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f’ movie]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クジラの子らは砂上に歌う, 잔혹하고 아름다운 동화

in #movie6 years ago

293D940A-AB33-4B64-A078-03BAF5AD73BF.jpeg

스팀잇 덕분에 ‘고래’는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고, 아포칼립스(Apocalypse, 종말) 장르의 이야기를 선호하진 않음에도 나를 넷플릭스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 라니! 제목이 정말로 근사하지 않은가. 이 작품을 보기 전, 나는 아주 서정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 고래와 아이들의 교감 같은.



9D6BAEEC-05BB-426C-A5DB-728CE46924E1.jpeg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는 선혈 낭자한 잔혹 동화이다. 그러나 또한 아주 서정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근래 만난 이야기 중 ‘셰이프 오브 워터’만큼 독특하고 또 그만큼 근사했다. 마음에 잔상이 남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는 그 잔상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삶은 고되고 인간은 성가시고 감정은 불편할 뿐.


2456F2A7-6787-49F1-AF49-20B6076096DF.png

누스 파레나. ‘누스’는 고래를 움직이는 심장과도 같다. 심장이며 생명체이다. 누스는 인간의 감정을 먹고 살며 진흙고래가 모래바다를 항해하게 한다. 그러나 진흙고래는 무언가를 잃어버려서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수역(사역이라 해야 하나)를 돌고 있다.



사람의 감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보이지도 않는 감정에 집착할 텐가.



3806A477-E723-4E34-A1BF-70BFFA6A0F3A.jpeg

‘진흙고래’에는 감정을 근본으로 하는 초능력 ‘사이미아’를 가지는 대신 단명하는 ‘인(印)’과 초능력을 갖추진 않지만 장수하는 ‘무인(無印)’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무인이 진흙고래의 통치를 담당하지만 그들은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생명을 지닌 고래섬은 평화로웠다. 섬의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하는 기록계인 표식자는 ‘인(印)’이다. ‘인(印)’이며 표식자의 하나인 ‘챠쿠로’는 어느날, 진흙고래에 다가온 폐허선을 조사하던 중에 ‘리코스’를 만나게 된다. 고래의 인간이 처음 만난 다른 종족의 인간. 리코스가 나타난 후 고래의 비밀을 알게 되고 리코스 종족과의 전쟁으로 많은 ‘인(印)’들이 죽게 되며 고래섬을 떠나기를 갈망하던 ‘오우니’가 누스의 데스모스로 밝혀지는데...



D8E5E347-6CE0-464B-97FC-A2EE1D3E4A1F.jpeg

모래로 녹아들어 간 영혼들이
뿌려지는 모래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서글프고 애잔한 곡조에 맞춰 에마린지 네리인지 모를 누스 파레나의 딸이 춤을 춘다. 진흙고래의 누스인 ‘누스 파레나’는 다른 종족의 누스와는 달리 ‘감정’을 섭취하지 않고 ‘인(印)’들의 ‘목숨’을 섭취하고 있었다. 그러한 누스 파레나의 딸이 고래의 아이들을 위로하다니! 그러나 그 위로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설명할 수가 없다.



11197EB7-6BF4-4FDA-AE2B-8C19D298747B.jpeg

내 세계의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작가 우메다 아비(梅田阿比)는 대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상상했을까? 스토리 뿐 아니라 그림은 또 왜 이리 이쁜 건지? 색감은 어찌 그리 환상적인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또 왜 이다지 훌륭한 건가? 탄식이 절로 나왔다. 넷플릭스에서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 의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동시에 봤는데 두 작품 모두 강추한다. 전혀 다른 장르, 다른 스토리이나 같은 잔상이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을까? 나의 마음을? 당신은? 알 리가 없지, 내맘 나도 모르는걸.



675D4A5F-ABCF-47C6-95EC-0904476E318A.png

우메다 아비(梅田阿比)의 다른 작품이 마구 궁금하도록 만든 ‘고래의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노래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내가 두 번 보는 영화와 책은 드물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번 더 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 보고 싶다. 그 아름답고 낯선 모래바다에서 노래하는 고래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그러나 나는 내가 다시 보지 않을 거란 것을 안다. 시간뿐 아니라 기억마저 잃어가고 있기에. 그러나...



