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f’ author] Raymond Carver 레이먼드 카버, “진짜 대단하군, 이 사람아!”

in #book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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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는 이미 나에게서 떠난 작가다.
그 후에 존 윌리엄스와 세라 워터스, 아모스 오즈를 만나서 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나는 그렇게 잘 잊는다.

그를 읽는 동안 그래도 생각이 많았는지 메모를 끼적댔다, 물론 웹상에.
종이에 쓰는 것도 요새는 안 한다.
종이 노트가 쌓이는 것도 별로다.
나는 웹에 길들여진 웹이디엇이다.
웹상의 메모를 정리하지 않은 채로 그냥 올리는 것은 옳지 않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그는 충분히 좋았다.
읽을 때는 충분히 좋았지만 파장이 그리 오래가지 않은 거지. 내게는.
정리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대충 흔적을 남기는 것을 보면.
그러나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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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한 부류에 대한 통찰이 가능한 작가가 좋다.

나는 자신이 속한 부류에 대한 통찰이 가능하고
속한 그 부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혐오하는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자가 쓴 남성 혐오, 여자가 쓴 여성 혐오.


레이먼드 카버의 글은 언뜻 보면 여성 혐오 같지만 실상은 남성 혐오다.
이 작가 직전에 만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여성 혐오에 관한 단편들처럼.

남성의 부조리, 남성의 동물성, 남성의 집단주의

남자들은 둘 이상 모이면 용감하다.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단순해지며 폭력적이 된다. 특히 혼자일 때 비겁하거나 유순한 놈들일수록 더하다. 사고를 치고도 강간하고 살인하고도 뭘 잘못한 줄 모르고 함께 저지른 놈들끼리 동지애를 느끼며 술에 취해 그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낄낄댄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찌질한 남자들이 그렇다는 이야기!

그런 점을 레이먼드 카버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하이스미스의 '완벽주의자'가 속한 단편집에서 여자의 속성에 대한 그녀의 관조와 비꼼은 통쾌하다. 남자가 썼다면 여자들은 무척 발끈했을 것이다.

4권의 카버를 읽고 있는데 정확히 하자면 3권이다. '사랑할 때'의 원본이 '풋내기들'이니까.
3권을 풀어서 주제 별로 나눠서 이야기하면 좋을 듯하다. 사랑에 관한, 폭력에 관한, 인류애에 관한, 외도에 관한...

건조하다 싶고 꾸밈없는 글이지만 어떤 심상을 만든다. 모노톤의 흑백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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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단하군, 이 사람아!


그를 읽고 있다.
대성당을 먼저 읽고 풋내기들을 읽는다.
대성당도 그렇고 풋내기들도 제목으로 상상했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다.
나의 상상은 일차원적이었다. 그가 1차원적인 작가였다면 깊이 있는 이들이 칭송하진 않았겠지.
깊이도 없고 1차원에 머물러있는 나와는 다른.

나처럼 로맹 가리와 을밀대 냉면을 좋아하는 분의 소개로 그를 알게 되었다.
을밀대 냉면을 먹은 지 오래돼서 먹고 싶다. 서울에 가면 먹어야지. 소개받은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야 만난다. 꽤 좋다.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카버를 이제야 만났다.
목록에 올려두고 늦게 된 이유는 알 수 없다.
만남도 시기가 있다.
그를 만나는 지점은 지금이어야 했던 것.


단편집의 마지막에 자리한 대성당부터 읽는다.

그를 만나야 했던 건 이 단편 때문이니까.

그는 못됐다. 맹인을 맹인이라 칭하고 유색인종을 유색인종이라 부르고 멍청이를 멍청이라 하는 그는 못됐다. 맹인의 아내의 삶을 묘사한 부분도 못됐다. 사실의 나열일 뿐인데 못되게 느껴지는 건 다른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못됨이 마음에 든다.
나와 닮았다. 난 못된 인간이다. 착하지 않다.

대성당을 묘사하는 그와
맹인과 함께 대성당을 그리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왜 다들 카버 카버 하는지.

