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인의 정신 구조로서 자아(自我, ego)와 자기(自己, self)를 정의한다. 자아와 자기의 개념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모습으로서 예를 들면 페르소나, 아니마/아니무스, 그림자, 컴플렉스, 원형(상위의 개념)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쉽게 말해서 자아가 겉으로 보여지고 이해되어지는 표층의식으로서의 '나'라면 자기는 자아가 언젠가 구체화 되어지도록 기다려지는 무의식(영혼 혹은 정신)의 '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형의 요소로서 '자기'이지만 뚜렷되게 드러나고 있는 고정된 실체로서 그러한 '나'가 아니다.

한자로서 '나'를 의미하는 두가지 문자 중에서 아(我)가 창(戈)을 손(手)에 쥐고 보호하는 그런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구체화된 몸을 뜻하지만 음양오행 이론으로써 정의되는 기(己)는 살아가면서 내가 무언가 이루어 나가는 과정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변화되는 실체로서의 몸을 뜻하니 현재의 '나'지만 발전하는 '나'이다.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하는 '나(我)'는 변하지 않는 가치처럼 애지중지하는 그런 집착된 '나'일 것이고 구체화 되고자 하는 몸으로서의 '나(己)'는 완성을 확정할 수 없는 진화를 지향하는 과정 중의 '나' 라는 뜻에서 맥락적인 의미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융의 정신구조모형에서 개인으로 표기된 자기(Self)는 정신의 중심에 있다. 융심리학에서 자아(ego)가 의식의 중심이라면 자기는 정신 전체의 중심이자 정신 그 자체이다. 융은 자아가 자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개성화(individualization)'라고 부른다.

불교가 중국으로 넘어와 번역될 때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가 없다는 의미에서 무기(無己)가 아닌 무아(無我)라고 선택된 이유가 손에 꽉 움켜 쥐고 보호하고 붙들고 있는 집착심의(고정된) '나'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음양오행에서 기토(己土)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다시 봄으로 돌고도는 삶 속에서 진화를 구체화하는 과정중의 '나'이기 때문에 무기(無己)를 선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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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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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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