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오마주 #1

in #kr6 years ago (edited)

얼마 전에 언급한대로, 보상 기간이 지난 타인의 글을 한번씩 재발굴하여 소개하기로 했다. 이러한 행동에는 내 마음에 드는 글이라는 전제는 물론이고,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한 글이라는 생각도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글을 쓰는 분들 중에, 가끔은 함께 건설적인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분들이 있다. 이곳에 커뮤니티-SMT가 나오게 되면 소수의 사람들과 웹진 형태의 기획을 해볼 생각이다.

원래 팀워크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한 분 한 분이 글을 자유롭게 쓰도록 편하게 해드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혼자서도 충분히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굳이 모인다는 것, 세상을 보는 각자의 틀로, 제각기 다른 세상을 그려낼 것이면서 굳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상당히 두터운 신뢰가 이미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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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분의 전문 분야는 음악이지만, 모든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글 위주로 발췌했다. 이 분에게 음악은 일단 직업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생활의 흐름 속에서 너무나 잃어버리기 쉬운 성냥불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음악에 대해 글을 쓸 때 그것은 직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생활을 거스르기까지 하는 그 무엇일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 유지된다면, 정말로 엄청난 연료의 성냥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생활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삶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웹진의 성격 역시 교양이나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으로서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를 무조건 쉽고 말랑하고 씹어먹기 좋게 만들어서 그 목적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글을 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품고 키워나가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충분히 독자적이면서도 충분히 끈끈하게끔 필진을 일단은 일곱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은 귀띔을 주시면 좋겠다. 에둘러 말씀하셔도 알아들을테니, 약간의 관심 표명으로 충분하다.)

그럼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 얹어놓고,@jazzsnobs님의 글에 자리를 내드리기로 한다. 여러 글에서 조금씩 발췌했기에, 한꺼번에 과식하지 말고 시간이 허하는 만큼 하나씩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아래의 글은 전부 @jazzsnobs님의 블로그에서 [오마주] 프로젝트로 재발굴, 발췌하였습니다. 모두 보상기간이 만료된 글로, 이 오마주 포스팅의 SBD 수익은 전부 @jazzsnobs님께 전달이 됩니다.

소개

삼십 대 중반에 꿈꾸던 삶은 이랬다. 직업으로 음악을 하고 부업으로 글을 쓰는 것. 부업이라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기를 바란 것은 아니고, 취미로 끄적이는 수준은 넘어서고 싶었다는 뜻이다. 내 글에 달린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끝이 아니기를 원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십 대가 되니 직업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되어 있었고, 음악이 부업으로 밀려난 듯 했다. 글쓰기는 어느새 저 뒤편에 물러나 있었다...[중략]...
어제 오늘 학교에서 일이 바빠 저녁에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적당히 쉬다가 열 두 시쯤 잠자리에 들고 내일 또 여섯시 반쯤 일어나면 되는 거였다. 이정도면 제법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무어라도 써내려가야 한다. 전문 보기

라디오 듣는 초등학생

언제 듣더라도 기억을 어린 시절로 되돌려보내는 곡이다. 초등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마룻바닥에 엎드려서는 만화책을 읽던 그 시절, 머리맡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

친구가 별로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동네는 두 살 위인 형 또래의 아이들로만 가득했다. 깍뚜기로 끼어 동네 야구를 해도 재미있지 않았다. 원래 깍뚜기란 그런 존재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룰을 적용받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럴때 더 외롭다.

감정은 예민했고 늘 화가 나거나 슬펐다. 말이 없는 아이, 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는데 과연 내 부모님이 그런 걸 걱정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운동과 미술을 못 했지만 공부는 제법 잘 했으니까. 만화가 아니어도 집에 있는 책은 죄다 읽었다. 스무 권 짜리 백과사전이 책장에 꽂혀 있었고 더이상 읽을 책이 남아있지 않던 나는 백과사전을 아무거나 꺼내어 읽어나갔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

라디오에서는 늘 새로운 음악과 늘 똑같은 지나간 음악들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아직 영어를 모르던 나는 디제이가 알려주는 곡 제목과 가수를 기억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곡들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일주일 뒤건 아니면 몇 달이 지난 다음이건. 하지만 모든 곡을 기억할 수는 없으니 어떤 곡들은 마음에 새겨진 채 조금씩 잊혀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희미해진 상태로 내 안에 가라앉아있던 이 곡을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전문 보기