대성당이라고 해서 장정된 두꺼운 책일 것이고
내용은 무겁고 심각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읽다 보니 그가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맹인을 맹인이라고 하고 유색인종을 유색인종이라 칭하지만 그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떤 나쁜 의도를 숨기려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꺼릴 만큼 나쁜 인간도 아닌 주인공처럼. 겉으로만 위하는 척 미사여구로 꾸며대는 인간들보다 통속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대성당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대성당이 사랑받나 보다. 이런 게 진짜다.

짧고 깊다.

통찰이란 이런 것.
섬광같이 후려치는 무언가가 있는 글.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뺑소니 교통사고 후 패색으로 죽은 아들,
폭력에 휘말려 죽은 자식,
그렇게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먹지 못한다.
자식을 보내고 먹고 있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기에.

빵집 주인은 말한다. 먹는다는 것이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싶어도 살아야 하니까.

운명,

순탄한 삶에 나쁜 일을 겪지.

이 작품에서도 그의 따뜻함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아마도 빵집 주인 같은 사람일 것 같다.
퉁명스럽지만 무례하지는 않고 친절하진 않지만 속 깊은 사람.


레이먼드 카버의 외도


죽었다.
내 안의 어느 부분인가는 죽었다.
죽음과도 같았다.

그가, 그녀가 외도했을 때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경험한다.
당사자는 지나가버릴 것이고 먼 훗날 그런 때가 있었지 회상할 정도의 가벼운 것이라며 별것 아니라고 넘어가달라고 한다.

단편 여러 곳에 외도가 등장한다. '외도' 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외도를 목격한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도로 수십 군데 복부를 찌르고 자살한다. 외도의 주인공 남자는 말한다. 그때 자신도 죽었다고. 내장이 터진 그는 이틀을 살고 죽는다. 또 다른 작품에서 외도를 알고 술에 취해 지내는 아내는 자신은 죽었다고 한다. 어딘가 분명 죽었다고.

레이먼드 카버에게 외도는 죽음이다. 실제로 죽었건 어딘가가 죽었건 말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짧다. 사람에 따라 1, 2년 차이가 있지만 그리 길지 않다.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후 그 사랑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면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지 말라. 그러면 상대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죽음을 겪지 않아도 된다. 사랑을 쉽게 말하는 자를 경계하라. 그런 자들이야말로 외도의 가능성이 높은 인간들이다. 그의 풋내기들에는 알코올중독자 알코올을 즐기는 자들이 많다. 술에 쉬한 자는 맨정신이 아니라서 그릇된 판단을 하기 쉬우며 욕망에 쉽게 넘어간다. 술을 마시지 않는 자도 외도를 한다. 음주가와 비음주가의 외도 빈도에 대한 연구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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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책 전체에서 알코올 향기가 난다.

지금까지 읽은 레이먼드 카버는 따뜻하다.
겉으로는 건조하고 냉정한 듯하지만 속은 따뜻함 사람이다. 알코올중독으로 살았다고 느껴진다.
술 취한 자들의 이야기가 많다.
책 전체에서 알코올 향기가 난다.
그는 마흔 즈음에 금주를 선언하고 죽을 때까지 10년간 지켰다고 한다.
독하다.
술을 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술을 줄였지만 끊지는 못할 것 같다.
술을 끊을 이유 백가지보다 술이 좋은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술을 끊으면 새로운 인생이 찾아올까.


그의 연보를 보면 그는 영재는 아니었다.

그런 환경이나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 벌어 문학으로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을 보면 자신 안의 글쓰기 욕망을 뚜렷이 느낀 모양이다.
자신 안의 욕망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마른 흙과도 같아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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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kmlee 님의 레이먼드카버에 대한 느낌이 궁금하네요.
멋진 오후 되세요.^^

메모해두었습니다. 제가 잊은거 같으면 꼭 상기시켜주세요. 평안한 오후 되세요!

딱 기억해두겠습니다. ^^

저도 읽어야 겠습니다.

인석님의 느낌, 궁금합니다.^^

정말 다들 카버 카버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안 읽을랍니다. 저는 마담 글이 더 좋습니다 ^^

특급 칭찬인데요.
마법사님, 감사히 받아드릴게요.
응원의 메시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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