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f’ author] 마담 보바리 vs 벨 아미, 플로베르 vs 모파상 | 불륜의 끝은 비극일까?

in #book6 years ago (edited)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모파상 역시 벨아미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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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ame Bovary 마담 보바리




어릴 적에는 마담 보바리를 그냥 읽었다. 소녀는 마담 보바리의 세계를 알 수도 없었고 그녀를 이해하거나 비판할 수도 없었다. 그냥 읽은 책은 기억에 남지 않았기에 서른이 넘어 다시 읽은 마담 보바리. 벨 아미를 읽자 마담 보바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도. 세 소설 모두 불륜이 넘친다.

불륜으로 비소를 먹고 음독자살로 종결하거나, 죽지 않는다 해도 공허한 불륜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은 결혼 제도의 폐해가 아닐까? 불륜은 결혼과 함께 한다. 육체적 정조를 지킨다 해도 정신적 외도는 존재한다.

마담 보바리, 엠마와 같은 여자들에게 화가 나는 것은 로돌프와 레옹 같은 하찮은 남자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관계' 속의 발망의 유혹에 넘어가 자살한 투르벨 역시 마찬가지다. 엠마가 말한 보람 없는 정조를 버리고 한순간의 쾌락에 몸을 맡기다 버려져 자살한다. 결혼 제도가 불완전하므로 불륜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환상 속의 사랑을 꿈꾸는 불행한 존재들이다. 꿈꾸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를 갖게 되면 집착하다가 싫증 내고 또 다른 존재를 갈구한다. 불륜의 대상은 온전하게 자기 것이 될 수 없음으로 헛헛할 수밖에 없다. 한번 불륜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불륜에 빠지고 계속 불륜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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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무료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남편 샤를르가 매력 없다는 이유로 불륜을 행한다. 낭비벽과 허영으로 재산을 탕진하고도 남편과 딸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불만으로 생을 포기한다. 그녀의 남편은 성실했고 그녀를 끝까지 믿고 사랑했다. 상대방이 어떻든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믿는 것 또한 이기적인 것인가? 샤를르 또한 첫 번째 결혼은 지참금을 보고했으며 엠마와의 결혼도 나름의 계산이 있었던 기억이다.

엠마가 꿈꾸던 사랑이었다고 생각한 로돌프와 레옹이 샤를르보다 무엇이 나은가? 잘 생긴 얼굴, 반지르르한 겉모습, 달콤한 유혹의 말은 미덕이 아님에도 그 부질없는 것들로 자신의 가정을 버렸다. 그렇기에 엠마는 옳지 않다. 옳지 않다고 단언하는 것도 옳지 않다. 소통하지 못하고 교감하지 못하는 배우자와 사는 것 또한 괴로운 인생일 테니.





Gustave Flaubert

1821-1880


주관적 감정 묘사 없이 표면적, 물질적 묘사만으로 소설을 완성하고 숱한 감정과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플로베르. 그리고 플로베르의 애제자인 모파상 역시 건조한 사실적 서술로 인간 군상의 미묘하고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다. 두 소설 모두 문장은 탄탄하고 구조는 예술적이다. 10여 년 짧은 기간 동안 수백 편의 작품, 그것도 모두 명작으로 쏟아낸 모파상.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모파상은 자연주의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 뭔 주의로 자신을 분류하지 말라는 화가 백진스키의 말처럼 분류란 비평가들의 쓰잘떼기 없는 짓거리이다.





Guy de Maupassant

1850-1893


모파상 자신도 여성 편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매독으로 그의 육체는 썩어갔을까? 벨 아미의 바람기는 그를 닮은 것이겠지. 작품 속 인물은 작가 자신의 어떠한 부분이 닮아있다. 벨 아미가 개자식이라면 그도 개자식이 되는 건가. 벨 아미는 모파상 자신에 대한 염증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모파상처럼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다면...





