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6] 아이팟 터치와 앱스토어

in #kr6 years ago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이 출시된 후 몇개월 뒤인 2007년 9월에 출시가 된다. 아이폰 기능에서 전화와 메시지, GPS, 진동센서 기능을 삭제하고, 터치 인터페이스를 내장한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로 출시가 되었다. 아이폰보다는 전화와 통신 기능 등 많은 기능이 삭제가 된 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가 된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에 아이팟 터치를 출시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아이폰은 출시 후 애플의 예상보다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생산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제한된 국가에서만 출시가 가능했다. 이러한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출시가 된 것이다. 둘째는 PMP 시장을 흡수하고 하는 의도였다. 크기가 크고 사용이 불편한 PMP를 즉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며, 아이튠즈를 통해서 음악과 동영상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PDA(Personal Data Assistant)의 대체재로 향후 애플의 개발하려고 하는 앱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함께 발표한 iOS를 기존의 스마트폰(노키아나 블랙베리)이라 불리던 다른 기기의 OS나 PDA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개발을 시작한다. 아이폰 출시 전, 애플은 맥킨토시의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아이폰의 개발과 출시가 결정되면서 맥킨토시 운영체제를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대거 아이폰 OS인 iOS에 대거 투입이 되면서 노트북과 데스크탑 운영체제인 맥OS는 출시가 연기가 된다. 애플은 처음부터 아이폰을 작은 컴퓨터의 개념으로 접근했으며, 여기에 필요한 OS는 기존의 PC에서 가능한 성능과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키아나 블랙베리가 기존에 핸드폰(피처폰) 또는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OS에서 출발하여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스마트폰 OS로 사용하고자 했던 것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에 Windows CE라는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많은 PDA에서 사용하던 OS였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CE는 윈도우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으며 PDA가 가진 하드웨어의 제한점 (낮은 CPU 성능과 제한된 그래픽 성능)을 고려한 OS였다. 물론 Windows CE는 PC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을 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중에 윈도우 10을 만들면서, PC 운영체제와 호환이 가능한 유니버셜 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면서 결국 개발 중단을 선언하다. 애플의 iOS를 개발하면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같은 스마트 기기를 작은 PC의 개념으로 정의내리고 이를 위하여 새롭게 설계된 UI와 기능을 넣는 역발상을 통해서 현재까지도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OS 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이폰 출시 후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 사실 아이폰 1세대가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화나 메시지 기능은 당연히 지원을 했을 것이며, 아이튠즈를 통해서 음악과 동영상을 구매하고 감상하는 것은 가능했다. 또한 사파리라는 모바일 브라우저를 통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팟 터치가 출시된 후에도 크게 바뀐 점은 없었다. Wi-fi를 통해서 인터넷을 한다는 점을 빼고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앱들만 사용이 가능했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가 뛰어난 터치 인터페이스와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기기였지만, 애플에서 제공하는 일부 앱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기기였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후 1년 이상이 지난 2008년 7월이 되어서야 아이폰 3G 발표 시점에 앱스토어를 공식적으로 오픈하게 된다. 아이튠즈의 업데이트 형식으로 PC에서 이용이 가능했으며 iOS(당시에는 iPhone OS로 불림)가 버전 2.0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에서 앱 설치가 가능했다. 앱스토어 출시 전에 분기마다 약 1백만대이 아이폰이 판매되던 것이 출시 후에는 약 5백만대 수준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아이폰 1세대의 판매량은 블랙베리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며,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수준이었다. 앱스토어가 출시되고 수많은 앱들이 앱스토어에서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블랙베리와 노키아 같은 기업은 급격하게 쇠락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블랙베리와 노키아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폰 자체라기 보다는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아이폰과 앱스토어 생태계가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아이팟 터치의 판매량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예측은 타당해 보인다. 아이팟 터치보다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난 아이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상대적으로 기능이 삭제된 아이팟 터치는 시장에서 점차 사라져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애플은 개별제품에 대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에는 이례적으로 아이팟 터치의 판매량에 대해서 공식적인 발표를 한다. 전체 iOS를 내장한 스마트 디바이스 중에서 아이팟 터치는 32 %를 차지할 정도로 무시하지 못할 판매량을 기록한다. 2011년에는 아이폰 판매량 자체가 급격하게 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전체 iOS 기기 중에서 32%라는 수치는 판매대수로 치면 기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은 2013년 1분기까지 약 1억대의 아이팟 터치를 판매했다고 발표를 한다. 아이폰같은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2015년부터 판매량은 하락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아이팟 터치 제품이 잘 출시되지 않았지만 아이팟 터치는 애플이 제공한 스마트 기기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분명하다. 아이팟 터치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는 다른 시장으로 분류가 된다. 아이폰이 이동통신기기 분야에서 스마트폰 시장으로 분류가 되는 반면, 아이팟 터치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분류가 된다. 동일한 OS에 동일한 터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두 기기가 접근하는 시장 자체는 다르다. 아이팟 터치가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는 PDA, PMP,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시장의 대체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앱스토어에 게임이 급격한 속도로 증가하면서 휴대용 게임기의 시장까지 잠식하게 된다. (물론 아이폰도 동일하게 게임을 실행할 수 있었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아서 실행할 수 있는 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닌 일반 핸드폰 사용자의 경우, 세컨드 디바이스로 아이팟 터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아이팟 터치의 경쟁자로 PDA나 PMP 등을 넘어, 닌텐도 DS 제품군이나 소니 PSP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가 포함이 된 것이다. 2008년 앱스토어를 발표하면서 500개의 앱이 함께 판매를 시작한다. 500개의 앱중에 1/3은 게임으로 앱스토어 있어서 가장 강력한 컨텐츠가 게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게임에 특화된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서, 아이팟 터치는 초기에는 가볍고 새로운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진행하는 게임들이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새로운 게임 시장을 창출한다. 닌텐도와 소니 PSP가 고품질의 게임을 위한 기기였다면, 아이팟 터치는 누워서 인터넷도 하고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으며, 0.99달러에서 2.99 달러면 누구나가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였다. 휴대용 게임기는 비싼 게임과 별도의 전용 미디어가 있어야 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휴대용 게임기가 게임을 좋아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면,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의 경우는 게임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도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케주얼 게이머까지 고객층을 확대시킨다.

