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할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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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중반에 꿈꾸던 삶은 이랬다. 직업으로 음악을 하고 부업으로 글을 쓰는 것. 부업이라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기를 바란 것은 아니고, 취미로 끄적이는 수준은 넘어서고 싶었다는 뜻이다. 내 글에 달린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끝이 아니기를 원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십 대가 되니 직업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되어 있었고, 음악이 부업으로 밀려난 듯 했다. 글쓰기는 어느새 저 뒤편에 물러나 있었다.

핑계는 좋았다.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자니 시간이 모자라고 체력은 바닥나 있었다는 것. 앞만 보고 달려가던 삼십 대 때에는 내 의지가 무뎌질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고, 밤이 되면 책을 읽거나 습작을 계속하는 식으로. 학기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이 되면 음반 작업을 하며 일 년 열두 달을 전력질주하는 것으로.

하지만 나 역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한 나는 나이를 먹어 모든 면이 뭉툭하고 둔탁한 중년이 되었다.

스팀잇 계정을 만든 지는 한참 되었지만, 글을 쓰고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그만큼의 시간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머리에 힘을 주어 새로운 것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겪기 싫은 거다. 역시나 중년의 아저씨답다. 물론 여기에도 적절한 핑계가 있다. 여기는 스팀잇이다, 가상화폐에 관한 글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읽기라도 할까 싶은 곳. 하지만 나는 가상화폐를 잘 모른다. 아니, 경제 전반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다. 기술이나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다. 여전히 어쿠스틱 악기를 연습하고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다. 시대와 기꺼이 불화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난 주, 한 학생을 가르치다가 조금 다그치듯 말하게 되었다. 들어보자니 별 것 아닌 일들을 고민이라며 장황하게 늘어놓는 바람에 제법 답답해졌기 때문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그 나이쯤일 때에는 그것과 비할 수 없이 작은 일에도 어쩔줄 몰라했던 기억이 나는데. 하여간 내뱉고 나서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말을 하고 나서야 내 머릿속에 저런 생각이 들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야. 누워서도 할 수 있고 앉아서도 할 수 있지. 길 가면서도, 밥 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게 고민이야. 고민하는 시기에 겪는 스트레스가 있어 힘드니까 고민하는 것 만으로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몸을 움직이는 거야. 행동으로 옮겨 놓고 나면 두 달 뒤에 그 고민의 방향이 옳았는지 아니었는지 판가름이 날 거야.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두 달 동안 고민만 한 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대학원 첫 학기가 지나가는거야."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에게 단정적으로 훈계하지 않으려 신경을 많이 쓰는데, 어쩌다 저런 말투로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몇 년간 고민만 하던 내 이십대 초반이 생각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어제 오늘 학교에서 일이 바빠 저녁에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적당히 쉬다가 열 두 시쯤 잠자리에 들고 내일 또 여섯시 반쯤 일어나면 되는 거였다. 이정도면 제법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무어라도 써내려가야 한다.

201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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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Greetings, jazzsnobs! Best wishes for a very fun journey here in this culturally diversified yet mostly unified community :) It is my pleasure to meet you.

Nice meeting you, @cheneats! I will check out your blogs for sure. Have a great day!

엇...?
3월 벨로주 망원 공연장에서 뵈었던 거 같습니다.
열심히 손뼉을 치던 시끄러운 관객이 스팀잇에서 인사드립니다. ㅎㅎ :)

앗 3월 벨로주라면 유발이 공연때 뵈었겠네요 ㅎ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무언가 아무거나 써도 스팀잇은 다 받아주더라구요ㅎㅎ 편하게 하루의 마무리를 하는곳으로 잘 활용되길 바랍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앞으로 자주 뵐께요!

반갑습니다^^

네네 저도 반가와요!

꿈꾸는 인생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ㅎ

반갑습니다~! ^^ 😊

다시 글을 정독하였습니다. 생각보단 실천 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좋은 소개글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ㅎ 열심히 연주하고 글 쓰기로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헛 콘트라베이스~
너무 멋져요~~

반갑습니다! 좀 멋있는 악기죠 ㅎ

오호 콘트라베이스라니 듬직한 베이스소리 너무 좋아해요 그러면서 실제 취미는 우쿨렐레 이지만 ㅋㅋㅋ 반갑습니다 ~~

네네 반갑습니다 ㅎ 우쿨렐레는 또 그 나름의 매력이 ㅎㅎ 일단 가볍고, 가볍고, 가볍고............ㅠ

재즈스놉님, 반가워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궁금합니다.
종종 뵈어요.

@madamf님 , 저도 반갑습니다! 뭐 저야 제가 하는 일 이야기를 하겠죠 ㅎ 다른 소셜미디어에는 음악이 넘쳐나는데 여기는 음악 얘기가 별로 안 보여서 그쪽에 집중할듯요 ㅎ

와.. 너무 멋지십니다.
응원합니다!!

앗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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