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소스가 죽은 이유는 모두다 잘 알고 있다. 자뻑이 너무 심하다 못해서 자신 스스로가 가지고 싶은 대상이 되어서 죽어버렸다는 뜻도 된다. 불교에서는 구도의 성격을 크게 외도(外道)와 내도(內道)로 나누는데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깥에서 찾는지 안에서 찾는지의 차이이다.

강의 신 케피소스는 물의 님페 리리오페를 굽이치는 물결로 껴안고 물 속에서 그녀를 겁탈한다. 그 후 그녀는 임신을 하고 나르키소스를 낳는다. 그녀는 엄마로서 아이가 오래 살 수 있을 지 걱정되어 테바이 출신 맹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간다. 그는 나르키소스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예언을 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속의 나르키소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오래살수 있다고 했단다. 그런데 예언자가 맹인인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눈으로 보는 대상에 현혹되지 않는 자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대상에는 현혹되어도 괜찮다는 말일까?

오른쪽 그림은 티베트 탱화 '삶의 수레바퀴' 중앙에 놓여져 있는 그림이다. 검은 돼지는 어리석음(무지함), 초록 뱀은 분노, 빨간 닭은 탐욕을 상징하는데 세마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간다. 그래서 죽음과 탄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수레바퀴를 돌고 돈다고 말한다. 구하여 쥐고자 하는 대상을 향한 마음을 이렇게 세가지 독(三毒心)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음의 뿌리깊은 독이란 뜻이다. '너를 향한 마음'이건 '나를 향한 마음'이건 그다지 상관이 없다. 그러니 내도이든 외도이든 상관없이 구하는 것에 삼독심이 묻어있으면 오래 살 수 없고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또 태어난다. 그리고 또 죽는 것이 계속된다. 그래서 나르시소스가 '나름씻었오'일까? '나를씻어죠'일까? 마음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씻지 못해서 죽어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래 살 수 없었거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 그냥 좀더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죽으나 꼬부랑 할배가 되어서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일뿐 Know thyself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문제이다. 옛날 선(禪)의 조사들은 부처가 와도 목을 베어버리라고 했다. 존나게 과격하다.

삶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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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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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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