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2] 클릭 휠 – 돌리고 돌려라, 아니면 셔플

in #kr6 years ago (edited)

애플은 프로젝트를 비밀스럽게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애플에서 개발하는 정보가 2000년대 초에 비해서 많이 유출되는 편이다. 스티브 잡스 시대에는 애플의 비밀주의는 철저하게 지켜졌다. 아이팟 프로젝트도 이런 비밀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2001년 필립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토니파델은 PDA 개발하면서 초고속 승진을 하던 뛰어난 엔지니어였다. 한국의 MP3플레이어가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에 필립스를 그만두고, Fuse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직접 휴대용 음악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소니와 협상을 시도하지만 소니에서 거절을 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제안하지만 이마저도 실패를 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애플은 토니파델에게 비밀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8주간의 단기계약을 제안한다. 애플 경영진은 8주간의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 진출할지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토니파델은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기존 MP3플레이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발된 시제품을 공개하고 애플이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서 어떠한 기회가 있는지 설명한다. 일주일 후에 애플은 정식으로 아이리버가 장악하고 있던 MP3플레이어,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 진출을 결정하고 아이팟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애플은 휴대기기 제조에 대한 경험이 없을 뿐더러 스티브 잡스가 요구한 연내 출시를 위해서 포털 플레이어사와 제휴하여 기기를 제조하기로 결정한다. 이때 토니파델은 포털 플레이어사에 향후 애플은 음악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얘기로 설득을 하게 되고 이런 비전에 동감한 포털 플레이어어사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애플이 아이팟을 정식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인터페이스였다. 휴대용 음악기기의 특성상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로 제작을 해야 했다.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MP3플레이어는 정보를 표시하는 화면의 크기가 매우 작았으며, 정보를 확인하면서 조작을 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인터페이스르 가지고 있었다. 아이팟을 제작하면서 작은 화면을 2인치 크기로 확대하여, 보다 쉽고 편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화면에 들어가는 요소인 UI도 이에 맞게 구성하고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추가함으로써 사용자 인터렉션을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버튼 자체도 모두 삭제하고 싶어했지만 최소한으로 남겨놓는 것으로 타협을 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리버같은 MP3플레이어에 많은 버튼이 추가되고 사용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생각했다. 스티브잡스는 극도로 단순화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세 번 이내에 원하는 곡을 찾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토니 파델에게 애플 경영진 중 한 명인 필 쉴러는 클릭 휠 인터페이스를 고려해보라는 조언을 한다. 클릭 휠이 적용된 여러 전자기기의 샘플을 보여주고 이를 활용하면 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1,000곡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아이팟에서 음악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제공은 아이팟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클릭 휠 인터페이스와 연계하여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 빠른 반응을 보이는 액정 화면, 그리고 직관적인 애니메이션의 결합은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만일 버튼만으로 수 많은 곡 중에 하나를 찾는다고 상상해보라. 아이팟에 클릭 휠이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랬다면 과연 아이팟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2001년 10월 23일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모두 소장한 음악을 1,000곡이나 담을 있다는 내용과 조깅이나 이동 중에도 들을 수 있도록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 크기라는 점을 직접 보여주며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아이팟에 음악을 넣고 관리할 수 있는 아이튠즈는 아이팟 발표 8개월 전에 출시를 하였고, 아이튠즈는 나중에 아이팟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로 작용한다. 애플의 아이팟은 출시 후에 곧바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성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비록 기기 자체가 뛰어난 디자인, 성능,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약사항도 존재했다. 아이팟은 출시 후 컬트적인 반향이 생기면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기존 MP3플레이어나 CDP의 경우, 이어폰의 색상은 검은색이 일반적이었다. 애플은 아이팟의 본체 색상과 맞추기 위해서 흰 색 이어폰을 제공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흰색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이팟 사용자이며 컬트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점차로 사용자가 많아지게 된다. 애플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흰 색 이어폰을 광고의 전면에 내세우며 감각적인 색상의 그래픽, 흰 색 이어폰을 결합시킨 광고를 진행한다. 그렇지만 초창기 아이팟은 3세대까지 자체 개발한 통신 인터페이스 표준(Firewire)을 사용했으며, 이는 애플의 맥킨토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은 3세대 아이팟 이후부터 윈도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USB를 지원하기 시작한다.

애플은 아이팟의 성공 이후에, 2004년 아이팟 미니를 출시하게 된다. 아이팟 미니는 아이팟보다는 저장 용량이 작아졌지만, 보다 소형에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였으며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아이팟 미니 출시 후 애플은 휴대용 음악기기에서 90%의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플래시 디스크의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이에 애플은 새로운 MP3 플레이어 개발을 시작한다. 2005년 애플은 아이팟 셔플이라는 플래시 디스크를 이용하고, 스크린이 생략된 작은 휴대용 음악기기를 출시한다. 가격은 애플의 다른 아이팟 제품에 비해서는 파격적으로 낮아졌으며, 플래시 기반의 MP3플레이어 제조사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히게 된다. 출시 후 2개월 만에 플래시 기반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서 43%를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그 후 한 달만에 58%가 된다. 아이팟 셔플은 "인생은 랜덤(Life is random!)"이라는 문구와 함께 판매가 되었으며, 화면이 사라진 대신에 셔플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생략되면서 Voice Over라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게 된다. Voice Over 기능을 아이튠즈에서 활성화하고, 이어폰에 내장된 터치 인터페이스를 터치하는 횟수에 따라서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했다. 클릭 휠을 내장하기에는 작은 크기라 이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버튼으로 대체가 된다. 아이팟 셔플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악세서리도 제공을 한다. 조깅을 하면서 팔에 장착하고 음악 감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암밴드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주머니 속이나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팟 셔플을 조깅과 같은 상황에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인터페이스이다.

아이팟 제품군의 성공은 뛰어난 디자인과 섬세한 인터페이스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팟 제품들이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집착과 같은 고집과 애플의 심플한 디자인 철학이 만나서 MP3플레이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아이튠즈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애플이 최신 기술을 제일 먼저 개발하는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라는 요소를 최대로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디자인적인 만족감과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성공한 회사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로 성공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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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아이팟은 정말 필요한 기기였을까?
3장1.아이리버의 성공과 실패


2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이나 기술의 공통점은 ? : 인터페이스 혁신 불감증

2장1.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코닥의 몰락
2장2.침몰하는 소니 왕국
2장3.모토로라, 휴대폰의 리더에서 추락하다
2장4.노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장5.노키아의 전철을 밟은 블랙베리
2장6.CD와 DVD는 왜 사라지고 있는가?
2장7.어도비 플래시의 착각
2장8.마이스페이스의 추락


1장.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의 발달 -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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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도 45이하 스티미언 지원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7] 4월 27일까지 [7/7]을 채우시면 이벤트 수료 기념으로 1SBD를 추가로 드립니다. 보팅하고 갈게요.


보팅금액 맞추기가 힘드네요 내일 오늘 못해드린것 까지 합쳐서 더 해드리겠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놀랍도록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아이팟의 성공요인이였군요 ㅎㅎ 복잡한 기능은 모두 배제한..

넵, 이제 곧 명성도가 45를 넘겠네요. 생각보다 명성도가 빠르게 증가하네요. 이제 시작한지 22일 정도 된거 같은데요...
지원 이벤트 감사드립니다~~~

공유 한 정보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Thanks @shinss61

계속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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