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라디오] Goodbye Yellow Brick Road by Elton John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언제 듣더라도 기억을 어린 시절로 되돌려보내는 곡이다. 초등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마룻바닥에 엎드려서는 만화책을 읽던 그 시절, 머리맡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

친구가 별로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동네는 두 살 위인 형 또래의 아이들로만 가득했다. 깍뚜기로 끼어 동네 야구를 해도 재미있지 않았다. 원래 깍뚜기란 그런 존재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룰을 적용받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럴때 더 외롭다.

감정은 예민했고 늘 화가 나거나 슬펐다. 말이 없는 아이, 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는데 과연 내 부모님이 그런 걸 걱정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운동과 미술을 못 했지만 공부는 제법 잘 했으니까. 만화가 아니어도 집에 있는 책은 죄다 읽었다. 스무 권 짜리 백과사전이 책장에 꽂혀 있었고 더이상 읽을 책이 남아있지 않던 나는 백과사전을 아무거나 꺼내어 읽어나갔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

라디오에서는 늘 새로운 음악과 늘 똑같은 지나간 음악들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아직 영어를 모르던 나는 디제이가 알려주는 곡 제목과 가수를 기억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곡들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일주일 뒤건 아니면 몇 달이 지난 다음이건. 하지만 모든 곡을 기억할 수는 없으니 어떤 곡들은 마음에 새겨진 채 조금씩 잊혀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희미해진 상태로 내 안에 가라앉아있던 이 곡을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살던 동네에 피자헛이 생기고 나름 동네의 핫 플레이스가 된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이며 자신의 생일에 부모를 졸라 피자를 먹으러 가는 게 소원인 때, 어른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 피자란 거 한 번 먹으러 가 볼까? 하고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비싸, 아이고 너무 짜다 하며 시끌시끌했다. 피자를 먹는 것이 흔한 외식이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그러자 동네에 피자타임이라는 가게가 새로 생겼다. 사실 매장을 본 적은 없다. 어쩌다 우리 집에 피자타임 홍보용 씨디가 굴러들어왔는지 아무리 곱씹어봐도 도통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 씨디에는 '이태리 정통 피자의 맛 피자타임-' 하던 로고송 같은게 실려 있었고 그 뒤로 많은 흘러간 팝송들이 주루룩 실려 있었다. 그 중간 어디쯤에 이 곡이 있었고, 오랫동안 잊은 듯 했던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그때는 왜 유독 이 노래에 내가 끌리는지, 곡을 듣다보면 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딛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마음을 뒤흔드는 마법에 걸려들 따름이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매 번 그랬다.

어린 시절에는 곡의 키가 바뀌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조성 안에 있던 노래가 슬쩍하고 다른 키로 옮겨갈 때는 정말 공간이 열리는 느낌이거나 타임머신을 타는 것처럼 느껴졌죠. 키가 바뀐다는 개념도 모르던 제가 이제는 그 마법이 어떤 스킬인지 들으면 척하니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 마법에 맥을 못 추고 맙니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1절 지나고 후렴구로 넘어가는 the blues, aaaaaaaaaaaaahhh하는 부분에 이전 키인 F로 보면 4도 마이너 코드, 새로운 키의 2도 마이너 코드로 기능하는 Bbm7코드가 나옵니다. 그렇게 잠시 새로운 키에 머물더니 금새 원래의 키로 돌아오죠. 그렇게 새로운 키로 들고 나는 시점에 노래의 전개와 가사가 맞물려 여지없이 새로운 세상으로 저를 끌고가는 기분이 듭니다. 글로 쓰고 나니 별 것 없는 듯 보이지만 저는 이 마법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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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song. From one of my favorite albums!

Sure it is! I have been listening to this song for more than 30 years and never got tired of.

그 가사가 떠오르네요. But how strange the change from major to minor, every time we say goodbye.

Everytime we say goodbye, I die a little.

첫줄에서 이미 무너집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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