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13 호떡은 훌륭한 전투 식량이었다.

in #kr-food6 years ago

음식이야기 표지.jpg



호떡은 겨울철 흔히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밀가루 반죽 속에 설탕을 넣고 납작하게 구워낸 음식이다.
호떡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임오군란이 있던 1882년 화교를 통해서다. 당시 호떡은 지금처럼 설탕을 넣어 만든 건 아니었고 밀가루 반죽만을 납작하게 눌러 구운 것이었다. 불리는 이름도 호떡이 아닌 당화소(唐火燒), 화소(火燒), 고병(餠) 등 다양했는데 조선인들은 이를 뭉뚱그려 호떡이라고 불렀다.

호떡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오랑캐가 먹는 떡’이라는 의미로 오랑캐 호(胡) 자를 붙여 호떡이 됐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호두(胡桃, 호도)와 호주머니도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호떡이 우리에게는 간식으로 더 친숙하지만 옛날 중국에서는 꽤나 훌륭한 전투식량이었다. 만두처럼 밀가루를 찌거나 삶게 되면 수분이 많아 쉽게 변질되어 오랜 시간 보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화덕에 구워 낸 호떡은 수분이 없어 장시간 보관이 가능해 전투식량으로 크게 활용됐다. 물론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PNG

호떡1.jpg

선.PNG


화교들 사이에서 먹던 호떡은 일제강점기에 들어 급속도로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경성은 설렁탕집과 더불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당시 외식 인기 메뉴였던 냉면이나 설렁탕보다 호떡집이 더 많을 정도였다.

한편으로 이러한 호떡의 인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당시 호떡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화교들이었기 때문에 상권 장악에 대한 걱정이 컸다. 거기에 온갖 사건사고가 호떡집을 통해 일어나니 화교는 물론 호떡집에 대한 감정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떡의 인기는 지칠 줄 모르고 날로 높아져 갔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호떡집은 한 사건으로 종적을 감추게 되는데 바로 만보산(萬寶山) 사건이다. 만보산 사건은 1931년 7월 1일 길림성 만보산 지역에서 중국인들과 이주한 조선 농민들 간에 수로를 둘러싼 충돌로 조선 내 화교를 배척하는 폭동으로 이어지게 만든 사건이다.

만보산 사건으로 조선 내 화교에 대한 악감정은 더욱 깊어졌고 조선인들은 폭도가 되어 집단적으로 화교를 습격하기에 이른다. 중국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것은 물론 운영하는 상점까지 닥치는 대로 파괴하였다. 호떡집 역시 이러한 테러를 피할 수 없었고 경성에 자리잡았던 많은 호떡집들은 불타고 파괴되어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겨울철 쉽게 접할 수 있는 간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 사연 깊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음식인 것이다.


선.PNG

호떡당2.jpg

선.PNG


21세기에 들어 호떡은 또 한 번의 변혁을 맞이하는데 호떡의 프랜차이즈화다. 부산의 씨앗호떡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다양한 호떡 프랜차이즈가 생기기 시작한 것.

재료에도 설탕뿐 아니라 피자, 불고기, 치즈 등 다양한 호떡이 생겨났고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에서인지 요즘은 이 또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소소한 음식이야기 | 호떡은 훌륭한 전투식량이었다.
written by @chocolate1st




||참고 자료||


  1. 호떡, 가난한 쿨리의 가장 먹기 편한 음식_한겨레21 2012년 4월 17일
  2. 호떡집에 불지른 수치의 역사_한겨레21 2001년 3월 13일
  3. 두산대백과사전




||이전 음식들||


#5 한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李盛堂)과 단팥빵 이야기
#6 겨울이 와서 쓰는 냉면 이야기
#7 김치의 옛 이름은 저(菹)였다.
#8 부대찌개와 꿀꿀이죽
#9 설날 맞이 떡국 이야기
#번외 국밥의 정치학
#10 블랙데이 맞이 짜장면 이야기
#11 떡볶이는 궁중에서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
#12 라면 먹고 갈래요?


