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3] 모토로라, 휴대폰의 리더에서 추락하다

in #kr6 years ago (edited)

모토로라는 1928년에 설립되어 1930년대에 최초의 차량용 무전기를 개발하였다. 또한 1956년에는 일명 삐삐(무선 호출기)라 불리는 무선 통신기를 최초로 개발하여 병원 중심으로 보급했다. 1969년 달에 착륙하여 "인간의 작은 발걸음 하나지만 그러나 인류에게는 큰 발걸음" 이라고 말한 닐 암스트롱 선장의 생생한 육성이 지구에 전달된 것은 바로 모토로라가 개발한 우주통신용 무전기를 통해서였다.1973년에는 인류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하였으며 1983년에 최초로 상업용 휴대전화로 승인을 받았다. 1980~90년대에는 맥킨토시에 사용하는 CPU를 개발하였으며 무선 통신 뿐만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스타텍과 RAZR라는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휴대전화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러나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되고, 2014년에는 다시 레노버에 매각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현재는 그 존재조차 미미하다. 휴대전화의 성공이후, 불과 20년 사이에 모토로라에게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

1996년 모토로라는 스타텍이라는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공전절후한 성공을 하게 된다. 그 당시 휴대폰은 한마디로 벽돌과 같은 모양에 휴대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기기였다. 그러나 이동 중에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인해서 점차로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기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 전에는 삐빠라는 무선 호출기가 유선전화를 대신해서 사람과 사람간의 연락을 담당하는 인터페이스였다. 국내의 경우에는 PCS라는 과도기적인 제품이 등장을 했었지만(발신 전용으로 커버리지가 넓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삐삐와 PCS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모토로라 스타텍은은 당시 다른 휴대폰이 가지고 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휴대성을 극대화하면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스타텍은 휴대폰이라는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로써 획기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 자체의 하드웨어적인 인터페이스 자체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성공에 이룰 수 있었다.

스타텍은 기존의 대부분의 휴대폰이 바(Bar)타입이었던 반면에 최초로 폴더형으로 개발된 휴대폰이었다. 폴더형 휴대폰인 스타텍은 기존의 휴대폰이 크기가 크고 휴대하기가 불편했던 점을 개선한 스타텍은 쉽게 접어서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였다. 또한 통화시 폴더를 펼치게 되면 보다 쉽게 귀와 입에 밀착하여 통화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기술이 발전으로 이런 인터페이스 자체가 그리 의미있다고 보기는 힘들어지지만 당시에는 쉽게 주머니에 넣을 수 있고 폴더를 펼치면 통화하기가 편하다는 개념은 분명 혁신적인 것이었다. 또한 작은 크기로 인해서 주머니에 휴대 시에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진동기능도 탑재하였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최초로 햅틱 인터페이스(진동)도 탑재한 셈이었다. 지금이야 진동 기능(햅틱 인터페이스)가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하기 힘들었겠지만 당시에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다는 자체가 고가의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했다. 휴대폰의 벨소리는 현재처럼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공해의 일종이 아니라 최신 기기를 가지고 있다는 신호 정도로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진동 모드가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모토로라가 단순한 진동(햅틱 인터페이스_를 넣은 이면에는 타인이 벨소리로 인해서 방해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넣은 기능이라기 보다는 사용자가 벨소리를 듣지 못해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진동을 통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햅틱 인터페이스를 넣은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결국은 사용자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04년 모토로라는 RAZR(레이저)라는 휴대폰을 출시하여 1억대 이상 판매하면서 다시 휴대폰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된다. 1990년대 말부터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모토로라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모토로라 RAZR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고, 휴대폰 시장에서 트랜드 리더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모토로라는 스타텍을 통해서 휴대폰이라는 인터페이스가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편리하지만 약간은 거추장스러운 물건에서 쉽게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도 작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휴대폰을 생산하게 되면서 이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이 때 개발한 제품이 RAZR이다. 당시 대부분의 휴대폰이 비록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지만 아직도 크기가 작지는 않아서 주머니가 불룩하게 퀴어 나오고 이동 시에 상당히 거추장스러웠다. 당시의 휴대폰은 철저히 기술 위주의 기능적 제품이었다. RAZR는 여기에 새로운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적용하여 휴대폰의 패션 시대를 열게 된다.

당시 휴대폰의 버튼은 고무로 되어 돌출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버튼이라는 인터페이스는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돌출되어 있었으며,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이는 당연히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인터페이스였다. 지금 TV의 일반적인 리모콘을 상상해보면 될 것이다. 모토로라 RAZR에 사용된 버튼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것과 차원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얅은 금속판에 숫자가 인쇄되어 있으며, 이를 클릭하면 입력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서 모토로라는 기존 버튼이 차지하던 두께만큼의 공간을 줄여서 보다 얇은 휴대폰 제조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서 휴대폰이 단순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아닌 패션의 일부로 여기게 되는 트렌드를 창조하게 된다. 버튼이라는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용자라도 모토로라의 평판 키패드를 보고 전화를 거는데 불편함을 느낄 이유는 없었으며 이는 인터페이스 설계에 있어서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심미성을 가미하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모토로라 RAZR의 일체형 금속 키패드 인터페이스 도입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사실 이 일체형 금속 키패드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기업은 국내의 삼영테크놀러지라는 중소기업이다. 삼영테크놀러지는 시계 문자판 공정에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얇은 금속판에 번호와 문자를 새긴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개발했다. 삼영테크놀로지는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국내의 휴대폰 제조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당시의 제조사들은 휴대폰 자체에 첨단 기능을 보다 많이 추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디자인 자체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금속판이라는 특성상 전파 방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러한 시기에 삼영테크로로지는 모토로라를 통해서 RAZR에 금속 키패드를 납품하게 되면서 모토로라의 히트작이 탄생하게 되었다.

모토로라는 RAZR의 성공 이후, 새로운 시도대신 RAZR와 유사한 Me Too 제품만을 생산하게 되면서 스스로 몰락하기에 이른다. 기존의 트렌드 리더로써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터페이스의 혁신자로써 시장에서 성공했으면서, 지속적인 혁신 노력이 부족했으며, 노키아와 같은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결국은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에 되었다. 기술 중심의 회사들이 흔히 겪게 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터치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면서 모토로라는 이제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브랜드가 되고 만다.


인터페이스 혁신 이전글

2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이나 기술의 공통점은 ? : 인터페이스 혁신 불감증
2장1.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코닥의 몰락
2장2.침몰하는 소니 왕국

1장.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의 발달 - 글모음

Coin Marketplace

STEEM 0.15
TRX 0.12
JST 0.025
BTC 54441.42
ETH 2433.25
USDT 1.00
SBD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