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14 | 마오의 복수

in #kr-novel6 years ago

그저 울기만 하는 도로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머리를 숙여 소리 내어 울었어. 우는 도로시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 불쌍한 도로시의 사과는 진심이었지만 마오는 그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어. 도로시의 눈물이 마오의 감정을 움직이진 못한 거야. 나도 마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얼마나 엄마가 그리울까.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수련을 한 마오, 수련이 끝나면 드디어 엄마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엄마의 죽음 소식은 절망이었을 거야. 희망도 없이 힘든 수련을 버틴 건 아마도 복수심이었겠지. 오랜 세월 복수의 칼을 갈았을 거야. 미안하다는 말로 용서가 되겠어? 내가 마오 입장이라고 해도 그렇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도로시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웠어.

우는 도로시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어. 난 시간이 마오의 마음을 움직여줄 거라는 위로를 해줬어. 내 위로가 도로시에게 큰 힘이 되진 않겠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 싶었어.

"울지 마라. 마음 약해지니까."

마오는 차갑게 말하고는 세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어.

도로시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울 때였어. 하필 이 때 귀찮은 그녀석이 나타난 거야. 도로시를 발견하자마자 큰일을 만난 사람처럼 달려왔어. 왜 우느냐고 누가 때린 거냐고 물었지만 도로시는 대답하지 않았어. 대답할 수도 없었겠지. 눈치도 없이 계속 물어서 아무 일도 아니라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어. 그러자 그녀석이 손수건을 건넸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알 것 같아요. 마오 때문이죠? 저 눈치 하난 빨라요. 둘이 같이 나간 걸 봤는데 마오만 들어와서 혹시나 하고 나와봤어요.​"

"별일 아니에요. 저 혼자 있게 그냥 가주실래요?"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거절할게요.​ 나 구녀석, 우는 여자 그냥 두고 가는 남자 아닙니다."

뭐야 저 이름은. 내가 그녀석이라고 부르던 그녀석 이름이 구녀석?​ 그녀석이 갑자기 도로시 손을 덥석 잡더니 잡아당겨 일으켰어. 그러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거야. 뭐야 이거, 납치? 난 얼떨결에 그녀석 손을 잡고 뛰는 도로시를 따라 뛰며 크게 짖었어. 한 남자가 우는 여자 손을 잡고 뛰고 개 한 마리가 짖으며 따라 뛰는 모습이 독특했는지 주위 사람들 시선이 몰렸어. 도로시가 어디 가는 거냐고 묻자 그녀석은 '나만 따라와요. 제가 기분전환 시켜줄게요.'라고 소리쳤어. 세상 사람들 모두 들으라는 듯 크게. 그녀석이 한참 달리다 멈춘 곳은 편의점 앞.

"여기 잠깐만 기다려요."

그녀석이 바로 편의점 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몇 초도 안 되어 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나왔어. 뭐야 난 입 아냐? 재수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녀석은 아이스크림 포장을 조심스럽게 벗기고는 도로시 손에 쥐여줬어.

"기분전환에는 달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최고지요. 하하하하."

녀석 성격 참 좋네. 그녀석이 과장되게 웃자 도로시 얼굴에도 미소가 띠었어. 천천히 다시 맥줏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한 둘. 아~~~ 나도 입이라고, 입.

"저기요, 왜 저한테 잘 해주세요?"

"당연히 잘 해줘야죠. 제가 할 일이거든요. 제 이름이 좀 독특하죠? '녀석'. ​​ 계집'녀'에 아낄'석'이에요. 제 어머니는 미혼모였어요. 얼굴도 모르는 그 아빠라는 인간은 어머니가 저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숨어버렸대요. 엄마도 고아였는데요, 주위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힘들게 저를 낳고는 일찍 하늘나라로 갔어요. 아빠를 많이 원망했다고 들었어요. 제 이름은 엄마가 지어줬는데요, 아빠처럼 살지 말고 여자를 아끼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대요. 어렸을 땐 놀림을 참 많이 받았어요. 왜 이름을 이렇게 지어줬는지 원망스러웠거든요. 나중에야 원장선생님이 엄마 얘기를 해줬어요. 나의 엄마."

고개를 올려 그녀석을 봤어. 항상 밝게 웃는 그의 맑은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미소진 입술.

"저는 제 이름이 자랑스러워요. 엄마의 소원대로 여자를 아끼며 살 거니까요."

뭐야 저 순정만화에나 나오는 닭살 대사에다 눈물 한 방울 흐른 자국 보이며 웃는 모습은.

