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방법

in #kr6 years ago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그냥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림1.png

우리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때처럼 말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모든 소리가 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한다.
지금 화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토리의 전개가 파악이 되지 않는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에만 그렇다.
지금껏 우리가 해 왔던 방법과 정 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영화를 일 주일 이상 보다 보면 이내 적응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이렇게 해서 과연 영어가 될까?'
등등 수만 가지 잡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물의 행동,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운드, 색감 등에 감각을 기울이며
장면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보라.
인간에게는 잠재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무슨 뜻인지 머리로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을 하면 된다.


다만, 자막 없이 영화보기를 할 때에 주의사항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막 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1. 토익과 같은 시험을 준비한다.
  2. 방금 들은 말을 해석하려 한다.
  3. 한글 자막이든, 영어 자막이든 자막을 본다.
  4. 영화를 공부하듯 반복해서 본다.
  5. 원어민과 만나 대화를 한다.


    위와 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즉, 문자 노출을 없애야 하고, 오로지 '듣기'만 해야 한다.
읽기도, 쓰기도, 말하기도 병행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미 많은 것들을 학습했는데 기존의 패러다임과 병행을 하게 되면, 문자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볼 필요도 없다. 반복을 하게 되면 금방 자막없이 영화보기에 흥미를 잃고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서 매일 다른 영화를 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나중에 또 보고싶은 영화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즐겁기만 하다면 또 봐도 된다.


나는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이었는데, 매일 영어로 레포트를 써야하고, 회화 수업 시간에 말하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위 조건을 지키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하고, 경영학과로 전과를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이라면 학교라는 틀 안에서 영어 문자 사용 환경을 절대 피할 수 없다.
경영학과에서도 영문과일 때보다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필수 과목이 훨씬 더 많았으며, 졸업을 하려면 토익 점수가 있어야 한다.
나는 2015년에 완벽히 문자 노출을 피했고, 2016년에는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실천했다고 볼 수 없다.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불가능해진다.
내가 어학원에서 일을 할 때 호주에서 3년동안 살고 오신 한국인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분은 '치킨'을 '치킨'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꼭 'chicken'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해가지 않았다. 아니, 누가봐도 한국인이면서 굳이 발음을 굴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기 시작하고 나서, 그 현상을 완벽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 사람에겐 이미 치킨이 'chicken'으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나도 그 이전엔 굳이 발음을 굴리지 않고, 생각해서 한국식으로 발음했던 것들이
나도 모르게 '쏘리'가 아닌 진짜 'Sorry'가 되어버렸다. 내가 일부러 영어처럼 발음하려 노력한 것도 아닌데, 그냥 영화에서 봤던 여러 상황들이 나의 현실에 나타났을 때 나도 모르게 똑같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영화를 수십 편 수백 편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연결되어 있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아직 '듣기 과정'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더 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5년에 한창 영화를 매일매일 자막 없이 봤을 시절에 분명히 언어에 대한 나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이전에는 들을 수 없던 원어민 강사의 빠르고 긴 문장이 아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나에게 전달된 적이 있었다.
'소리가 그대로 귀에 꽂힌다'는 느낌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한국어를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약 3,000시간 가량(신생아가 듣기를 완성했던 시간) 오로지 '듣기'만을 하고,
그 이후에 원어민을 만나면 그들이 아무리 빨리 말해도 무슨 말을 하는 지 저절로 알아듣게 되고,
이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때부터 '말하기'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말하기를 시작할 때 쯤에는 이미 어떤 말을 들어도 '듣고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상태이다.
그러면 내가 접하는 모든 소리 input을 아주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애써 공부하지 않아도, 애써 알아들으려 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게 바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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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 포럼에서 자막없이 영화보기에 관하여 발표하던 사진입니다 :)


다음 칼럼에서는 2015년~2017년 실천 중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하여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팀잇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팔로워도 안 만들고 시스템을 잘 모르고 포스팅을 한 탓에 힘이 빠지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들어와서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힘이 나서 열심히 써보려 합니다! ^^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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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ank you :)

굉장히 공감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JPOP과 일본 드라마로 듣기를 완성했습니다. 그 시점부터 히라가나부터 공부해서 JLPT 1급을 반년만에 따고 바로 유학가서 알바를 통역으로 했었죠.

요즘은 미드랑 팝송만 듣고 있는데 이미 반 정도는 들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유학할 때 만난 유럽 친구들은 보통 4~5개 국어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대부분 듣기가 가장 중요했다고 하고 실제로 언어학적으로도 증명된 것이죠.

한국인의 대부분은 영어를 완전히 잘못 공부하고 있다고 봅니다.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nosubtitle님(닉언일치 ㅋㅋ)
팔로우 하고 갈게요 : )

오오 그러셨군요..! 고등학교 때 맨날 일본방송 보던 애들이 나중에 유학가려고 할 때 JLPT도 쉽게쉽게 따고 유학가서도 잘 생활하더군요 ㅎㅎ
미드랑 팝송도 좋지만, 영화가 현실언어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이에 관해서도 곧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닉언일치 ㅋㅋㅋㅋ 저도 맞팔합니다~ 종종 소통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용!!ㅎㅎ

호오... 한번 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즐거운 연휴 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말하기 전까지
2만번이상을 듣는다고 하더군요
외국어가 쉽지 않죠ㆍㆍ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번역기ㆍㆍ
이번 평창올림픽도ㆍㆍ
언어 공부는 중간에 멈추면
정말 다 잊어버리는 듯 해요
즐거운 명절 연휴되세요

네 그만큼 정말 많이 들어야 합니다 ^^ 하지만 한 번 모국어화를 시켜 놓으면 기존에 외국어로 접근했을 때에는 다 잊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지만, 이내 다시 감이 돌아오기 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ㅎㅎ

와 좋은내용 잘봤습니다

아이들과 이 내용대로 행동해보려구햇는데

작심삼일이 되어서 ㅠㅠ

다른분들이라도 성공하셨으면 좋겠네요^^~

팔로우 보팅하구 갈게요 맞팔해용^^

저는 아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고 있어요^^

즐거운 설 보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 잘 볼 수 있죠 ㅋㅋ 제가 넷플릭스 키즈로 뽀로로를 보다보니 아이들이 왜 행복한지 알겠더라고요.. 저도 맞팔했습니다 :) 연휴 잘 보내세요!

Nice post, always be success full

Thank you :)

영어자막도없이 들어야 하는군요 저도 요즘 영어에 다시 관심이 생겨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나 했는데 시도해봐야겠어요 ㅎ 자막없이 보고 그다음에 영어자막이랑 한글자막 같이있는걸 다시한번 안봐도 되는건가요??

네 듣기가 완성될 때까지 자막을 보시면 안 됩니다! 그다음에 한글자막으로 다시 본다는 것 자체가 마치
내가 공부한 거 같은 환상을 주는 겁니다..ㅎㅎ

4년차 유학생도 동의합니다! 어느정도 영어가 되는 사람이라면 자막이 있는것이 더 나은 이해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면, 영상과 듣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언어 공부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맞팔했습니다! 저도 듣기가 완성되면 어서 해외로 나가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데 매번 포기하게 되네요... 재미있는 영화로 시작해 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 맞팔했습니다~ 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즐겁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시다 보면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시게 될거에요~

저도 동의합니다. 업보트하고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맞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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