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1. 사랑은 타이밍(7)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쌤은 여자친구랑 잘 되가요?"
"나 그런거 없는데."


11.
사랑은 타이밍(7)

"네?"
"그런거 없다구."
"에이, 뭐래요. 저번에 그 쌤이랑 사귄다고 하셨잖아요."
"헤어졌어."

정적.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잠깐
멍해졌다.
'아...

아. 진짜.
그래서
재돌샘
표정이 저따위구나.
언제 헤어졌어? 왜 헤어진거야.
뭐야, 대체. 왜 헤어졌는데.'

"....아, 죄송해요..."
"아니야. 니가 뭘 죄송해."

뭘 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재돌샘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물어보면
밥을 그만 먹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재돌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 기다리지마. 뭐하러 기다려.
천지로 널린 게 남잔데."
"그럴까요. 걔 때매 소개팅도 못 하고
미팅도 못 해봤는데 그냥 다 때려치고
딴 남자나 알아볼까요."
나는 컵을 들어 물을 들이켰다.

"너 그 물이
왠지 물이 아니라 소주여야 할 것 같다?"
하며 웃었다.
나는 재돌샘 말이 웃겨서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 했다.
"하아... 맛있는 거 앞에 두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네요."
나는
빼놨던 반지를
한참 노려보다가
다시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웠다.

세 번째 접시는 달달한 감자튀김과
볶음밥과 샐러드, 피자 두 조각이었고
네 번째 접시는 달달한 감자튀김과
볶음밥과 치킨 두 조각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접시를 열두 번도 더 가져다 먹었을 텐데
겨우 네 접시 먹고 그만 먹었다.
여성스러워 보이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속으로 엄청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재돌샘이 계산하시는데
뒤에 쯤 서있었다.
십 만 얼마라는 소리가 들렸다.
'스테이크 비싸긴 비싸다...
진짜 비싸네.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닐까?
괜히 밥 사달라고 했나...'
"정말 정말 잘 먹었습니다!
쌤 너무 무리 하신거 아니에요?"
"무리하긴~ 다행이네. 잘 먹었다니."

재돌샘과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재돌샘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왜, 왜요?"
재돌샘은 대답없이
조수석 차 문을 열었다.
"뭐? 그냥 문 열어주려고."
"아...감사합니다."
이성에게 받는 이런 친절은
익숙하지 않아서 놀랐다.
좋았다.
재돌샘이 예전에도
나에게 얼마나 다정하고 친절했는지
떠올랐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재돌샘과 이야기를 더 나눴다.
신호등 빨간 불 밑에
차가 멈췄다.
재돌샘은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화장 한 거지? 얼굴을 못 알아보겠어."
나도 재돌샘을 쳐다봤다.
"에이~ 대학생인데 화장은 기본이죠.
이젠 예의상 해야 한다구요~"
재돌샘은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웃었다.
재돌샘과 눈이 마주친 나는
심장이 쿵쿵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쌤
저 예쁘죠? 완전 잘 컸죠?"

재돌샘은 그 특유의 웃음 소리를 냈다.
"으하하핳학하하하"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왜요?
방금 저 보면서 그런 생각하신 거 아니예요?"

"아이고, 그래 맞다. 맞아.
니 말이 다~ 맞다.
우리 킴쑤 다 컸네."
하며 또 한 번 더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서 나도 크게 웃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차가 다시 출발했다.
재돌샘이 이야기를 이었다.
"내가 너 고등학생 때부터
예쁘다고 몇 년을 얘기해줬는데
맨날 아니라고 하더니."

나는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쌤이 자신을 사랑하라고 했잖아요.
자기 애(愛)가 중요하다고
편지에도 써줬었잖아요.
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신 덕분에
이렇게 잘 컸죠~!"

