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1] 아이리버의 성공과 실패

in #kr6 years ago

이제부터 3장 연재를 시작합니다.

3장 - 아이팟은 정말 필요한 기기였을까?


새한정보통신은 1998년 세계 최초로 MP3를 휴대용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는 MP3플레이어를 발표한다. 당시 MP3는 PC에서 주로 사용하던 음악 포맷이었으며, CD 플레이어를 통해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새한정보통신의 '엠피맨 F10" 16M의 저장 용량에 5곡 정도의 MP3 음악을 저장할 수 있었으며, 아주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제품이었지만 CD없이도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아이리버(레인콤에서 사명을 제품명으로 변경)는 김영세 대표의 이노디자인에 새롭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의뢰하여 '아이리버 프리즘'이라는 뛰어난 디자인과 휴대성을 가진 MP3 플레이어를 발표한다. 아이리버 프리즘 성공에 힘입어, MP 3플레이어 시장에서 국내 1위 업체로 등극한다. 또한 잠수함을 본 뜬 디자인을 가진 후속 모델인 '크래프트'가 국내 처음으로 단일 품목 백만대 판매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는 국내 시장의 75%, 세계 시장의 25%를 점유하면서 가장 혁신적인 벤처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IT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전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2002년 1,300만대, 2004년 6,500만대, 2008년 약 1억 8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었다. MP3플레이어 시장은 CD플레이어 같은 기존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가 휴대성이 뛰어난 플래쉬 메모리기반 MP3 플레이어로 대체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에 따라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경쟁자도 많아 진다.

삼성전자도 옙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참여하고, 코원같은 벤처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경쟁은 점차로 치열해진다. 아이리버는 시장의 선도 제품과 브랜드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경쟁사의 출현과 애플이 아이팟을 발표하면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뛰어난 디자인과 휴대성은 경쟁사도 쉽게 모방할 수 있게 되고, 고급형 MP3플레이어라는 이미지를 지속시키 위해서 수많은 신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MP3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맷의 음악 파일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넣는다던가, 모바일 플래시 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점차로 기능이 많아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기존 제품과 큰 차별점이 없는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을 수시로 출시하면서 사용자가 외면하기 시작하고, 노이즈 발생과 같은 버그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점차로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한다.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리버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노키아나 블랙베리가 그러했듯이 아이리버는 시장의 리더라는 자만심이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시의 아이리버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술력으로 승부를 내려는 전략 고수하며 보다 많은 기능과 버튼들이 아이리버 제품에추가되기 시작한다. 뛰어난 디자인과 휴대성으로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린 아이리버가 아이러니하게도 소니의 워크맨이 취했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많은 기술기반 기업들이 흔히 범하게 되는 전략적인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최대한 많은 기능을 제공해야만 소비자는 최신 제품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가정을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단순하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에 충실하고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 우선 고려 대상이지 복잡하고 많은 최신 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꼭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가격 요소도 중요한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리버는 이러한 실수를 똑같이 답습하면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최대한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편리함을 갖춘 애플이 아이팟이 출시되었을 때도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아이리버0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에 아이팟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팟이 MP3플레이이어 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아이리버는 또 한 번 커다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아이리버는 2005년 H10이라는 하드디스크를 내장하고 터치 스크롤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애플의 아이팟과 경쟁에 나서게 된다. 애플의 로고를 비유한 사과를 깨무는 도발적인 광고를 전세계에 공개하면서 타도 애플을 외친다. 그러나 애플의 클릭 휠 인터페이스를 모방한 터치 스크롤에서 감도 문제가 발생하고, 함께 공개한 아이리버 플러스 프로그램이 아이튠즈에 비해서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 경험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이리버는 제품은 반품이 되는 사태를 맞게 되고,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다. 아이리버는 이러한 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PMP(Portable Media Player) 시장에 진출하지만, 당시 다른 기업의 제품과 유사하게 커다란 제품 크기와 불편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선명하지 않은 LCD 화면 등으로 인해서 시장에서 실패하게 된다. PMP 시장은 터치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애플의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등장 시장에서 사리지고 만다.

아이리버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애플 아이팟의 전세계적인 성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내용에서 살펴보겠지만, 새롭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하고 디자인까지 뛰어난 제품과 경쟁하기란 쉽지가 않다. 디자인은 모방을 통해서 쉽게 따라잡을 수 있지만 인터페이스는 오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기업들은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제품이 등장했을 때 쉽게 몰락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된다. 현재의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이라는 브랜드로 고음질의 휴대용 음원 플레이어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성공 DNA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그 동안 비싸고 무거운 음향기기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고음질의 음원을 상대적으로 저자(출시 당시 70만원 정도)이며 작고 가벼운 기기에서 들을 수 있게 휴대성을 개선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결국 아이리버는 새로운 하드웨어로서의 인터페이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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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이나 기술의 공통점은 ? : 인터페이스 혁신 불감증

2장1.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코닥의 몰락
2장2.침몰하는 소니 왕국
2장3.모토로라, 휴대폰의 리더에서 추락하다
2장4.노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장5.노키아의 전철을 밟은 블랙베리
2장6.CD와 DVD는 왜 사라지고 있는가?
2장7.어도비 플래시의 착각
2장8.마이스페이스의 추락

1장.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의 발달 -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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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프리즘을 쓰며 참으로 만족했었습니다. 아이리버라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공하며 커가길 바라기도 했고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기업입니다.

명성도 45이하 스티미언 지원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 4월 27일까지 [7/7]을 채우시면 이벤트 수료 기념으로 1SBD를 추가로 드립니다. 보팅하고 갈게요.


잘읽었습니다.
저도 어렸을때 아이리버 mp3를 갖고 싶었고 아이리버 mp3중에 조금 비싼 모델은 얘들한테 선망의 대상이였죠. 근데 어느 순간 안보이더라구요. 아이리버의 몰락의 원인은 결국 인터페이스였군요 저는 아이리버와 아이팟 둘다 안써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번외편같은걸로 스팀잇과 타 sns의 인터페이스 비교에 대한 글도 쓰면 반응이 괜찮을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매우 궁금하기도 합니다 shinss님의 생각은 어떠실지...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한번 글을 써보는것도... 많은 분들이 shinss님 의견을 궁금해할듯 합니다 ㅋㅋ 저 또한 shinss61님같이 인터페이스에 대해 깊은 통찰이 있으신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ㅎㅎ

네, 한번 시간내서 써보겠습니다.
뒤에 유사한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이벤트 감사드려요.

추억이 깃든 아이리버네요. 지금도 집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텐데. 제가 산 모델은 건전지가 아닌 usb케이블을 이용한 충전식이었고, 매우 잘 사용했습니다. 당시 휴대전화는 음악듣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때 아이리버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뛰어들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보게 되네요. 좋은 글 시리즈 감사합니다. 팔로잉하고 갈게요^^

개인적으로는 뒤에 나오는 내용이 더 재미있으실 거예요.

계속 읽어주세요 ^^*

네~ 좋은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지금 보니까 저 사진의 아이리버, 버튼히 굉장히 많네요..ㅎㅎ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만에 빠지거나 궁지에 몰리면
악수를 두는 것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ㅠ

프리즘 디자인 빼고는 다른 제품들은 그리 눈이 가지는 않았었습니다.
예전 CEO였던 양덕준 대표님도,
자만이 회사의 몰락의 길로 인도했다고 후회하신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네요

고등학생 때 참 많이 쓰고 부러워했던 아이리버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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