10대 시절의 올댓 재즈

음악을 좀 많이 좋아하는 것 뿐이었다. 피아노가 싫어 도망쳤던 일곱살 즈음에서 몇 해가 지나자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중학생이 되어 기타를 치기 시작했지만 음악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얼핏 듣기로 클래식 기타로는 음대에 진학할 수 있다고 했지만 크게 관심가지 않았다. 공부를 곧잘 했고, 그러면 그냥 그렇게 대학에 가는거였다. 그러다 결국 재즈를 만나게 되었다.

1993년의 이태원은 미군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알려져 있었고, 작은 건물의 3층에 자리한 올댓재즈는 아는 사람의 뒤를 따르지 않으면 도통 발을 딛기 어려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다보면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참에는 회색 공중전화가 있었다. 거기에서 한 번 더 꺾어 3층에 오르면 유리창과 유리문 덕분에 안이 훤히 보였다. 전문 보기

전자상가의 대학생

대학교에 진학할 때 어쩌다보니 학비가 좀 싼 곳으로 가게 되었고, 부모님은 조금 덜 내는 등록금 만큼 나에게 선물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나는 서점에 가서 오디오 잡지를 두어 권 집어들어 몇 번 읽었다. 내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유한계급의 취미생활인 면이 강한 하이파이 오디오 세계에서 내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기의 정보는 없었다. 물론 이 역시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없던 시절 얘기다.

무작정 용산 전자상가로 갔다. 기기를 청음할 때 자신이 잘 아는 음악을 들고 가면 좋다는 얘기를 읽었기에 두 장의 씨디를 들고 갔었다. 하나는 퀸시 존스의 Back On The Block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학교 일 학년 학생이 혼자 등록금의 반절 정도를 들고 오디오 샵을 어슬렁 거리는 게 흔한 광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땐 드디어 내 방에 둘 오디오가 생긴다는 생각에 기뻤던 마음밖에 없었고, 바가지를 쓰면 어쩌지 하는 염려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을까, 두 번째로 들어선 수입 오디오 매장에서 아저씨는 지금 생각해도 제법 친절하게 이것저것 들려주며 설명을 해 주었다. 첫 번째 매장에선 나를 지나가던 고양이 정도로 쳐다봤었다. 전문 보기

90년대의 카페

90년대에는 그런 카페가 유행이었다. 전면을 통유리로 장식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물론 안에서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마음껏 볼수 있었다). 아마도 기성세대들의 공간이었던 다방의 폐쇄성에 대한 반작용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쿨하고 싶어하던 이십대의 젊은이들은 그런 카페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각각의 테이블 위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었고, 카페의 한 구석에는 언제나 공중전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들 주머니 속에는 삐삐를 하나씩 넣고 다니던 시기란 뜻이다. 물론 아저씨들은 허리에 삐삐를 찬 채로 어두침침한 다방 한 구석에 모여앉아 어떻게든 여종업원을 희롱하려 했었다. 그렇다면 아저씨들에게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시대의 그런 카페에서는 종종 볶음밥이라던가 스파게티와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를 팔곤 했다.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해결하고 커피까지 마신다는 것은 서너 시간을 한 곳에서 죽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다지 할 일도 없는 젊은이들이 서넛 모여앉아 함께 무료함을 나누는 광경에는 밖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가 어느정도 필요했다.

사업자금이 좀 부족한 주인은 지하에 가게를 내기도 했다. 보통 그런 카페는 낮에는 커피, 저녁 이후 시간에는 맥주를 팔 요량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대개는 한 벽면 가득 커다란 스크린을 내려놓고 영화나 뮤직 비디오 등을 틀어놓곤 했다. 지하에 통유리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좀 어둑어둑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빔 프로젝터와 LD플레이어-LP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리고 벽면 구석구석에 매달린 BOSE의 큐브스피커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 구석에 바가 있고 말리부며 베일리스와 같은 리커들이 제법 이국적으로 진열된 그런 카페에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다들 목이 긴 밀러 한 병을 홀짝이고 있었다. 지금의 아디다스 슈즈만큼이나 흔한 광경이었다. 전문 보기