재돌샘은 날 쳐다보지 않고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뭇한 미소였는지
내가 하는 말이 재밌어서 웃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흐뭇한 미소 같았다.
그렇게
미소 짓는
재돌샘 옆모습을 보고
'웃으니까 훨 낫네.'
라고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기숙사에 도착한 뒤
나는 괜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직
왜 여자친구와
헤어졌는지
못 물어봤다.
"오늘 진짜 잘 먹었어요.
이렇게 맛있는 걸
쌤한테 얻어 먹을 수 있을 줄 몰랐어요.
이제 내려 가시는 거에요?"
재돌샘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응. 내일 출근하려면
얼른 내려가봐야지.
출근이라니~ 주말이 다 지나가버렸어~"
재돌샘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정말 감사해요."
"오냐~"
그런 후 차에서 내렸다.
나는 차문을 닫고
활짝 웃으면서
차창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재돌샘이
조수석 쪽 차창을 내렸다.
"얼른 들어가라~"

기숙사 내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보영이 언니 말대로
재돌샘과 저녁을 먹으니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됐다.
재돌샘 덕분에 맛있는 것도 먹고.
간만에 많이 웃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이 문득 떠올랐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재돌샘은
예전 그대로
편하게 날 대해주었다.

'그런데 재돌샘...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은
왜 헤어진걸까.
아까 그냥 밥 먹을 때 물어볼 걸 그랬나.
차에서 물어봤어야 하는건데...
못 물어봤네.'
나경이한테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재돌샘이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울었던 기억이 스쳤다.
그만큼
재돌샘을
좋아했던
나를
떠올렸다.
그래도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재돌샘이랑
잘되면
나에게 좋은 거라며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헤어졌다는 소리를
막상 들으니
허무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이제
남자친구가 있는 몸이고
재돌샘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다만
이별로
상처받은 듯한
재돌샘이
안쓰러웠다.

'둘이 잘 될 줄 알았는데.
여름방학 때
국수 먹여 달랬더니...
둘이 결혼하고 잘 살지...
그나저나
재돌샘 표정이
영 안 좋던데...
중간에
술 마시고 전화 왔던 거!
설마!...
그 때부터 헤어졌던 거야?
그 전에...
헐...
그래서 그랬구나.'

그리고
번뜩 그런 생각도 스쳤다.
'나나
재돌샘이나...
휴우...
나도
저 꼴 날지도 모르는데
...
남자친구한테는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

.

.

.

스테이크 얻어 먹은 후 이야기.

남자친구를 포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그냥
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연락이 올 것만 같았다.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데는
재돌샘이
기다리지 말라고 했던 말이
영향이 컸다.
자꾸 기다리고만 있는
내 모습을 또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받지 못하고
한동안 잘 못하는 술을 마셨다.
술 마시면 울고
술 안 마셔도 울고
술 마시고 전화할까 하다가
그건 싫어할 것 같아서 말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친구들은 모두 나를 바보라고 했고
제일 가까이 있었던
보영이 언니가
매일 우는 나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아직도 보영이 언니는 그 때를 떠올리며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한다.
"니 진짜 내가 감당을 못 하겠더라.
진짜.
그리고
니 그 때 뭐 이상한 게임에 애정을 쏟고 막.
애기들 하는 게임 같은 거 였나.
그래, 키우는 게임, 막 가게 꾸미는 게임 재밌다면서.
내가 그거 보고 진짜 '애가
단단히 맛이 갔구나.' 생각 했어."
제일 친했던 대학 동기들이
우리 집에 모이면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추억이라며 놀리고 웃고 그런다.

또한 그 사이
재돌샘과 종종 연락을 주고 받았다.
기억은 자세히 안 나지만.
보영이 언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재돌샘과는 안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 쌤 여자 친구랑 헤어졌데."
"야. 니 진짜 그 쌤이랑은 안된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아저씨랑 뭘 어쩐다고."
"아니 그냥..."
"진짜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킴쑤!"

그리고 언뜻 스치듯이 나는 기억이 있다.
기숙사 식당에
보영이 언니랑
기숙사 같은 동 사는 동기들끼리
밥 먹으러 갔는데
주말 점심 쯤이었다.
보영이 언니 말고는 그 때
내가 남자친구랑 헤어졌는지,
선생님이랑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몰랐다.

밥 먹고 있는데 재돌샘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문자를 먼저 했던 건지 생각이 잘 안나지만
어쨌든
친구 결혼식에 가서 뷔페를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뷔페 맛있겠다!

라고 답장했다.

