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6 | 마법사의 나라 오즈 (3)

in #kr-novel6 years ago (edited)

"저는 여행사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사과 때문에 아내를 만났는데요, 이놈 사과를 다 없애버리고 싶을지경입니다. 아내에겐 처남이 일곱 명이나 있거든요. 아내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일곱 처남을 뒷바라지하느라 등골이 휘어요. 저도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아내는 처남들 모두 독립시키기 전까진 출산은 어림도 없다고 하네요. 저도 제 인생이 있잖아요. 막내 처남이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전 언제 아빠가 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해요."

짧은 머리에 짙은 피부의 남자가 말했어. 처남 일곱 뒷바라지를 한다니 정말 대단해.

맞아, 생각났어. 하얀과 이어준 그 남자야. 남자는 하얀 직장 선배였는데 하얀이 오랫동안 짝사랑만 하며 고백을 못 했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동생을 일곱이나 부양해야 하지만 남자도 그리 넉넉하진 못했거든. 하얀은 회사가 끝난 후에도 일해야 했어. 바구니에 사과를 담아 팔러 다닌 거야. 하루는 하얀이 사과를 팔다가 짝사랑 남자와 마주쳤어. 하얀이 부끄러워 뒤돌아 가려고 하자 남자가 그녀를 부르는 거야. 난 기회다 싶어서 재빨리 하얀 앞으로 뛰어 나가 하얀을 놀라게 했어. 깜짝 놀란 하얀이 바구니를 떨어뜨리자 사과가 다 쏟아진 거야. 그러자 남자가 달려와서 사과를 함께 주워줬어. 그러다 눈이 맞아버렸지. 난 실패한 적이 없는 천재 토토님이시니까.

"인터넷 카페에서 댓글로 얘기하다가 이렇게 만나니까 정말 위로가 되네요. 안녕하세요. 제 닉네임은 잠만23시간입니다. 그냥 보통 회사원입니다. 저는 온종일 잠만 자는 아내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하루에 23시간은 자는 것 같습니다. 한 시간 깨어 있는 동안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하겠지요. 자는 모습에 홀려서 몰래 뽀뽀했다가 결혼까지 했는데 잠을 자도 너무 많이 자서 괴로워요. 출근할 때도 자고 있고 퇴근하고 집에 와도 자고 있어요. 어떻게 사람이 온종일 잠을 잘 수 있죠? 정말이지 결혼한 걸 후회하고 있어요."

하얀 피부에 안경을 쓴 남자가 말했어. 하루에 23시간 잔다는 게 상상이 가? 에이~ 설마.

이 남자와 고니도 내가 이어준 커플이야. 고니는 술만 마시면 자는 버릇이 있다는 걸 이용했지. 남자는 고니 친구의 친구였어. 고니가 어떻게 하면 남자와 사귈 수 있을까 고민만 하길래 도로시가 날 보냈지. 고니 친구 결혼식 뒤풀이 날이었어. 그날도 역시 고니는 술을 마시더니 자 버리는 거야. 모두들 한참 재밌게 놀다가 하나 둘 가버리고 고니와 남자만 남았어. 남자는 고니를 깨우다가 그만 미모에 반해 몰래 뽀뽀를 해버린 거야.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고니 배 위로 뛰어올랐지. 깜짝 놀란 고니가 깨면서 자신에게 몰래 뽀뽀한 남자를 목격한 거야. 으힛. 그 뒤로는 뭐 말 안 해도 알지?

셋은 모두 고개를 떨구고는 한숨을 쉬며 두 번째 잔을 비웠어.

음, 이상해 이상해. 유리와 결혼한 된장맛캔디, 하얀과 결혼한 백살공주와칠순난장이, 고니와 결혼한 잠만23시간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잖아. 그런데 왜 이혼하고 싶어졌지?

"저는 정말 꼭 이혼할 거예요. 제가 잠자는 얼굴만 보자고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아내와 마지막으로 대화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저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이혼하고 싶은 남자> 카페에도 가입했고요. 카페 회원님들과 얘기하며 생각을 굳히고 있어요. 이혼하는 쪽으로요. 저희 집은 집이 아니라 구두 전시장이 돼버렸어요. 이젠 구두만 봐도 지긋지긋해요."

