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자막없이 영화보기의 원리 (나는 이제껏 700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다.)

in #kr6 years ago



내가 실천하고 있는 자막없이 영화보기의 원리는 무엇일까?
나는 이제껏 무슨 뜻인지 모두 알아듣지 못해도 2015년부터 약 1400시간 가량 자막없이 영미권 영화를 보아 왔다.

그것은 영어를 '외국어'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모국어'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신생아도 아닌데, 성인이 된 나이에 제2모국어를 만들어 Bilingual이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우리가 한국어를 배웠을 때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워서 과연 한국말을 잘 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무슨 뜻인 지도 모른 채 (이것이 핵심이다) 한국어의 '소리'를 듣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해 보라고 하는 부모가 있던가?
아이는 그렇게 약 2년 여의 시간동안 언어의 소리를 들은 후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만 3세인데, 이 마저도 최소한의 빠른 시기이고, 뇌과학자들은 문자교육에 적당한 나이를 만 5세 이후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개인 차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소리를 충분히 들은 후에야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듣기다음문자.png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게 된 후에야 문자를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아이는 소리환경에 노출되어 약 2년이 지난 후(약 두 돌 즈음 되었을 때)에는 "엄마," "아빠"와 같은 단어를 말하기 시작한다. 말문이 터진 것이다.
이 때에는 소리의 음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시점이다.
즉, 들을 수 있어야 말할 수 있고, 속도에 관계 없이 아무리 빨리 말해도 그 소리의 음가를 구별할 줄 알면, 말문은 저절로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보통 '문자'를 먼저 학습하게 된다.
파닉스를 먼저 익힌 후, 글자를 읽는 법부터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지나면 소리를 들으려고 해도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 이유는 문자가 소리보다 파워가 더 세기 때문이다.


소리보다문자.png


소리와 문자의 파워게임에서 문자가 이기게 된다.



이렇게 문자를 먼저 아는 상태에서는 소리를 들으려고 해도, 문자를 모를 때보다 몇 배 이상 힘들게 된다.
그 이유는 방금 내가 들은 것이 무슨 소리였는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운 상태라면 자꾸 그 뜻을 떠올리려 한다.

자막없이 영화를 보려고 해도,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스트레스가 없지만 성인은 처음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아는 단어가 들리는 것 같고, 그 뜻을 떠올리는 순간 다음 소리를 놓쳐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들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려면, 내가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인 것처럼 아는 것을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엔 불편하겠지만, 이내 적응이 된다.

성인은 아이가 아닌데, 이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무수한 성공사례들이 존재한다.
다음에는 이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를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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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너무 흥미로운 주제네요 핵심은 아이처럼 단어를 몰라도 계속 흥미를갖고 들어야하는데 약 얼마나 들어야 느낌을 받을수있을까요?(학습이되고있다는 느낌...?)

신생아가 말문이 트일 시점이 약 만 3세입니다. 즉, 2년 동안은 듣기를 해야한다는 거죠 ^^
그런데 영화를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처음엔 답답했던 것이 금새 사라지고 어느새 영화에 푹 빠져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ㅎㅎ 꼭 '듣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장기적으로 좋습니다!

듣기가 아닌 영화를 본다.
그 조언 꼭 깊이 새겨듣겠습니다.ㅎㅎ
거짓말안치고 이번주 주말부터 바로 실행하려구요. 이포스팅을 보고 희망을 얻어갑니다...^^

nosubtitle 님ㅎㅎㅎ
포스팅에 용기 얻어서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추천해주실만한 영화 있을까요~?
장르는 로맨틱이요~ㅎㅎ

너~~무 많죠 ^^ ㅎㅎ 가만있어보자..
<노트북>, <세렌디피티>, <10일만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사랑의 레시피>, <블루라군>, <브릿짓존스의 일기>,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정도가 있겠네요 ^^

하나, 하나 검색해서 봤는데 영알못이었는데 딱 제가 매력느낄만한 영화입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ㅋㅋㅋ
우선 10일만의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사랑의 레시피, 블루 라군, 브릿짓존스의 일기 을 주말부터 하나씩 클리어 해야겠습니다ㅋㅋㅋ


그리고 좋은 글 꾸준히 포스팅해주시면 금새 많은 분들이 보시는 스팀잇입니다~ㅎㅎ
Keep Going !!

감사해용~~ :D 앞으로 차근차근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야호 신난다~
아, 그리고 영알못일수록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데에 유리한 조건입니다 ㅎㅎ

그런가요??
평소에 영화를 너무 안 봐서..
올 해부터는 문화인 좀 되보려구요ㅋㅋㅋㅋ

그리고 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listen&repeat 이거 할 때..남자 목소리가 별로 없어서(제 기억엔 다수가 여성으로 기억합니다ㅠㅠ) 저도 모르게 음을 약간 올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ㅎㅎ성인되고나서 인지 했습니다ㅠㅠㅠ

영화보면서 억양하고 음도 본래 제 음으로 찾아가보려구요ㅎㅎㅋㅋㅋㅋ
도전 가즈앗 ~!!ㅋㅋㅋ

그리고 명작 추천해주셨으니 조금 늦더라도 하나씩 클리어하고 후기 남겨놓겠습니당ㅋㅋㅋ

넵!! ㅎ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원래 영화관 잘 안 가는 편이었는데... 영미권 영화는 보다보면 세계관의 변화까지 함께 찾아오빈다 ㅋㅋ 영화의 참 맛을 알게 되었어용

즐겁게 영화보셔요~~ :)

오~~~
저도 요즘 실천하고 있는 방법인데요, 쉽진 않더라구요!
같은것을 반복해서 보는건 어떤가요? 저는 같은 영화를 반복 시청중이거든요...
그리고 성공 사례 기대합니다^^

같은 것을 반복한다고 해서 듣기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오늘 포스팅 해 드리겠습니다 ^^
결론은 No입니다.
감사합니다~~

흥미로운글 잘보았어요.
보팅 및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맞팔했습니다~ :)

그러니까, 영어가 유창한 상태가 아닌데 자막없는 영화보기를 통해 듣기를 향상시키는 게 가능했다는 얘긴가요? ^^ 무척 흥미롭네요.

네 그렇습니다 ^^ 매일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자를 모를수록 유리합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이정도 컨텐츠면 책을 내더라구요. 한 문장으로 요역 가능한 500쪽짜리. 499페이지는 동기부여에 할애하구요.
귀중한 노하우를 그냥 맨입으로 익히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네요! 자막 없이 미드 보면 정말 편하겠어요. 팔로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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