맛없어ㅡㅡ 맨날 먹는 남의 결혼식 뷔페 싫거든

그래서 나는

그니까 얼른 장가 가셔야죠ㅋㅋ

라고 다시 답장했다.

내가 실실거리며 문자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밥 같이 먹던 동기들이 보면서
"뭐가 그렇게 재밌어? 문자 하는 거야?"
라고 얘기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웃다가
보영이 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언니.
나 이 쌤한테 시집가려고.ㅋㅋㅋㅋ"

보영이 언니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했다.
"그래. 니 마음대로 하세요.
결혼을 하든지, 시집을 가든지. 니 알아서 하세요!"

영문을 모르는 동기들이 갸우뚱거리길래
내가 앞뒤 설명을 해줬다.
"내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쌤이 있는데
나 그 쌤이랑 요즘 연락하거든.
근데 오늘 결혼식 가서 뷔페 먹는데
맛이 없데. 그래서 내가 빨리 장가 가라고 했어.
그래서
그냥 내가 시집갈까 싶어서.ㅋㅋㅋㅋ"
착한 동기들은
"그래, 시집가라. 시집가라.ㅋㅋㅋ"
하면서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남편에게
나와 스테이크를 먹은 후
어땠는지 물어보니
그 당시
한참 술을 많이 마셨을 때라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나와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_내일 봐요!

이전 글이 읽고 싶으시다면!:)
▽▽▽▽▽▽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프롤로그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 너 정말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니까.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3. 선생님과 학생 사이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5. 선생님에게로 가는 길(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7. 공부가 먼저다(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8. Out of sight, out of mind.(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1. 사랑은 타이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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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 유료 선결제 되나요?

(심쿵) 진짜 기분 좋아지는 말이었습니다.........^ ^캄솨해요~
유료 선결제는 불가능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오늘 낮에 또 써야되거든요 ㅋㅋㅋㅋ
그래도 매일매일 연재하니 괜찮죠잉?!ㅋㅋ

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해요.
다음 회차도 기대합니다~

좀 길었지요~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아...술을 먹고 기억을 못 하다니요..
하...
제 점수는 일단 보류입니다아아아!!!

주인공 킴쑤가 오랜만에 밝은 모습이라 넘 좋아요^^

ㅋㅋ감사합니다~
점수가 보류라니 ㅋㅋㅋㅋㅋ넘 재밌자나요 ㅋㅋㅋㅋㅋ
근데 술을 먹고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ㅋㅋㅋ
'저 당시 술을 많이 마시면서 지냈고
지금와서는 그 때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의 의미입니다ㅋㅋㅋ
술 먹고 기억 못 한다고 하니까 이상해요 ㅋㅋㅋㅋ

처음에는 그 쌤하고 안사귀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냥 헛소문..
저 중학교때 과학샘하고 국어샘이 그랫거든요 ^^
그리고, 원래 남자는 다 흑심이 있어요.. 그 동안 동심으로 읽었다가.. 오늘부터 재돌샘의 흑심을 느꼈답니다...ㅋㅋㅋㅋ

아~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요~~
ㅋㅋㅋㅋ헛소문이었다니~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생각했었지만~~~ 제 친구한테 들킨 게 확실했었죠 하하.

ㅋㅋ 재돌샘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재돌샘은 정말.
정말.
단 1도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ㅋㅋㅋㅋ제가 진짜 글 잘 써보려고 취재 하는데 재돌샘이 다 잊어버려서...상황 설명 일일이 다 해가며 그 때의 감정을 불러 일으켜 보려고 굉장히 노력 중입니다.
진짜....기억이 안 나는 표정입니다........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버린 일이긴 해요^^;; 저도 겨우 기억하고 ㅋㅋㅋ다이어리에 써진 내용을 바탕으로 쓰는걸요ㅋㅋ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https://steemit.com/kr/@mmcartoon-kr/20180307
[골든티켓x짱짱맨x워니프레임] 10차 옴팡이 이모티콘 증정
https://steemkr.com/kr/@goldenticket/x-x-10-100

짱짱맨 늘 감사합니다~~ 옴팡이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에도 참여했어요!^^ 넘 귀여워요~~

ㅎㅎㅎㅎㅎㅎ
잼나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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