유학 시절

편곡 수업을 맡던 Paris Rutherford란 교수님이 있었다. 머리는 완전히 백발이 된 지 오래인 할아버지라 그에 걸맞는 괴팍함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왕년에 공연을 준비하다 사운드 시스템에서 엄청난 피드백이 발생했고 그때 모니터를 체크하던 한 쪽 귀가 완전히 멀어버렸다고 했다. 당연히 의사소통이 조금 불편했다. 수업은 뜬구름 잡을 때가 많았는데, 예를 들자면 '들판에 뛰노는 소떼들처럼 연주해 봐' 하는 식이었다. 몇 년 학교를 다녀 이미 적응한 친구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악기 셋업을 바꾸는 척 하고 그대로 연주하곤 했다.

편곡 과제를 내주었는데, 당시 학교 컴퓨터 랩 실의 장비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였다. 그래서 패리스는 필요한 학생들에게 야간에 교수 연구실을 개방해 주고는 자신의 컴퓨터와 장비로 과제를 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연구실 문은 게시판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양반도 각종 공지사항을 문에 붙여놓았었다. 거기에는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스누피 만화가 하나 붙어있었는데, "What is the best inspiration-최고의 영감이 뭐야?"라고 물으면 "The Last Minute Panic-막판에 미쳐돌아가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컷이었다. 나는 그 다음 학기였나 과제로 제출하는 자작곡 제목을 Last Minute Panic 이라고 붙여 냈지만 패리스는 출처를 연상해내지 못하는 눈치였다. 전문 보기

연주와 감상

대학원에 재즈란 음악의 가치를 믿는 소수의 학생들을 모아 놓으니, 히스토리 수업은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고 와서 소개하는 게 되었다. 앙상블 수업은 학생들과 섞여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연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학교 앞의 조그만 카페에 합주실 악기들을 들고 나가서는 소소한 공연을 했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열심히 연습하게 되었다.

한 학생은 나를 움찔하게 만들 정도로 연주를 잘 했다. 자신이 잘 한다는 것조차 잘 모르는듯한 눈치였는데, 많은 영역에서 이미 나를 한참 앞질러가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학생이 아직 관심을 갖고 있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최대한 같이 많이 연주해주려 애쓰고 있다.

그렇게 두어 달 지냈으니 나도 좀 늘었나 싶었는데, 지난 한 주간 했던 연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하는게 더 맞겠다. 뒤늦게 시작한 음악 인생이 그래도 벌써 이십 년이 되었는데, 잘 안되는 건 참 지겹게도 안된다. 요즘들어 악기가 손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어 좀 늘었나보다 하며 기분이 좋았는데, 연습할 때와는 달리 연주에서 자꾸 무너지니 자존감에 상처가 난다.

그냥 착각일 수도 있다. 벌써 몇 년째 하고 있는 긱 중에는 평범한 스탠다드 곡들을 무난한 템포로 연주하는 게 있다. 비슷한 레파토리를 반복하고 있는 그런 공연을 할 때면 당연히 연주가 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다 갑자기 젊은 연주자를 만나 도전적인 재즈를 하자면 갑자기 연주가 잘 안풀리는 기분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어려운 음악을 슥슥 연주해 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날이면 재능의 크기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제법 우울한 기분이 든다.

어제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연주를 하고 돌아왔더니 오늘은 도통 악기를 잡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핑계로 멍하니 음악을 듣는다. 마일스는 여전히 좋다.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엘피로 들으면 음악이 잘 들린다. 잘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그렇다. 카세트테이프와 엘피로 음악감상을 시작하긴 했어도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는 씨디를 사 모았는데도 그렇다.

한 십 년 전쯤, 그야말로 중고등학생 시절의 향수로 중고 레코드 플레이어를 샀었는데, 그 이후로 그냥 가지고 있다시피 했다. 그러다 작년에 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연구실이 새로 나오고 하면서 집에 있던 오디오를 좀 들고 나오고 한두 가지는 새로 사서 구색을 갖추었다. 그때부터 틈틈이 엘피로 음악을 듣는데 이게 참 음악을 잘 전달해준다. 음악이 잘 들린다.

