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11 떡볶이는 궁중에서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

in #kr-food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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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분식 중 하나로 주재료인 떡과 채소들을 장에 볶아낸 음식이다. 떡볶이는 간을 내는 재료에 따라 크게 궁중떡볶이와 신당동 떡볶이로 분류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궁중떡볶이는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떡과 채소와 함께 소고기가 들어가는데 그 맛과 모습이 불고기와 비슷하다. 기호에 따라 당면도 함께 넣어 조리하며 분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식에 가깝다.

떡볶이에 대한 최초 기록은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찾을 수 있다. 책에서는 떡볶이를 흰떡과 등심살, 참기름, 간장, 파, 석이버섯, 잣, 깨소금 등을 넣고 만든 음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음식명은 지금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떡볶이가 아닌 떡찜, 떡 잡채, 떡 전골 등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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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으로 맛을 낸 궁중떡볶이



그럼 떡볶이는 언제부터 떡볶이라 불렀을까. 본래 떡볶이는 파평 윤씨 종가에서 만들어 먹던 별식이었다. 예부터 파평 윤씨 가문의 간장은 맛이 좋기로 유명했는데 이 간장을 이용해 떡과 소갈비와 채소를 넣어 만든 음식을 떡볶이라 불렀다.

떡볶이라는 이름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건 1942년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에서다. 떡과 고기, 채소를 넣고 간장으로 만드는 조리법이 전해지면서 이후 궁중식과 파평 윤씨 가문의 음식에 구분을 두지 않고 모두 떡볶이로 통용해 불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궁중떡볶이와 달리 고추장으로 맛을 내는 신당동 떡볶이는 한국전쟁 이후 생긴 음식이다. 1953년 마복림 할머니가 신당동 공터에서 판매하던 것을 시작으로 비싼 소고기 대신 어묵을 넣어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정식보다는 분식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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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으로 맛을 낸 신당동 떡볶이



신당동 떡볶이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특이하게도 신당동 떡볶이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좋은 맛 때문이 아니라 DJ 때문이었다.

당시 신당동에 있는 떡볶이 집들은 뮤직박스를 운영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 안에는 음악을 틀어주던 DJ가 있었다. 이 DJ들은 큰 인기를 끌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신당동 떡볶이가 크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당동 떡볶이와 뮤직박스는 단순 음식점이 아닌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다. 즐길 것이 많지 않던 시절, 멋진 DJ가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매콤한 떡볶이를 먹는 것은 꽤나 훌륭한 문화생활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떡볶이 하면 궁중떡볶이를 떠올렸던 인식도 이즈음 DJ의 인기와 함께 신당동 떡볶이로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

맵기로 유명한 엽기 떡볶이

오늘날 떡볶이는 간장과 고추장 맛에 국한되지 않는다. 카레, 짜장, 크림소스 등으로 맛을 낸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가 시중에 존재하며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리방법과 재료도 다양해져 그 방법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국물과 함께 먹는 국물떡볶이, 기름에 튀기다시피 한 기름떡볶이,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먹으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마약떡볶이, 라면이 들어있는 라볶이, 눈물 나게 매운 엽기떡볶이 등 생각나는 것만 잠시 나열해도 이 정도이니 그 종류가 수십 가지는 되지 않을까.

맺음말2.jpg

+참고자료+


  1. 민족문화대백과사전_떡볶이
  2. 한식아카이브_떡볶이, 궁중떡볶이 스토리텔링
  3. 시사인_신당동 떡볶이와 써니2011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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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 순대 간 먹고 싶네요! 으흐흐

그러게요. 떡볶이 양념이 딱 묻혀서 말이죠. :)

떡볶이... 그냥 편한대로 만들어 먹었는뎅.. 쵸코님의 포스팅을 보니 좀더 감성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ㅎㅎ

궁중에서 먹던 음식이니 대장금의 마음으로 만들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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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떡볶이는 한번도 먹어 본적이없네요 ㅋ 한번 검색좀 해봐야 겠네요 ㅎㅎ

궁중 떡볶이를 파는 곳이 워낙에 없어서. ㅠ
궁중 떡볶이가 없다면 간장 떡볶이로 검색하면 종종 나올 거예요. :)

신당동 DJ 추억이 새록 새록 하네요^^

물론 전 신당동의 DJ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ㅎㅎ

신당동떡볶이집 DJ 생각나네요 ^^
궁중 떡볶이도 참 맛나죠 ^^ 처음 아이들이 매운거 못먹을때 만들어주곤 했는데~ 지금은 라면사리까지 넣은 매운맛을 좋아합니다 ^^

아이들도 크면서 점차 매운맛을 알아가는 거 같아요. 저도 옛날에는 매운 거 잘 못 먹었는데 요즘에는 가끔씩 땡기는 날이 있더라고요. :)

궁중떡볶이가 있다는건 알았지만 이런 유래까지는 몰랐어요 ㅋㅋ 초콜렛님은 좋은글이 많네요?자주 보러올게요 소통해요:D

저도 이번에 자료 조사하면서 많은 사실을 알았답니다. :)
앞으로 자주 뵈어요. :D

떡볶이 먹고 싶어요! 라볶이랑, 떡볶이 국물에 잡채 비벼먹는 거 좋아하는데. ㅎㅎㅎ

저도요. ㅠ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자극적인 음식을 피고하고 있는데 비도 오고 하니 진짜진짜 너무 먹고 싶어여. ㅠ

떡볶이 덕후 여기 있습니다 초코님......♡ 신당동 떡볶이가 맛 때문에 유명해진 줄 알았는데 DJ 때문이었다니 놀라고 갑니다. 간장과 소고기를 넣고 떡을 조리하신 우리 멋진 조상님들께 감사하네요 후훗

조상님들과 일찍이 떡볶이를 만들어 먹은 파평 윤씨 종가에도 깊은 감사를. :)

궁중떡볶이 먹고 싶어요 ㅎㅎㅎ 저는 고기도 많이 넣어서 먹고 싶어지네요 초코님^^

저는 비가 와서 그런가 매콤한 신당동 떡볶이가 땡기네요. 맥주 한 캔과 함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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