Bel Ami 벨 아미

어느 개자식의 이야기


‘벨 아미’는 주인공 ‘조르주 뒤르와’ 의 애칭으로 ‘아름다운 친구’라는 뜻이며 모파상의 요트 이름이기도 하다. 모파상의 소설에는 단조의 음악이 흘러 묘하게 음산함이 느껴지는데 벨 아미는 장조다. 제목처럼 밝고 어두운 구석이 없다. 보잘 것 없었던 ‘조르주 뒤르와’ 가 남작 ‘조르주 뒤 르와’ 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서술된다. ‘뒤르와’ 와 '뒤 르와' 는 큰 차이가 있다. '뒤' 는 귀족만 쓰는 것으로 띄어쓰기로 구분. 그는 잘 생긴 얼굴, 늘씬한 몸만으로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얻는다. 발자크조차 읽지 않았다 (오노레 뒤 발자크, 무시 발언) 고 모파상은 그를 설명한다. 그런 그가 프랑스 언론의 제왕 ‘라 비 프랑세즈’의 사장 딸과 결혼하고 ‘라 비 프랑세즈’ 의 주필이 되며 귀족이 되기까지 기자로서의 지적, 창조적 재능이라고는 전무한 이 개자식이 무엇을 했는지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술 한 잔 마실 수 없는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한탄하며 상류사회 입성을 목표로 삼은 벨아미의 성공은 순탄하다. 우연히 만난 전우의 소개로 기자가 되기 전부터 그는 나쁜 놈이었다.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사람 목숨을 닭 목 비틀 듯 죽였으며 금과 가축을 약탈하고 살인을 무용담 삼아 친구들과 웃고 떠든다. 그러한 자가 프랑스 최고의 신문사의 주필이 되었다는 것은 타락한 사회를 표현한 것일까. 벨 아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돈과 권력과 언론이 더럽게 손잡은 프랑스 제3 공화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나 개인적인 측면만 보겠다. 정치, 사회를 논하기에 좁고 얕기에.


마담 보바리, 엠마는 파멸하여 자살하는데 벨 아미는 승승장구한다. 페미니즘 관점으로 본다면 무지하게 짜증 나게 비교되는 두 주인공이다. 둘 다 개 같은 것들인데 엠마만 죽는다는 것이 정말 화가 나는 거지. 듣는 개들 기분 나쁘겠다. 왜 나쁜 놈에게 개를 갖다 붙이나? 접두사 ‘개’는 ‘dog'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나쁜, 파렴치한, 썩어죽을‘ 의 뜻이니 견공들이여, 짖지 말아 다오. 너희보다 못한 것들을 칭하는 것이니.

엠마는 벨아미에게 농락당한 한 여자에 불과하다. 시골 의사 마누라에 불과한 엠마를 야심 가득한 벨아미가 쳐다볼 리 만무하지만. 개자식인데 여자들은 모두 그에게 빠져 정신 못 차린다. 버려지고 나면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거나 미친 개의 독에 백발로 변해 늙어간다. 개쌍X과 개X놈, 개X년은 죽어야 하고 개쌍X은 개X년들 후리며 온갖 것을 누리며 산다. 인생 끝까지 가봐야겠지만 개X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다.


어쨌든 산다는 건 죽는 일이지.


개X년 이라고 하는 것은 그녀의 불륜 자체를 욕하는 게 아니다. 사랑을 하건 욕망을 채우건 자신이 우위에 서지 못한 어리석음을 욕하는 것이다. 우위에 있지 못하면 결국 버려질 수밖에 없다.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자존심을 버리고 엎어져서 몸 주고 마음 주고 단물 다 빨리고 애간장 다 녹아내리는데 그게 사랑인가. 나쁜 남자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겐 좋은 남자가 된다. 날 사랑하는데 ‘그 남자는 원래 자유로운 사람이라서 날 외롭게 하는 거야‘라고 자위나 하는 바보. 그렇게 바보 같으니 욕먹어도 싸다. 그러나 욕하지 않겠다. 인생이 헛헛하여 그럴 테니. 그저 안쓰러울 뿐.