4E514ED5-02D2-44FC-AAE1-472DF67719C9.jpeg

당신과 닿았던 모든 삶은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기록하는 표식자처럼 우리는 영구박제되는 스팀잇에 글을 쓴다. 우리의 그 어떤 기록도 의미있다. 우리에게 닿았던 모든 삶은 기록으로 인해 우리와 함께할 것이기에.









written by @madamf MadamFlaurt
#movie | #think | #animation | #steemit | #whale


[madamf’ movie]


the Shape of Water 사랑의 모양 | 신의 형상이 인간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인가?
대니쉬걸, 젠더가 아닌 관계에 관한 이야기.
The Danish Girl, A Story about not Gender but the most beautiful & ideal relationship.

조제에게..... 진짜 사랑한 사람들은 다시 만나지 못해, 친구도 될 수 없지
세비지 나이트 Savage Nights,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야만적이고 이기적인 사랑
Isabelle Adjani, “Isabelle,I wanna hurt you.” 이자벨 아자니,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동자를 지닌 그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r 아델에게... 첫사랑 중인 소녀와 첫사랑에 실패한 늙은 소녀에게...
Hell or High Water! Lost in Dust, 빼앗기지 않으려면 뺏어야 한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 VS 천장지구 | 사랑 그 이면 裏面, 잔인한 이 사회의 부조리
김태리 <문영> 눈빛이 좋은 배우가 좋다.
영화 <기억의 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기억하지 않을 권리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아름다운 존재는 관심을 바라지 않지, 그러나 나는 관심이 필요하지...
Born to be Blue 아름답고 성실했던 천재, 쳇베이커 Chet Baker
비트제네레이션의 영화 Kill your Darlings | 데인 드한이 연기한 옴므파탈 루시엔 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VS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 마크 러팔로를 한없이 보고 싶다면...
폭풍이 지나간 후엔 모든게 싱그러워 | 라벤더의 연인들, 조슈아벨 with 스팅


A878D0F8-9247-4278-974E-0838CB2A2B46.gif

Sort:  

Very good post my pal always enjoy this post sorry if i am wrong in writing, i just enjoy this.

요새 에바를 쭉 정주행하고 있는데 그게 끝나면 한 번 다운받아야겠네요. 어떤 알쏭달쏭한 서사가 들어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

그림체가 멋지네요. 상상력이 춤을 추는 이야기구요^^ 말씀처럼 제목 정말 근사합니다ㅎ

안녕하세요.국민입니다.
그림체가 멋져멋져 요.
또놀러올께요

봤던 애니군요...
제목과 다르게 내용이 많이 아팠던 ㅠㅠ

일럭님 보셨군요.
아파서 오래 남을 것 같아요ㅠㅠ•

소개해 주시니 보고 싶은 애니군요.

인석님은 보다 깊이 분석하시리라 믿어요.

이렇게 심도있게 이해하셨나요? 우와~~
넷플릭스에서 좋은 것 많이 하나 봅니다. 일본 만화는 뭔가 생각할 꺼리를 주는 것 같아 참 좋은 것 같아요~ 잘 보지는 못하지만..

괜찮은 시리즈물들이 꽤 있네요.
좋다고 생각되면 심도가 상승하는 것 같아요.
기유님, 멋진 금요일 보내요.^^

이제서야 알겠네요!
왜 마담플로르님께,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느낌을 받았는지!
삶의 내공이 ㅎㄷㄷ! ^_^
아..다음에는 태그 다실때 kr-philosophy(철학)를 꼭 넣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마음을 후벼파는 문구가 너무나도 깊은 인상이..

삶은 고되고 인간은 성가시고 감정은 불편할 뿐!
사람의 감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보이지도 않는 감정에 집착할 텐가?
모래로 녹아들어 간 영혼들이, 뿌려지는 모래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내 세계의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당신과 닿았던 모든 삶은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좋네요.. ^_^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2
JST 0.029
BTC 61265.70
ETH 3429.20
USDT 1.00
SBD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