"치사한 것 같지만, 더는 처남들 뒷바라지를 못 할 것 같아요. 아니, 자신이 없어요. 아내가 장녀로서 동생 일곱을 보살펴야 한다는 걸 알고 결혼하긴 했어요. 그런데 이젠 저도 지쳐가고 있어요. 이게 정말 제가 바라던 결혼생활인지 의심도 들고요. 이렇게 두 분을 만나니 더 갈등이 생기네요."

어쩜 좋아. 도로시가 이어준 저 세 커플들이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거지? 큰일이네.

.

"잘 보셨나요? 저 세 남자는 도로시 양 때문에 결혼했고 스스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로시 양은 자신이 착한 마법사라고 말하고 다니는데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보시나요? 인간세상 일에 관여하여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악한 마녀들이나 하는 짓이죠. 그래서 저는 마법사 도로시의 마법사 회원 자격을 박탈할 것을 건의합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저 세 커플은 분명 행복해했어. 결혼할 땐 어느 누구의 반대도 없었고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을 만큼 서로를 사랑했단 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마오 양, 잘 봤어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수련을 했군요. 어려운 마법도 마치 놀이 하듯이 부리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해요. 첫 회의 참석해서 우리 마법사 협회의 명예를 위해 좋은 안건을 낸 것도 칭찬할 만 한 일이에요. 하지만 회원 박탈에는 절차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아름다운 글린다님, 물론 알고 있습니다."

마법사 협회 회원이 되기도 어렵지만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과정도 까다로워. 우선 첫째, 박탈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리려면 세 명 이상의 마법사가 공동으로 안건을 올려야 해. 둘째, 한 달 후에 장로회의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해당 마법사에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해명을 들은 장로들 중 2/3가 박탈 찬성을 하면 박탈이 되는 거야. 해명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뿐이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

"그럼 이 안건을 공동으로 제출할 두 명의 마법사가 더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요. 카노와 키키 두 분입니다."

카노? 키키? 마법사들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어. 카노는 서쪽마녀의 오랜 친구이고 키키는 카노의 후계자야. 카노는 서쪽마녀의 오른팔이었는데 서쪽마녀가 죽을 당시 일이 있어서 성을 비우는 바람에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어. 그 후로 양철나무꾼이 서쪽나라를 다스리게 되며 조용히 지내더니 드디어 일을 내버렸네.

글린다가 카노에게 시선을 돌리자 카노는 미소로 반응해줬어. 카노의 작은 키에 험상궂은 얼굴에선 누가 봐도 악한 기운이 느껴졌어. 옆에 앉은 키키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기만 하고 있었어. 웃는 소리가 마치 쥐가 찍찍대는 것 같아서 듣기 거북했어.

글린다는 한숨만 쉬었어.

.

회의가 끝나자 마법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제각각 흩어졌고, 도로시는 글린다와 함께 남쪽나라로 돌아왔어. 도로시는 화가 난 표정도 아니었고 슬픈 표정도 아니었어. 뭔가 잘못됐다는 표정일 뿐이었어.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곤란해져서요."

"괜찮아. 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후계자야. 너무 걱정하지 마. 한 달 안에 모든 걸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면 돼."

"이상해요. 분명 행복해했단 말이에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왜 유리가 구두를 저렇게 사 모으는지, 하얀의 남편이 왜 지쳤는지, 고니가 왜 종일 잠만 자는지 모르겠어요."

도로시는 참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

글린다가 도로시를 안아줬어. 엄마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등을 토닥거려줬어.

"어떻게 하죠? 저 어떻게 해야 하죠?"


  1. 이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잼나게 읽어주세요.

  2. 스팀잇 특성상 긴 글은 집중도가 떨어지기에 회당 분량이 적습니다.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분량을 잘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3.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된답니다.
    응원과 지적 많이 부탁드립니다. ^^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1 | 프롤로그 (1)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2 | 프롤로그 (2)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3 | 프롤로그 (3)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4 | 마법사의 나라 오즈 (1)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5 | 마법사의 나라 오즈 (2)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6 | 마법사의 나라 오즈 (3)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7 | 마법사의 나라 오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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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오픈톡방 링크 타고왔어요~ㅎㅎ 프롤로그 부터 정주행하겠습니다^^ 자주뵈요~

우히힛,,, 고마워요. ^^

very nice

우핫! 넘 귀엽고 흥미로워요. 처남 줄줄이 키워야 하는 남자는 진짜...ㅎㅎㅎ ㅠ 분명 동화인데 엄청 현실적인....이런거 넘 좋아요.

잼나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연재는 쭉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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