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라디오] More Than Words by Extreme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90년대에는 그런 카페가 유행이었다. 전면을 통유리로 장식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물론 안에서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마음껏 볼수 있었다). 아마도 기성세대들의 공간이었던 다방의 폐쇄성에 대한 반작용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쿨하고 싶어하던 이십대의 젊은이들은 그런 카페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각각의 테이블 위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었고, 카페의 한 구석에는 언제나 공중전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들 주머니 속에는 삐삐를 하나씩 넣고 다니던 시기란 뜻이다. 물론 아저씨들은 허리에 삐삐를 찬 채로 어두침침한 다방 한 구석에 모여앉아 어떻게든 여종업원을 희롱하려 했었다. 그렇다면 아저씨들에게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시대의 그런 카페에서는 종종 볶음밥이라던가 스파게티와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를 팔곤 했다.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해결하고 커피까지 마신다는 것은 서너 시간을 한 곳에서 죽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다지 할 일도 없는 젊은이들이 서넛 모여앉아 함께 무료함을 나누는 광경에는 밖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가 어느정도 필요했다.

사업자금이 좀 부족한 주인은 지하에 가게를 내기도 했다. 보통 그런 카페는 낮에는 커피, 저녁 이후 시간에는 맥주를 팔 요량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대개는 한 벽면 가득 커다란 스크린을 내려놓고 영화나 뮤직 비디오 등을 틀어놓곤 했다. 지하에 통유리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좀 어둑어둑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빔 프로젝터와 LD플레이어-LP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리고 벽면 구석구석에 매달린 BOSE의 큐브스피커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 구석에 바가 있고 말리부며 베일리스와 같은 리커들이 제법 이국적으로 진열된 그런 카페에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다들 목이 긴 밀러 한 병을 홀짝이고 있었다. 지금의 아디다스 슈즈만큼이나 흔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하 카페의 한 벽면을 가린 스크린에서는 언제나 이 흑백의 뮤직 비디오가 한 번씩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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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대는 아니지만 More than words 저도 즐겨 들었습니다. 허접하지만 기타도 따라하곤 했지요.

기타 좀 친다고 하면 다들 연습하던 곡이었죠 ㅎㅎ

ㅋㅋ 기타로 중간부분까지만 연습하다 결국 완주는 못했던~ ㅠㅠ 가사도, 멜로디도, 연주도 훌륭한. 영원한 클래스로 남을 명곡이죠!

그 당시 기타치시던 분들은 피해갈 수 없던 곡이라 ㅎㅎ

워낙 신선한 주법이긴 했죠~ 언제 다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아, 익스트림!! 모어댄 워즈!! 저도 참 좋아했어요.
기타 치다가 중간에 손으로 기타 몸통을 톡톡 치는 게 왜 이리 멋져 보이던지. ㅎㅎㅎ

역시 추억소환에는 이만한 곡이 없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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