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없이 영화보기 #010] 번역기와 동시통역기가 있으면 우리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in #kr6 years ago (edited)



닉네임인 nosubtitle은 no + subtitle = '자막이 없다'는 뜻이다.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한 시간은 누적 1446시간 11분이며, 라디오까지 합치면 더 많다.
스팀잇에 처음 가입을 하고 주로 자막없이 영화보기에 관한 글을 썼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써 본다.

자막없이 영화보기는 어떤 언어든 나의 제2모국어로 만드는 방법이다.
절대 공부를 하지 않고, 우리가 모국어인 한국어를 익힌 방식 그대로 언어로써 접근하는 방법이다.

오로지 '듣기'만을 해야 한다.
말하기, 읽기, 쓰기는 듣기가 완성된 후 시작한다.

문자와 뜻을 이미 아는 것이 듣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각하여 말하는 '번역식' 영어를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내가 전공이었던 영문학을 다른 전공으로 바꿨던 이유이고..

나는 아직 듣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3000시간 이상 가량 듣기를 한 후 내년에 말문이 터지는 '말하기'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6개월 간 영미권 국가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려고 했다.

3월, 4월에는 투잡을 하느라 영화볼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하루 한 두 편정도는 보고, 이동시간이나 준비시간에 BBC Live를 듣는다.

영화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요즘 오리지널 시리즈가 미친듯이 재미있다.



Girlboss.jpg



내가 애정하는 걸보스 시리즈.
우리나라의 얼마 전에 로레알에 지분 매각을 한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와 싱크를 이룬다는 말이 있다.
어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jpg



4화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같은 건데,
밤에 일끝나고 와서 보면 자연 속에 위치한 말 그대로 드림하우스들을 보여줘서 힐링이 됐다.
이걸 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집 visualization을 많이 한다.


Nailed It!.jpg



파티쉐 경연 프로그램인데 일반인들이 나와서 더 재미있다.


Anne with an E, 2017.jpg

빨간 머리 앤인데, 주인공이 진짜 싱크로율 100% ㅋㅋㅋ
찰진 영국 발음으로 시 낭송을 할 때 참 매력적이다. 도전적이고 귀여운 여성상.


Everything Sucks!.jpg

이것도 진짜 재미있게 봤다. 다른 제목으로는 판타스틱 하이스쿨이었던 듯..


3%.jpg

요즘 보고 있는 시리즈인데, 두 세계로 철저히 양극화된 세상이 존재하며 번영의 땅에서 살 수 있는 엘리트인 3%에 선발되기 위해 벌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너~~~~무 많이 봐서 700편이 넘었으니까.. 추천은 생략하겠다.


누군가는 이제 통역기가 발달하여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동시통역기가 나오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까?
아래 영상은 외국에서 번역기로 대화가 가능한 지 실험한 영상이다.





나도 언어교환을 위해 파파고를 이용해 봤지만, 일단 음성인식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상대에게 휴대폰을 갖다 대야하는 불편함, 잘못된 번역 등등 애로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어제 서핑을 하다가 ili라는 wearable 동시통역기를 보게 되었다.
휴대폰이 없어도, wifi가 되지 않아도 항상 들고 다니면서 동시통역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소비자가도 249,000원으로 대중들이 그럭저럭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ili를 이용해 일본여행을 한 영상인데,
한국어를 입력하면 일본어 혹은 영어로 통역을 할 수가 있다.

근데 문제는 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상대가 하는 일본어는 다시 한국어로 출력을 할 수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출력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이 회사에서는 한 방향 통역기로 개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양방향으로 대화를 할 경우 기존 번역기처럼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 서로 기계에 귀를 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결국....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3000시간 동안 듣기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생아가 말문이 터지기도 전에 한글을 배우지 않듯이 말이다.
아기는 약 2년 동안 충분히 언어의 소리를 듣고, 만 3세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문자를 배운다.

그런데 외국어를 접근할 때에는 거꾸로 한다.
알파벳부터 배우고 문법도 배우고 심지어 작문도 가능한데,
결국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아주 기형적인 현상이 생긴다.

누군가 좋은 일이 생겨 부럽다고 말할 때,
I envy you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한국인밖에 없다.
미국영어에서는 거의 이 말을 쓰지 않고, I'm so jealous라는 표현을 대부분 쓴다.
하지만 번역기를 돌렸을 때는 I envy you라고 나온다.
약간 격식체 쓰는 거 좋아하는 영국에서도 거의 안 쓸 법 한데...
여튼 나도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충분히 듣기를 하고 나면,
input이 많아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따라 말하게 되거나 말을 하고 싶어진다.
감탄사나 많이 봤던 장면, 감정에 연결되어 있는 표현들은 나도 이제 거의 영어로 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모국어처럼 느리게,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리려면
3000시간 이상의 input이 있어야 한다.

계속 듣기만 하다보면 아무 발전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실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저 ili라는 동시통역기는 내가 듣기가 완성했을 때 오히려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6개월 간의 세계일주를 시작할 때, 처음 말문이 트일 때 즈음에는 상대의 말은 다 들려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을테니까.. 그 때부터가 시작이니까!
초반에 여행 중에 동시통역기의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듣기가 완성되었다고, 3000시간을 투자하였다고
그 시간이 되면 원어민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겨우 yes or no question에 답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상대의 말이 아무리 빠르게 말해도 천천히 들리는 시점이 오면
그 말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말하기만 하려고 문장을 외우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 보다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그렇게 최소 6개월 이상 말하는 연습을 한 이후에야,
나는 문자를 읽고 쓰기 시작할 것이다.

성인이 왜 이렇게 아이같은 방법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냐고?
내가 해 볼 것 안해 볼 것 다 겪어보고 한계를 느껴서이다.