Sort:  

지난 번에 어떤 방송을 보니 다른 나라에서 호떡 푸드트럭 장사로 크게 성공한 유학생이 나오더라구요. 이제는 그곳에 어엿한 식당도 차리고 :)

요즘은 아이스크림 호떡이 참 맛있더라구요- 강릉에서 먹고 참 좋았어요 ^^

아 저도 윤식당인가요? 거기서 호떡에 아이스크림 얹어 나오는 거 보고 꼭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근데 아직 동네에서 파는 곳이 없어서. ㅠ

호떡이 중국에서 온건 처음 알았어요. 당연히 한국 음식인줄.
ㅠㅠㅠ 그나저나 땅콩 든 호떡 완전 먹고 싶어요. 안그래도 겨울에 한국에 갈 때마다 호떡은 꼭 챙겨먹고 오는데, 호떡 누르는 주걱(?) 이라도 사와야 하는걸까요? ㅠㅠ

요즘에 보면 호떡 믹스 많이 파는데 그걸 잔뜩 사서 가시는 건 어떨까요?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먹어봤는데 맛은 비슷한 거 같더라고요. :)

앗! 그런 방법이! 팬케익 굽던거 생각해보니 누름 주걱이 없어도 동그랗게 굽는건 문제가 없겠군요. 어떻게 만들 방법이 있는지 좀 찾아봐야겠어요 :)

제가 해본 결과 뒤집개라고 그러나요? 그걸로 살살 뭉대도 잘 눌러지더라고요. ㅎㅎ 아니면 냄비 뚜껑 같은 거로 눌러도 잘 눌러지고요. :)

아하! 네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포스팅이군요 ㅋ_ㅋ
튀김호떡류가 요즘 많이 보이는데, 그래도 저는 설탕물이 들어있는 옛날 호떡이 더 맛있네요 ㅎ

저도요! 얇게 눌러서 바삭해진 설탕물 진짜 맛있거든요. ㅎㅎ

금새 겨울이 찾아오면 호떡이 다시 생각나겠죠 ㅎㅎ

아마도 길가에 기름 냄새 풍기는 호떡집을 그냥은 지나치지 못하겟죠? :)

지금은 지나치지만 겨울에는 못지나칠 것 같아요 ㅋㅋ

오리지널(?)호떡 설탕 듬뿍 들은 호떡 좋아하는데 요즘 오리지널 호떡 파는곳이 많이 없어요 ㅠ

저희 동네에도 딱 한 곳있어요. 근데 거기도 설탕만 들어간 건 아닌데 프랜차이즈처럼 씨앗이 잔뜩 들어가지는 않아서 겨울이면 종종 먹거든요. ㅎㅎ 예전에는 겨울이면 언제나 호떡 포장마차들이 많았는데.

호떡에게 이런 일들이!!!!
암튼 배고픈데 사진을 보니 뭐라도 뱃속에 밀어넣어야할 것 같네요 ㅎ

맛있는 간식이지만 나름 사연이 많은 음식이었답니다. :)

전 개인적으로 호떡에 딴 거 들어가는 게 싫어요..노친네라 그런가.ㅋㅋㅋ
걍 설탕만 들어가서 혀 딜 정도로 얇고 뜨거운 호떡이 짱.ㅋㅋ

저도 노친네에 한표!!!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하고 기름맛으로 먹는거죠 호떡은 > <♥

사실 저도 바삭하게 얇게 구워서 설탕부분이 바삭한 게 좋아요 ㅎㅎㅎ

오늘 마트에서 호떡믹스를 살까? 팬케잌 가루를 살까?
망설이다가 팬케잌 가루를 사왔어요...
설명서에 나온대로 열심히 구웠는데
B612_20180828_142635_929.jpg

ㅎㅎㅎ
내일은 호떡믹스에 도전하려고요!! ^_^;;;

대부분 음식을 실패하신 분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설명서 대로 했다고. ㅎㅎㅎ
그나저나 호떡 믹스는 성공하셨나요? :)

저 주문한 에어프라이어가 도착하는 바람에 믹스들이 뒷전으로 밀려났어요..ㅎㅎㅎ;;;

내일 간식으로 호떡믹스 도전합니다!!
초코님 딱 기다려주세요!
또 다시 팬케잌 꼴 날 수 없써!!!

무얼까..하고 한참 들여다봤어요ㅋㅋ
둥이들 돌보시느라 마음이 급하셨던거겠죠?ㅎㅎ
싱긋 웃고 가용ㅎㅎ

좋을글 잘보구갑니다ㅎ팔로우하구 자주구경올게요~!

안녕하세요. milkissdd님. :)
앞으로 자주 뵈어요. :D

호떡에 이렇게 깊은 뜻이??
한중일 문화도 그렇지만, 음식도 누가 먼저인지 알기 어려운게(분명 누군가는 먼저이겠지만)
중국에서 삥~ 이라고 해서 저렇게 야채나 고기 들어간 걸 먹었어도, 그게 호떡의 원조라곤 생각 못 했네요~

저도 호떡하면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꽤 충격 받았더랬죠. ㅋ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8
BTC 54787.37
ETH 2302.94
USDT 1.00
SBD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