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5 한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李盛堂)과 단팥빵 이야기

in #kr-food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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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군산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선물이라며 곧잘 이성당 빵을 사 온다.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이성당이 소개되면서 군산의 특산물 내지 여행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성당은 한국 최초의 빵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역사도 오래된 곳이다. 앞서 빵 이야기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이성당은 1920년 조선으로 건너온 히로세 야스타로(広瀬安太郎)가 만든 이즈모야(出雲屋)라는 화과점이었다. 이성당이라는 이름은 해방 이후 판잣집에서 제과점을 하던 ‘이씨’가 적산가옥이 된 이즈모야를 구입하면서 갖게 됐다. 그 뜻은 ‘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근래까지 이씨 어르신 집안에서 운영했으나 작고하신 이후 오씨 부부가 가게를 인수해 현재는 부부의 며느리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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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을 대표하는 빵은 단팥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성당을 알기 전까지는 단팥빵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단팥빵은 안빵(あん パン)으로 1874년 일본 미쿠라 야스베(木村安兵衛)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져 아들과 함께 긴자에서 판 것이 시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순화를 통해 안빵 대신 팥앙금빵 또는 앙꼬빵으로 불리게 됐다.

안빵이 앙금빵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건 빵을 만드는 과정 때문인 것 같다. 앙금빵의 주재료인 빵 소, 즉 팥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팥이 물러지도록 삶아야 한다. 잘 삶아진 팥은 체에 잘 내려 껍질과 분리해 내는데 이때 껍질과 분리된 침전물을 앙금이라고 부른다. 이 앙금을 다시 소금과 설탕을 넣고 삶아 졸이면 맛있는 팥앙금이 만들어진다. 이를 넣고 빵을 구우면 팥앙금빵이 된다.
종종 어르신들은 단팥빵을 앙꼬빵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앙꼬(あんこ)가 속을 채우는 팥소를 말하는 일본어이니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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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의 또 하나 인기 메뉴는 야채빵이다. 야채빵은 말 그대로 빵 속에 야채를 넣은 빵이다. 언뜻 일본의 고로케 비슷하지만 야채빵은 고로케와 달리 튀기지 않고 빵처럼 굽기 때문에 속으로 들어간 야채의 숨이 살아있어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고로케보다는 빵으로 만든 만두의 느낌이 더 강하다.
개인적으로도 단팥빵보다는 야채빵을 더 좋아하지만 빵의 특성상 많이 만들어 놓을 수 없어 쉽게 먹을 수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예전에는 이성당의 단팥빵을 맛보려면 군산을 가고,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현재는 서울 제2롯데월드에 분점이 생기면서 손쉽게 단팥빵을 맛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양재의 ‘햇살마루’도 사장님의 따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을 맛볼 수 있다.


+참고 자료+

1. 강석훈 외,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2. 오세미나, 〈군산지역의 제과점을 통해 본 근대의 맛과 공간의 탄생〉 석사학위논문

맺음말_크기 변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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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글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해요. :)

아…..일본에서 먼저 나온 거였군요.
좋은 친구분들을 두셨어요 ㅎㅎㅎ
ㅠㅠ 제가 팥 킬러입니다. ㅋㅋ 당연 단팥빵은 빵순이인 제가 제일 사랑하는 빵이겠죠 ㅋㅋ 야채빵도 튀기지 않았다니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이성당 단팥빵 이야기만 듣고 ㅠㅠ 못 먹어 봤어요 ㅎㅎ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어요 ㅎㅎ

팥 킬러시라니! 그럼 붕어빵도 좋아하시겠네요. :)

요즘 한국은 부쩍 추워져서 퇴근길에 보이는 붕어빵만 보면 발걸음이 늘여진답니다. ^-^
이성당 단팥빵은 제가 먹은 단팥빵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어요. 한국에 오시면 꼭 들려보셔요. 이제는 서울에도 있어서 군산에 안 가도 되니까요. :)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되세요 해피님. ^-^

저런 가계 하나 할 수 있는 것도 복일까요?

나름의 복이겠죠? :) 근데 이성당이 우리나라 빵 매출 1위는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중소기업 이상은 되는 거 같지만요. :)

이성당 빵은 아직 한번도 못먹어봤는데 먹어보고싶네요^^

저도 처음 단팥빵 먹었을 때 그냥 그랬는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면 생각나더라고요.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실망하시지 않을 거예요. :)

한국엘 가야 먹어보든 말든 할텐데요. ㅠ.ㅠ
먹어보고 싶네용. 앙~!

미국으로 보내드리면 좋을련만 빵이라 그것도 쉽지가 않고 ㅠ

초코님, 저도 단팥보단 야채빵을 선호합니다 ㅎㅎ(단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ㅋ.ㅋ)

역시 햇쌀님도 야채빵의 진가를 알아보시는 군요. :)

아. 맛있겠다.+ㅁ+
빵 먹고 싶네요. 갑자기 급!! ㅎㅎ
배도 고프고.ㅎㅎㅎㅎㅎ

저도 요즘 같이 추워지니까 따뜻한 우유에 이성당 단팥빵 생각나요. 먹어본 지도 오래됐고요. :)

와 저렇게 줄을 서서 먹는 빵집이라니.. 기다리는걸 잘 못해서 여기서 먹어보는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먹어보고싶은 빵이에요... ㅋㅋ뭐랄까 빵 종류도 다양하고 많지만, 언제 먹어도 늘 맛있는건 단팥빵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군산에 있는 이성당은 줄 서야 하지만 서울이나 양재에 있는 곳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되요. :)
히바님 서울에 계시면 잠실이나 양재쪽으로 가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랍니다. ^-^

음...자회사가 군산에 있어서 그래서 공사가 많다보니 군산에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늘 저걸 사오시더군요...
그냥 단팥빵인데...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풍요로우니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 했을지도요 ㅋㅋㅋ 양재 햇살마루, 지나다니며 본거 같기도 한데, 눈에 띄면 다시 한번 맛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단팥빵도 맛있지만 그래도 저는 야채빵이 더 맛있더라고요. 다음에는 꼭 야채빵을 드셔보셔요. 근데 군산에서는 야채빵이 나오자마자 동나기 때문에 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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