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f’ author] 죄인은 없다 _ 톨스토이 Tolstoy |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in #boo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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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다른 운명이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학대하고 경멸하는 것에 내가 부당함, 잔인함, 공포심을 절감하듯, 혹은 지금 같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인 대다수의 육체노동자들이 가혹한 억눌림과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분명히 인식하듯, 부자들의 쾌락과 학대에서 무언가를 통렬히 깨닫고 있는 비참한 거지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현실을 통탄해왔다. 나의 이러한 느낌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확고해졌고, 결국에는 끝에 다다르게 되었다. 지금도 그 느낌을 분명히 간직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타락하고 죄 많은 부자들 세계에서 살고 있다. 물론 나는 부자들 곁을 떠날 수 없다. 그만한 능력도, 지혜도 내게는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처지에서 죄를 짓고 있다는 양심이나 수치심 없이 내 물리적 욕구, 그러니까 음식, 수면, 의복, 여행을 만족시키면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내 의식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내 신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내 과거와 내 가족 그리고 나에 대한 그들의 요구 등에 주어진 조건들은 너무나도 복합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저히 그 조건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나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약해질수록 내 신분에 죄가 있음을 더욱 절실히 알았고, 나는 그런 현실을 견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현재의 신분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것에 용서를 구하고, 내가 분명히 보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 적어도 그런 사람 중에 일부만이라도 눈을 뜨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기존의 조건 아래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짐을 덜어 주도록, 나의 진실성 있는 감정을 털어놓아야 하는 것은 신의 섭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의 내 신분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짓, 범죄에 관련된 일을 폭로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닐 수 있게 된 듯하다. 다시 말해서 나 자신을 변명함으로써 요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부자들의 시기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또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느낌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나에게 주어진 것 같다. 내 입장은 매우 확고하기에 나 자신을 변명할 욕심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더불어 살고 있지만 너무도 부끄러워하는 집단, 요컨대 나의 운명과 그들의 운명을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생각할 수 없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 때문에 내 영혼을 다해 혐오하는 집단의 사악함을 과장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역시 평등론자의 오류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평등론자들은 학대받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옹호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된 그들의 실패와 실수를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과거부터 계속되는 실수와 그로 인한 장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상류 계급의 책임을 줄여주는 모순을 낳았다.


자기변명이나 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학대받는 사람이 학대하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증오심과 시기심에서 벗어나서, 나는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행각한다. 신이 나를 지금 이 위치에 놓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죄인은 없다 中 _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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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떠오른 것은 싸이의 노래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싸이의 B급 정서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싸이 노래 중에 좋은 곡이 많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어른’. 가끔 찾아 듣는다. 싸이의 이 곡은 조덕배의 파트가 정말 좋다. 조덕배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애조가 깃들어 있다.



어른_ Psy

난 오늘도 꿈을 꿔 커서 뭐 될까?
그러다가 두들겨 뭐가 돈 될까?
...
그러니까 잘살라 그랬잖아.
...
나이 상관 말고 아이처럼 살겠어.
난 지금도 꿈을 꿔. 커서 뭐 될까...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튀는 것이 나의 특징이다. 대문호와 싸이라니.....무튼, 싸이는 B급 계층의 사람이 아니다. B급 정서를 추구하는 것은 싸이의 상업적 노림수인지, 싸이의 태생적 감성인지 알 수 없다. B급 문화는 이미 주류이다. 싸이는 톨스토이와 마찬가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학도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는 꽤 좋은 팔자다. 팔자라는 말,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이 운명 지어진 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굳이 살 이유가 있을까.


평생의 부를 보장받고 태어난 것도 본인의 의지는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때 가진 것으로 그들을 매도할 순 없다. 톨스토이처럼 귀족인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_ 좋은 음식, 좋은 집, 돈 걱정 없는 어린 시절_ 에서 태어났지만 톨스토이 또는 다자이 오사무처럼 자신의 출신을 부끄러워하며 부조리를 느끼며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그러한 자들이 요즘 세상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계층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존재한다면 희망 또한 존재하겠으나.


갑질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명품을 휘감고도 천한 짓을 하며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뻔뻔함에 톨스토이의 책을 뒤적인 것이다.


신이 나를 지금 이 위치에 놓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written by @madamf MadamFlaurt
#book #author #Tolstoy #think


[madamf’s author]



마담플로르 @madamf가 애정하는 작가들
Raymond Carver 레이먼드 카버, “진짜 대단하군, 이 사람아!”
Stoner 스토너, 존 윌리엄스 |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이들을 위하여...
채식주의자, 한강 | 혐오의 기저에는 욕망이 있다. There is desire at the base of disgust.
나른함으로 가득한 봄이여 _ 앙드레 지드 Andre gide
Scott & Zelda Fitzgerald 스콧 and 젤다 피츠제럴드
알베르 까뮈 Albert Camus, 나의 권리.
Le sixieme sommeil by Bernard Werber 여섯번째 잠, 베르베르 베르나르
마음가는 대로....수산나 타마로
나른함으로 가득한 봄이여 _ 앙드레 지드 Andre gide
사람은 불행해지면 도덕적이 된다 _ 마르셀 프루스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_ 호리 다쓰오 | 행복했던 추억만큼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없다.
메마른 연주를 하지 않을 게 틀림없어 by 마틸드 in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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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post on stee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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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은 노래 듣고 갑니다.

어른, 괜찮죠?
켄스타님 마음이 드신다니 기뻐요.^^

너무나 표시나게 강렬했던 책이었어요

일본 호러 영화를 보면
그 잔상이 오래 남아 힘들어서
이제 일본의 호로물은 보지 않는데

그만큼이나 강렬해서
오래 힘들었던 책이었지요

잘 읽었습니다

오잉~~
제가 뭐에 홀린 걸까요
저는 분명 이 페이지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댓글을 적었는데
다른 글이 있으니
위의 댓글은 전혀 무관해졌네요
어찌된 일일까요

댓글이 호러가 되어버렸네요.^^
채식주의자, 강렬하죠.
저도 기분이 나빠져서 일본 호러물은 보지 않아요.
승화님!
기분좋고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ㅋㅋ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대신 볕이 좋아서 귀신은 안 나오겠어요

마담에프님두 갓 구워낸 쿠키처럼 바삭한 시간 되셔요

우연히 얻어진 부를 절대적 부로 생각하는 오만한 갑질들, 그 갑질들이 꼭 읽으면 좋겠군요.

그들이 읽을까요?
읽는다고 해도 느낄까요?
그들에겐 머리도 심장도 안 보이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아마 읽어도 읽지를 못할 거 같아요.

싸이의 노래를 듣고 이토록 깊은 사색을 하시다니! 어른이라는 노래 처음 듣는데 좋네요.

(╹◡╹)뭐가 될지 모르는 물음표가 재미있는거죠... 뭐가 아직 안됐는데 다들 뭔가됐다고 자신의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는거 같아요.

!!! 힘찬 하루 보내요!

짱짱맨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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