마담 보바리는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어도 자신의 현실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아이콘 격이다. 불륜은 그저 인간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벨 아미는 모파상의 다른 소설에 비해 플로베르의 제자적인 느낌이 강하다.
마담 보바리의 남성 버젼으로 쓴 것이 벨 아이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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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귀족의 잔해물은 출세한 부르주아가 거두어들인다.

언론의 힘은 강하다. 언론으로 정치를 주무르고 전쟁을 유도하며 전쟁을 통해 이익을 챙겨 어마한 부를 챙긴 유대인의 딸을 쟁취하는 벨 아미. 그의 수완은 대단하다. 기회를 포착하여 자아를 실현한다. 레지옹 슈발리에 명예 훈장까지 받는다. 멋진 놈 맞네. 사장의 아내 왈테르 부인을 농락하고 그녀의 딸 쉬잔과 두 번째 결혼에 골인. 왈테르 부인,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손쓸 방도가 없다. 자신의 불륜을 폭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백발 노파가 될 수밖에. 벨 아미는 바람둥이, 난봉꾼, 패륜아, 여자를 이용하여 출세한 기회주의자.... 마음만 먹으면 세상 모든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능력자. 새파랗게 어린 아내와 정부를 둔 남자. 세상 남자들이 부러워할 이 남자. 매력남, 능력남, 옴므파탈,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 모두를 맨 몸뚱어리 하나로 쟁취한 멋진 놈이라고 해야 하지만 그는 개자식이다. 권력가의 여자들을 성공의 발판으로 이용한 것이 뭐 욕먹을 짓이냐고?


모파상은 이 소설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조르주 뒤르와 같은 남자들은 벨 아미를 멘토로 삼고 벨 아미처럼 되기 위해 이 책을 탐독하지 않을까.

장님 나라에선 애꾸가 왕


이 책 안에는 된장녀와 사랑에 목매는 집착녀들이 나온다. 그녀들은 벨 아미에게 단물 빨리고 버려진다. 이 소설 벨 아미의 정부들은 버려지지만 전혀 불쌍하지 않은 것이 그녀들에게서 벨 아미 이전에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부를 가져온 타락의 지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벨아미의 정부였건 것이 아니라 그가 그녀들의 정부였던 것.

‘벨 아미, 결국 몰락하겠지’ 하며 끝까지 읽었는데 벨 아미의 최고점에서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 중에 언론의 가장자리에서 시를 써서 연명하며 구경꾼의 입장으로 보이는 시인은 말한다.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고 내려올 때의 속도는 빠르다.


벨아미의 추락은 상상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19세기에도, 현재에도 벨 아미와 같은 자들은 잘 살고 있다는 것. 속은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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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아미의 얼굴과 물 위를 걷는 그리스도의 얼굴과 똑같다고 서술한 모파상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똑같이 생긴 얼굴로 죽어서도 수 세기 동안, 앞으로도 영원히 인류를 홀리는 '그리스도'라는 인물도 있는데 여자 몇 후리고 고작 몇 십 년 사기 좀 쳤다고 벨 아미를 욕하지 말라는 뜻일까.

이것은 나의 추측일 뿐 나의 생각은 아니다.






written by @madamf MadamFlaurt
#book #author #think


[madamf’s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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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에 대한 서슬퍼런 멋진후기입니다. 인생이 죽는 것이라면, 살아있는 동안 그들의 불륜시간 동안이라도 행복했다면 그또한 합리화가 되는 걸까요? 어처구니 없지만 매력적인 그를 가까이서 접한 적이 있기에 움찔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 제도가 존재하는 한 불륜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결혼 후의 연애도 인정해버리면 불륜이 사라지려나요.
그게 쿨할 것 같기도 해요. 럽라이터님의 솔직함 좋네요.^^

마담플의 글에 퍼런 날이 느껴지네요. 품격있습니다. 풀봇으로 응원과 갈채를!!

쫌 쎘나요.ㅎ
타타님의 칭찬과 응원에 기분이 마구 풀봇되는 걸요.ㅎ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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