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승려와 개그지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poollast year (edited)

라다크에서의 마지막 날 레 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상카르 곰파(Sankar Gompa)를 찾았다. 진작 알았으면 여기에 자주 들렀을 것이다. 높은 곳에 있고 민가에서 한참 떨어져 고립된 곰파와 다르게 마음만 먹으면 10분 이내에 찾아 갈 수 있다. 도착했을 때가 오후 5시 정도였으니 스님들의 저녁 예불이 진행 중이었다. 마을 속의 아늑한 쉼터 같다. 이런 기분을 예전 교토 인근 사찰에서 느낀 적이 있다. 라일락 꽃 향기에 취해 개꿀잠을 때리는 개승려의 평화로운 미소를 보면 동물로 태어났다고 불쌍히 여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개그지들의 생태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요놈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대문 앞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구걸할 생각도 안 한다. 안줄 것을 아니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3~4마리의 개들이 특정 지역을 점유하고 있다. 만약 이들의 나와바리를 다른 개들이 침범하면 이 구역 개들은 당장에 용납하지 않는다. 밥그릇 싸움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굶주림을 참아가며 자다가 저녁이 되면 슬슬 먹이를 찾기 시작하는데 이때 다른 개그지들이 지들의 나와바리를 침범하면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으르렁거리고 하울링 했던 것이었다. 반면에 곰파의 개들은 그런 걱정 없다. 스님들이 알아서 밥을 챙겨주고 관광객들이 가끔씩 먹을 것도 던져주니 먹을 거 걱정 안 해도 된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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