근데 삼사천 원 주고 레코드판을 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서 지금 열 배의 가격으로 레코드판을 사는게 쉽지는 않다. 씨디 가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더 비교가 된다. 물론 모든 물가가 오른 마당에 씨디값만 안 오른거고, 음원 서비스를 통해 공짜나 다름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레코드판을 사는 건 소유욕이 반을 넘는 행위이다. 살때는 레코드를 사서 음악을 더 잘 듣겠다는 핑계를 대지만 막상 받아들고는 비닐도 뜯지 못하고 모셔두기 일쑤다. 종종 레코드판을 사고는 씨디나 애플뮤직으로 음악을 듣는다.

In A Silent Way 역시 지난 가을에 샀었던 것 같은데, 지난 주에야 에라이 하는 마음으로 비닐 포장을 뜯었다. 무슨 일에선지 조금 짜증이 났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 주는 여러 연주와 학교일로 정신이 없어서 잘 듣지 못했고 오늘에야 찬찬이 들어볼 여유가 있었다.

역시나 음악이 막 들린다. 신기한 일이다. 애플뮤직으로 들을 땐 딴 짓을 했는데 말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는 아직도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하지만 마일스는 여전히 좋다. 전문 보기

질문하는 현재

소크라테스도 아닌데, 학생들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특권이 있을까? 뭐라 대답을 하면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선생이란 걸 잘 아니까 다들 저 인간이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러나 하는 눈치로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비슷한 문장으로 바꿔보았다. 일반적인 감상자들 말고 음악을 실제로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들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생각해보지만 잘 떠오르는 게 없는지, 아니면 그냥 조금만 어색하게 기다리면 무슨 얘기를 하겠거니 하는건지 알 길이 없다.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말을 내뱉는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을 듣는 것, 내 소리가 더해지기 이전 상태의 음악을 듣고 거기에 필요한 소리를 상상해 완성해 가는 것, 무대 위에서 음악을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게 아닐까? 아무리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이라도 무대 위에서 함께 음악을 듣지는 못할테니."

아마 누군가와 연주하며 감동을 받은 다음날 쯤 되었을 것이다. 리허설이건 공연이건 이 사람의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니 이건 정말 행운이야,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뒤, 양재천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러 걸어가는 동안 이 노래를 다시 반복해서 들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둘의 연주. 그때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답을 더하기로 했다.

음악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보상이란 음악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아마도 그것 뿐일거라 생각하며 얼마나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모른다. 이십 년 넘게 들어온 곡을 다시 들으며 그 안에 담겨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말이다. 전문 보기

발췌한 글은 모두 @jazzsnobs님의 블로그에서 [오마주] 프로젝트로 재발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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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짬짬이 읽었던 글인데도 한곳에 모아놓고 하이라이트(?)만 쭉쭉 보니 좋네요. @jazzsnobs님의 좋은 글들이 제이미님 덕에 좀 더 많은 분에게 닿게 됐군요(!)

제이미님이 자꾸 보사노바를 올리는 것으로 보아, 진짜 여름이 왔나 봐요.

느끼셨겠지만 꼭 음악 관련 이야기보단 모두가 쉽게 접근하거나 공감할만한 글귀로 모았어요. ㅎㅎ

사실 남들이 놀러와서 덥게 느끼지 않았음 좋겠단 생각은 있는데, 실제로 전 더운 음악 듣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제이미님은 문득문득 배려심을 보여주신다니깐요. 저라면 그런 거 생각도 못 할텐데요... 근데 제이미님이 듣는 더운 음악 뭔지 너무 궁금해요. 제가 생각하는 제일 더운 음악은 빌 에반스입니다.

아, 그도 덥겠네요. 요즘 집에선 바그너 많이 듣고 있습니다. ㅎㅎ 바이로이트 축제도 여름이긴 하지만 시원한 음악이라곤 절대 생각되지 않는군요. 이열치열인가

전 바이로이트 축제가 곡 이름인 줄 알고 아껴뒀는데 찾아보니 진짜 축제네요. 덕분에 재밌는 축제를 알아가요+_+ 클래식은 들으려고 들으려고 노력해도 쉽지 않아요. 제이미님이 즐겨듣는 곡 하나만 추천해주시겠어요?