정작 교포들도, 자신이 어떻게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듣기 선행'이다.
듣기가 되어 있는 사람은 그 깊이가 다르다. 출발점이 다르다.
굉장히 장기적이고 느린 방법인 것 같지만, 이것이 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스팀잇에 썼던 [자막없이 영화보기]관련 글과,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소개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같은 방법으로 포루투갈어, 중국어, 베트남어 도전자도 있다.


<참고> 지난 글 읽기
#001. 자막없이 영화보기의 원리 (나는 이제껏 700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다.)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1-700
#002. 나는 왜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시작하였는가?
https://steemit.com/story/@nosubtitle/002
#003.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방법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3
#004. 나의 자막없이 영화보기 실천과정(2015-2017)과 영어듣기의 단계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4-2015-2017
#005. 얼마나 투자하여야 하는가?
https://steemit.com/kr/@nosubtitle/movie-without-subtitles-005
#006.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봐야하는가?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6-movie-without-subtitles
#007. 70대 조차도 성공할 수 있다 (사례 - 대구 영어 할머니)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7-70
#008. 핀란드인들은 왜 국민의 80%가 이중언어구사자일까?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8-80-movie-without-subtitles
#009. 영화 보다가 자꾸 딴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9

오늘 저녁에는 논현역에서 50대 여성이 회의만 가면 벙어리가 된다고 하여
만나서 상담을 하기로 하였다.

Sort:  

제일 처음 스티밋을 시작했을 때는 누가 누굼지도 모르겠고 여기저기 다니며 보팅하고 댓글 쓰다보면 그때 그분이 누구였는지ㅡ몰랐어요. 처음 스티밋에 들어왔을 때 자막없이 영화보기 글을 보고 인상깊어 몇자 댓글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이 이분이시라는 생각ㅋ nosubtitle 님 밀고도 그런분이 많아서 힌참돤 포스팅 찾아보고 아~~~ 그러고 웃곤 한답니다. 저는 운전을 하고 다녀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빨간머리앤운 정말 보고싶네요. 길버트도 멋진가요? 만화영화보며 설렌간 그때가 처음이어써요 ㅎㅎ

ㅋㅋㅋㅋ 저도 헷갈릴 때 되게 많아요..!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나?
2월 초에 시작해서 저도 여러 방향 선회?가 있었네요..ㅎㅎ 확실히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많아져서 좋은 것 같아요! 시간 없을 때는 그냥 흑백사진7days챌린지밖에 할 여유가 없기도 했었고..ㅋㅋㅋ
거의 이젠 3가지 주제로 나갈듯 해요 ㅎㅎㅎ 언제 또 방황하여 바뀔지 모르겠지만.. 결국 자막없이 영화보기, 신박한 아이템 소개, 춤으로 관심사가 모아지더라고요..!
네네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 어렸을 때의 제가 생각나기도 하고요;;ㅋㅋ
bookkeeper님 글은 정말 시간내서 찬찬히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ㅎㅎ

간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글이네요.
번역기가 아무리 좋은게 나와도 힘들거란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의사소통은 단순 문법적 원리의 변환으로 할수있는게 아니니까요.

아이덴티티라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ㅋㅋㅋ
네네.. 그게 더 답답하더라고요 ㅠ
다른 언어를 할 줄 아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자아가 생기기도 하는 일이라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있어요! 매우매우 심리적인 일이라서..

저도 조금씩 해보고 있는데 답답해요 ㅠㅠ
당췌 뭐라는지 알아들을수가 없으니
3000시간은 요원하지만 하다보면 언젠간 들리는 날이 오겠죠?
오랫만에 자막없이... 포스팅을 보네요 ^^

부기님도 실천 중이셨군요..!^^
매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쓰기처럼 중간에 쉬면 다시 그 감각이 제자리로 돌아오거든요.
넵 꾸준히 주의사항을 지키며 하다보면요 :) 파이팅입니다!

실천중이라기보단 생각나면 가~~끔씩 이라서요 ^^;;
그러게요 꾸준히 해야하는데 그게 어렵네요

닉네임이 이런 뜻이 있었네요!
저도 영어공부를 미드와 라디오, 음악으로 하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어요! 지금은 프랑스어에 도전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언어의 체계가 달라져서인지 어릴때와 같은 습득속도는 안보이네여 ㅠ 그래도 노섭타이틀님 글 보며 자극받아 계속 공부해갈께요! 저도 1000시간 이상 쌓이면 나아지겠죠!

네네 ㅎㅎ 저도 코딱지님보다는 레비님 혹은 초코렛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당..ㅋㅋㅋㅋㅋㅋ
그러셨군요! 전 불어 학원 2달 다니다가 넘 문법이 복잡해서 때려쳤었어용 ㅠㅠㅋㅋㅋ
프랑스 영화 보는 건 좋지요~~ㅎㅎㅎ 네넵! 아예 공부해 본 적이 없어 아무런 편견이 없는 언어일수록 더 빨리 배우실 겁니다~ 전 나중에 30대때 중국어 도전해 보고 싶네요!

어릴때.. 한 초등학생 때였나. 얼마나 영어가 어려웠으면 내가 크면 동시통역기가 나올거야! 하고 생각했었는데 30살이 넘은 지금도 실용화되기엔 무리가 있군요ㅠㅠ ㅎㅎㅎ

현재 수준의 동시통역기는 여행용으로는 참 좋을 거 같아요! :)
적어도 요구는 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ㅋㅋㅋㅋㅋㅋ 죽진 않겠쬬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2
JST 0.031
BTC 57254.26
ETH 2887.51
USDT 1.00
SBD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