니하오마! 했던 애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아시아라서 그런가?

라다크에서 길을 가다 가장 많이 마주치는 동물이 개와 소이다. 개들은 낮 시간에 세상 가장 편하게 아무 걱정 없이 길거리에서 퍼질러 자지만 소들은 그냥 어슬렁 거리거나 가만히 서있으면서 오물오물 거린다. 개들은 잡식성이고 어쨌든 살기 위해서 먹이를 찾아다녀야 하고 밤마다 영역 다툼이 있지만 소들은 그럴 필요도 없다. 풀만 있으면 먹이를 찾아다닐 걱정도 없다. 차도에 신호등도 없으니 자동차들은 경고음만 울릴 뿐 알아서 그들을 피해간다. 사람보다 개와 소가 뻔뻔하기 그지 없다. 사람은 알아서 피하지만 얘들은 그런거 전혀 신경 안 쓴다. 어떤 개는 대담하게도 차도 옆에서 그냥 ㄷ자로 자다 보니 이런 상황에 익숙지 못한 나는 차 안에서 이런 개를 보면 깜짝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어 없는 브레이크를 밟아 대거나 꺄악! 하고 악을 지르곤 한다.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피해간다. 조수석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며 운전자는 항상 신기한 듯 피식거리며 웃는다. 라다크 속 공포 | 개승려와 개그지 | 라다크의 개그지들

길거리 소들은 대부분 호리호리하다. 마블링 식감을 주기 위해 살찌울 의도가 없고 그냥 방생하고 있으니 개팔자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 귀에 신원 확인을 위한 태그가 달려있으니 항상 먹을 걱정을 해야 하는 주인 없는 길거리 개보다 훨씬 자유로운 것이다. 그 많은 똥 더미를 누가 다 쌓았을까?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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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표시는 해 두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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