지금 즐겨듣는다곤 못하고...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연주하는 바그너 음악은 곡별로 추천하기 좀 애매한 면이 있으니...일단 생상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 혹시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떠오르네요. ㅎㅎ

얏호! 댓글 바로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아침엔 이상하게 음악이 그리워져요. 잘 들어볼게요.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제이미님! 갑자기 쓰고 싶은 글이 생겼는데 어느 안티로맨틱의 수기 제목만 좀 빌려와도 될까요? (따라쟁이)

ㅋㅋㅋㅋㅋ제목의 패러디인가요?

저는 겹치는 얘기가 자꾸 나오니까 매번 똑같은 얘기를 울궈먹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ㅠ

그래도 언젠가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쫓을 수 있다면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것일수도 있으니
이루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삶이 될것 같네요

음, 꿈에 대해선 재즈님이 삼십대 중반에 가진 꿈이란 얘기밖엔 없지만...어떻게 보면 서서히 어릴 적부터 형성된 꿈이리라고 저도 생각을 했답니다. ㅎㅎ

땡! 삼십대가 되고 난 뒤에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

아, 전 쓰는 욕구는 읽는 것을 좋아할 때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거든요. 의식적인 바람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백과사전 이야길 보면...어릴 때 독서와도 친하셨던 것 같아요. ㅎㅎ

읽는 것을 좋아했던 거는 맞구요, 어쩌면 그렇게 잠재되어있던 욕구를 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글을 읽을 수는 없으니, 음악을 듣기 시작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어요. 그러다 책을 다시 읽게 된게 삼십대 초반 정도였고, 그게 몇 년 쌓이고 난 뒤에 글을 쓰고 싶어했습니다 ㅎ 그래서 사실 읽은 책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돼요 ㅡㅡ;;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네, 감사...:)

저도 감사드립니다 ㅎ

착한 오마주네요! 수고했어요. 음악 이야기는 언제나 좋습니다. 현역에 계신분 이야기라면 더욱! 팔로해야겠어요.

넵, 재즈님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제목을 착해보이려고 저렇게 쓴건 아니고, 간혹 흘려 읽고 제 글인줄 아는 분들이 계셔서...ㅋㅋㅋ

앞으로 자주 쓰도록 노력해야겠군요! 반갑습니다~

착한 오마주네요! 수고했어요. 음악 이야기는 언제나 좋습니다. 현역에 계신분 이야기라면 더욱! 팔로해야겠어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혹시 제이미님 작가인가요? 글에 근접할 수 없는 파워가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들춰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모든 글들을 달 읽으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넵, 작가는 맞는데 문학 작가 그런건 아니구요, 한글로는 스팀잇에만 씁니다. 영문으로 1)학술 사이트 편집자로 쓰는 글, 2)자서전 등 비밀 계약 하에 쓰는 글로 크게 나뉘는데, 각각 필명으로 쓰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

역시 맞군요. 포스가 느껴지더라니...

저는 언제 오마쥬해주시나요?
무료입니다.

ㅋㅋ 뭘 할지 추천해 주세요. 고민해 볼께요.
천재 미파님.

순수의 시리즈죠ㅎ

찿다 못찿음, 알려줘요 ㅋㅋ

제가 무료론 안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제 순수의 시리즈를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믿고 보는글 . 제이미님 선택.

감사합니다. ㅋㅋㅋ

고맙긴요 뭐~~ 근데 정말 기뻐하는 웃음소린데요.
믿고보는건 진심.~~

카세트 테이프와 엘피, 홍대 앞의 작고 어두웠던 음악카페와 락카페 등.. 이제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디지털화로 사라져가는 과거가 그립군요.

옛날 것을 좋아하지만 직접 실시간으로 겪은 것은 없는지라...부럽군요. ㅎㅎ

지금 이 시대만 이렇게 빨리 변해가는건지, 변화란 기성세대에게 언제나 숨차고 버거운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제 글에 저도 모르는 사이 예전 모습을 추억하는 내용이 가득 담겨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반갑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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