"흑... 흑... 엄마. 저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도로시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울기 시작했어. 왜 또 우는 거야. 나까지 슬프게. ㅠㅠ 한 번 울음이 터진 도로시는 먹다 만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체 '엄마'를 부르며 울었어. 그러자 그녀석이 도로시의 어깨를 살짝 감싸고는 등을 두드려줬어. 에잇, 나도 엄마가 보고 싶네. 뭐야 저녀석 아니 구녀석 때문에 나까지 눈물 나오잖아. 아무래도 구녀석을 멀리해야겠어. 재수가 없단 말이야.

.

녀석이 지갑을 꺼내더니 오래된 사진 하나를 보여줬어. 구녀석의 엄마였어. 단 하나뿐인 엄마사진이라며 힘들 때마다 꺼내보지만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어. 도로시에게 처음 보여준다며 말이야. 왜 보여주는지에 대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 그러더니 인우가 자길 찾을 때가 됐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뒷모습이 왠지 초라해 보였어. 내가 녀석이라고 부른 게 미안해졌어. 미안해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녀석이라고 불러야 해. 그게 녀석의 이름이니까.

도로시가 눈물을 깨끗이 닦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세 남자에게 먼저 가보겠다고 말했어. 세 남자는 아쉬워 했지만 아무도 잡지 않았어. 모두 마오와 얘기하는 데 푹 빠졌나봐. 남자놈들이란... 에휴~~~

(토토야, 넌 엄마가 보고싶지 않아?)

(엄마가 안 보고 싶은 사람이 없듯이 개들도 늘 엄마가 보고 싶어. 오즈로 오고 나서는 못 봤으니 참 오래도 됐다.)

도로시는 녀석의 친절이 좀 불편했는데, 사연을 알았으니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어. 오늘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하니 어서 가서 자자는 말과 함께.

(마오 어떡할 거야? 대책을 세워야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내가 이기게 돼있어. 난 착하니까.)

(마오는 그런 상대가 아니야. 마법사 수련을 했다고. 무시무시한 마법으로 괴롭힐 거야. 무섭지도 않아?)

(난 마오가 나쁜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만 내가 미울 뿐이야. 내가 계속 용서를 빌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날 용서할 날이 올 거야. 난 그렇게 믿어. 악을 악으로 갚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내게 잘하는 사람에게만 잘한다면 그게 어떻게 착한 마법사겠어? 내게 악하게 하는 사람에게도 잘해야 착한 마법사인 거야.)

(이건 착하고 나쁘고의 차원이 아니잖아.)

(아니더라도 악을 악으로 갚지는 않을 거야. 내가 마오에게 할 일은 오직 용서를 구하는 일 뿐이야.)

아이고 성인 군자 나셨네. 그렇게 고집부릴 게 아니라니깐. 답답해라.

도로시는 집에 오자마자 청소를 시작했어. 공짜로 얹혀 사니까 청소라도 해야 도리라며 열심히 쓸고 닦았어. 몸이 불편한 다리를 대신해서 함께 사는 동안만은 자신이 청소를 하겠다고 다짐도 했어. 세탁기도 돌리고 욕실 청소도 했어. 집이 조그만하지만 손을 대기 시작하니 청소할 양은 상당히 많았어. 도로시는 평소보다도 과하게 자신의 몸을 혹사시켰어. 솔로 화장실 바닥을 세 번이나 박박 문댔고, 거실과 방의 장판도 수세미로 문질렀어. 해가 진 한여름의 밤은 도로시를 땀으로 젖게 만들었어.

한참 청소를 한 도로시는 자정이 넘어서야 땀을 닦겠다며 샤워를 했고, 갈아입을 옷이 없었기에 다리의 옷을 빌려 입었어. 체형이 다리와 비슷해서 꼭 맞았어.

.

다음날 아침. 도로시는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했어. 왜 손님이 밥을 차리냐며 다리도 부지런을 떨었지만 도로시가 말렸어. 공짜로 잠자리를 제공해줘서 꼭 해주고 싶다며 부지런히 준비했어. 인우는 얼마만에 먹어보는 아침밥이냐며 싱글벙글 웃으며 서울에 계속 살 거라면 계속 같이 살아도 좋겠다고 말했어. 비록 반찬은 김치 뿐이었지만 인우는 연신 맛있다는 말을 반복했어. 인우가 좋다는 티를 너무 내서 난 걱정됐어. 우리가 할 일은 인우와 다리를 연결해주는 거잖아. 다리와 둘이만 살 때보다 더 좋다면 다리 입장이 뭐가 되겠어. 그래서 난 도로시에게 다리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인우에게 너무 잘하지 말라고 말해줬어. 도로시는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 난 늘 도로시가 걱정이야. 세상을 어떻게 착하게만 살 수 있겠어. 조금은 내 이익을 위해 살아야지. 착하게만 보이면 이용당하기 쉽상이라고. 그리고 내 선의가 상대방에게 늘 긍정적으로만 작용한다고 보는 것도 위험해. 난 도와주려고 선을 베풀었지만 그걸 받는 상대가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거든. 이렇게 세상은 복잡해. 그래서 내가 도로시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거야. 에구구.

