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4] 노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shinss61 (53)in #kr • 6 years ago (edited)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4년(1998~2011년)간 1위를 기록한 최고의 기업이었다. 2007년 말에는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노키아의 주가총액은 핀란드 전체 상장사의 60%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이었다. 그러나 2007년을 기점으로 노키아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노키아 성공의 이면에는 잘 조직된 플랫폼 전략과 조직 문화, 핵심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잘 작동했다. 노키아는 국내 시장에도 진출하였지만 삼성과 LG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경쟁에서 실패로 인해 철수를 한다.

초기 노키아는 제지회사에서 출발해서 1992년이 되면서 휴대폰 사업을 제외한 제지, 고무 사업등을 정리하고 휴대폰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노키아의 성공에는 경영 전략, 기업 문화, 기술력 등 다양한 성공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인터페이스 혁신에 대해서 간과하지는 않았다. 1998년,노키아는 노키아 6100 시리즈를 약 4천 100만대 판매를 하면서 모토로라를 2위로 밀어내고 휴대폰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같은 해에 노키아 881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스타텍 등 기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안테나 내장형 휴대폰을 출시한다. 지금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1990년대에는 전파를 보다 원활히 수신하기 위해서 안테나를 휴대폰에서 뽑아서 통화를 해야 했다. 노키아는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 존재하던 인터렉션(안테나를 뽑거 넣는 일련의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통화를 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단계 자체를 간소화 시켜버렸다.

노키아는 2001년 The Nokia 7650 을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를 출시하게 된다. 같은 해에 3650 시리즈에는 영상까지 녹화가 가능한 휴대폰을 출시한다. 이 시기에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하나의 기기나 서비스에 모든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는 현상을 말한다(위키백과). 즉,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 인터페이스들이 통합되어 제공되는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노키아를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혁신을 통해서 성공한 기업으로 정의내리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노키아의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적합한 인터페이스 제공을 통해서 성공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점을 간과하지는 말자.

노키아를 몰락의 길로 인도한 것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부터이다. 물론 애플에서는 아이팟 터치라는 과도기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디바이스가 존재했었지만 이를 눈여겨 본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노키아는 에릭슨, 모토로라, PSION 등과 함께 심비안이라는 회사를 1998년에 설립하여 PDA와 휴대폰의 OS를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심비안은 나중에 노키아가 인수를 한다. 심비안을 휴대폰 OS에 적용하였으며, 다양한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장악한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이 출현할 것을 대비하여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라는 단말기를 출시한다. 이 스마트폰에는 이메일, 팩스, 인터넷, 지도 기능 등이 내장되어 있었다. 2006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6천만대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장 크기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의 새로운 시장 정도라는 인식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도 그리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았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스마트패드)라는 개념을 이미 애플의 아이폰/아이폰 출시 10년 전부터 이해하고 있었으며,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노키아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기에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급격하게몰락하게 되었을까?
모토로라가 RAZR라는 폴더폰을 출시하면서 일반 휴대폰 시장은 급격히 폴터폰 타입의 슬림한 디자인으로 전환 되고 있었다. 그러나 노키아는 바 타입의 휴대폰만 고집하고 저가의 휴대폰을 쏟아 내면서 스스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또한 아이폰의 출시되면서 아이폰과 같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의 위협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는 차후 살펴볼 블랙베리도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게된다. 또한 휴대폰에 최적화된 UI 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심비안 OS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전환이 너무 늦어서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모토로라나 노키아 뿐만 아니라 거대 휴대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애플의 스티비 잡스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1%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애플의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노키아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많은 제조사들이 애써 무시했던 아이폰은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기존의 휴대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에 노키아는 심비안 OS가 아닌 마에모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하게 된다. 심비안은 오래된 플랫폼으로 터치 인터페이스와 넓은 화면에서 이용하기에는 불가능했기에 리눅스 기반의 마에모 운영체제를 개발하게 된다. 노키아는 인텔이 개발하던 리눅스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모블린과 프로젝트를 통합하여 미고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하여 iOS와 안드로이드에 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키아는 인텔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운영체제의 신뢰성과 성능을 높이고자 했지만, 두 거대 기업 개발팀간에 문제가 자주 발생했으며 개발 과정은 점차로 길어지게 된다. 다른 휴대폰 제조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OS 시장을 점령하게 된다. 2011년도에도 노키아의 OS를 사용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1세대 제품보다 떨어졌으며, 안드로이드가 시장 점유율에서 심비안을 추월하고 만다.

노키아는 이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윈도우 폰을 출시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 OS에서 존재감이 없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에 의해서 뒤처진 노키아의 제휴는 양사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앱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 이미 애플은 무료 개발도구와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소트프웨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생태계를 조성했으며, 안드로이드도 유사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사용자는 새롭게 출현한 윈도우 폰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쓸만한 앱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개발자도 사용자가 많지 않은 윈도우폰용 앱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노키아는 후에 안드로이드를 도입하여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지만 시장은 이미 국내의 삼성과 중국의 안드로이폰 개발사에 의해서 점령된 후였다. 삼성전자도 노키아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지만, 자사의 핵심 능력으로는 OS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자체 OS 개발과 안드로이드 도입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서 갤럭시라는 안드로이드 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노키아의 몰락은 사용자의 이용형태가 터치 인터페이스 도입에 따라서 근본적으로 바뀔 수 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이 크다. 이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빠르게 준비해야 했지만, 휴대폰의 성공에 안주하고 심비안에 너무 집착하면서 부터 몰락하게 된 것이다.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사로서 안드로이드를 즉각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OS는 기기와 사용자의 인터렉션의 접점을 제공해주는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이다. 이러한 헤게모니를 1위 업체인 노키아가 놓치려고 하지 않았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늦은 의사결정은 경영학 교과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 노키아가 삼성과 같은 전략을 취했으면 현재 어떠한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