아이팟 터치는 상대적으로 아이폰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서, 음악, 동영상, 앱, 게임까지 모두 즐길 수 있었으며, Wi-fi를 통해서 인터넷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스마트 기기이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며, 터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가볍지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고가의 아이폰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나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이팟 터치가 MP3플레이어나 PMP등의 대안재로 충분히 고려할 만했기에 예상보다 커다란 성공을 했다. 앱스토어가 이러한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앱스토어가 없는 아이팟 터치는 시장에서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앱스토어는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로써 애플 생태계의 핵심이다. 앱스토어 대한 내용은 별도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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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아이팟은 정말 필요한 기기였을까?
3장1.아이리버의 성공과 실패
3장2.클릭 휠 – 돌리고 돌려라, 아니면 셔플
3장3.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상관관계
3장4.나이키의 선택
3장5.아이팟의 동영상 기능과 커버플로우


2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이나 기술의 공통점은 ? : 인터페이스 혁신 불감증

2장1.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코닥의 몰락
2장2.침몰하는 소니 왕국
2장3.모토로라, 휴대폰의 리더에서 추락하다
2장4.노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장5.노키아의 전철을 밟은 블랙베리
2장6.CD와 DVD는 왜 사라지고 있는가?
2장7.어도비 플래시의 착각
2장8.마이스페이스의 추락


1장.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의 발달 -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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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글 감사하셨습니다~
이벤트 글 저자보상이 나왔습니다. 두분께 1/2씩 드렸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계속 연재할께요

결국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생태계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생태계만아니면 떠나버....

지금은
새로운 생태계만들기가 정말 어렵긴합니다.

스팀잇이 성공하면 SMT도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서 SMT가 제대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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