.

인우가 나가고 난 뒤 다리와 도로시가 남은 집은 지하라서 낮인데도 어두웠어. 이렇게 어두운 집에 살면 마음도 어두워 질 것만 같았어.

"서울엔 볼일이 있어서 왔다고 했지? 어떤 일이야?"

다리가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물었어.

"아주 중요한 일."

나와 장난치며 놀던 도로시가 대답했어.

"비밀이야?"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미안."

"미안하긴.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있지 뭐. 나도 그런걸."

다리의 말을 들으며 계속 내 발을 가지고 장난치는 도로시가 고개를 돌려 다리를 봤어.

"근데, 나 궁금한 게 있어."

"응. 무엇이든 물어봐. 히힛."

"왜 인우에게 고백 안 해?"

"어?"

으이그, 이렇게 갑자기 물어보면 어떡해? 다리가 당황한 듯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대답 안 했는걸 뭐."

"내가 인우 좋아한다는 거 녀석에게 들은거지? 얜 입이 싸도 너무 싸단 말야. 무슨 남자가 그래. 인우와 나는 어려서부터 서로 의지하며 자랐어. 친남매처럼 말이야. 그래선지 인우는 날 가족처럼만 대해.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아. 그리고 난 장애가 있잖아. 인우가 내 마음을 받아준다고 해도 난 평생 짐이 될 거야. 불편한 나 때문에 인우 인생을 망치고 싶진 않아."

"그건 네 생각일 수도 있어. 인우 생각은 다를지도 몰라. 우선 고백부터 해보는 게 어때?"

"싫어. 거절당할까봐 두려워. 그럼 우린 남매처럼 지내기도 어려울 거고, 자연히 멀어지겠지. 그게 싫어. 그냥 지금이 좋아. 한 집에 살며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게 좋아."

갈 길이 머네. 우리가 지금까지 이어준 커플 중에 장애우는 없었잖아. 인우와 다리를 어떻게 이어줘야 할까?

"응. 그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도와줄게."

"고마워. 하지만 거절할래.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지금이 좋다는 다리의 눈은 슬퍼 보였어. 다리의 슬픈 눈이 내게 전염되어 내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어. 다리야, 걱정하지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널 도울 테니까. 내 이름을 걸고 널 도울 테니까. 내 명예를 걸고 널 도울 테니까.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있잖아.

다리가 휴대폰 화면을 보더니 녀석이 집 앞이라며 도로시를 보러 왔다고 말했어. 도로시는 녀석이 왜 자길 보러 왔는지 모르겠다며 다리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어. 문 밖엔 멋적은 자세로 녀석이 서 있었어. 도로시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걸 들었다며 자신이 전에 쓰던 폰을 건내줬어. 얼마전 휴대폰을 바꿨지만 쓰던 폰도 좋은 거라고 말하면서 말야. 녀석이 건낸 휴대폰은 새것 처럼 보였어.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거든. 도로시는 휴대폰을 받을 수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했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 불편해서 일부러 안 가지고 다니는 거라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다리가 옆에서 그냥 받으라고 녀석이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푸는 건 아니라고 말해줬지만 도로시는 미안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어. 도로시와 나는 녀석이 돌아가고 난 후에야 집에서 나왔어. 여유 부릴 시간이 없잖아.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라고.

.

우린 백살의 짝꿍인 하얀이네 집으로 향했어. 서울 지리를 전혀 모르는데도 하얀이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 바로 은구두 덕분이야. 도로시는 마법사지만 마법을 쓸 줄 몰라. 마법구두인 이 은구두 뿐이야. 하지만 은구두 씩이나 있지. 이 은구두는 못하는 게 없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거든. 도로시가 눈을 감고 은구두에게 말을 걸면 은구두가 반응을 보여줘.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리라는 것까지 알려주는 멋진 구두지.

우린 은구두가 알려주는 버스로 이동한 도로시와 난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돌고 돌아 한참 걸어서야 하얀이 사는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어. 백살과 하얀과 하얀의 일곱 동생이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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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잼나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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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아핫,,, 고맙습니다. ^^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네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100불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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