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7 김치의 옛 이름은 저(菹)였다.

in #kr-food6 years ago (edited)

음식이야기 표지.jpg



김치. 배추나 무 등을 소금에 절인 다음 양념으로 버무린 음식으로 오랜 시간 숙성시켜가며 먹는 발효 식품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한국 하면 김치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김치의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는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예전 김치는 단순히 채소를 소금이나 소금물에 절인 형태였다. 이는 맛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채소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김장이라는 말 대신 소금물에 채소를 담근다 하여 ‘염지(鹽漬)’라 불렀고, 김치는 ‘지(漬)’ 혹은 ‘저(菹)’로 불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김치는 ‘저(菹)’라는 이름 대신 딤채, 침채 등으로 불렸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치냉장고 딤채도 여기서 온 말이다.

그럼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고추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건 17세기부터다.
조선시대 소금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조미료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대량생산이 되지 않아 조정에서 전매하여 관리했을 정도로 매우 귀한 재료였다. 그러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한반도에 고추가 유입되고 귀했던 소금 대신 고춧가루로 절이기 시작한 것이 요즘 김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배추김치.jpg



이후 고춧가루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기는 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에는 반대로 고춧가루가 없어 다시 소금에 절인 김치를 먹기도 했다. 종종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무짠지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익히 먹는 새빨간 배추김치는 우장춘 박사의 배추 품종개량 성공 이후에나 가능해진 일이다.

역사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지금처럼 집집마다 저마다의 조리법으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김치는 풍요로운 재료의 공급으로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진다. ‘중국의 만두 종류가 지붕 숫자와 같다.’는 말처럼 작게는 집집마다, 크게는 지역에 따라 김치의 재료와 양념의 종류가 다르다. 여기서는 특색 있는 몇 종류만 살펴보도록 하자.

보쌈.jpg

김치하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인 보쌈


우선 김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배추김치는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다. 지역에 따라 맛을 내기 위한 젓갈이 조금씩 다른데 바닷가와 가까운 곳일수록 젓갈이 많이 들어간다. 경상도의 경우 생갈치를 넣는 갈치 김치도 있다.

동치미는 무로 담그는 김치 중 하나로 소금에 절인 후 물을 넣고 발효시켜 국물과 함께 먹는 김치다. 예전에는 동치미를 냉면 육수로 사용했을 만큼 시큼한 맛이 강하다. 비슷한 김치로는 나박김치가 있지만 동치미와 달리 단맛이 강하며 발효시키지 않고 바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국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깍두기는 무를 네모반듯하게 썰어 고춧가루와 버무린 김치로 무의 시원함이 그대로 베여있어 뜨거운 음식과 먹을 때 안성맞춤이다. 비슷한 김치로는 배추와 함께 담근 석박지가 있다.

이밖에도 갓으로 담그는 갓김치, 쪽파로 담그는 파김치, 오이로 담그는 오이소박이 등 재료에 따라 만들어지는 김치는 무궁무진하다.
맺음말2.jpg


||이전 음식들||
#4 먹고 싶어 쓰는 빵 이야기
#5 한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李盛堂)과 단팥빵 이야기
#6 겨울이 와서 쓰는 냉면이야기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치의 역사인가요? ㅎㅎ 중간에 보쌈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먹었던 보쌈이랍니다. 평소에는 그리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닌데 가끔 먹으면 맛나더라고요. :)

앗 아직 점심 전인데 ㅎㅎ 갑자기 뜨끈한 밥에 김치가 생각나네요!

식사 전이시라고 하면 하얀 쌀 밥에 부드러운 보쌈 어떠세요? :)
아, 뭐 딱히 제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ㅎㅎㅎㅎ

오 ㅋㅋㅋ음식이야기 흥미로워요! 보쌈 싸먹고 싶네요 ㅎㅎ

저도 먹고 싶어요. ㅠ 보쌈은 사실 제가 먹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올린 거라서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늘님. :)

김치도 이렇게 벌겋지 않았고... 배추 자체가 지금의 배추처럼 통통한 놈이 아니었다고 들은것 같아요. ^^ 아무래도 김치는 벌개야 제맛? ㅎㅎ

네. 맞아요. :) 지금처럼 빨갛게 된 김치는 양반이나 부자집에서나 겨우 먹을 수 있었고 하더라고요.

배추도 중국에서 처음 들어왔을 땐 홀쭉(?) 했고 지금의 통통한 통배추 형태는 우장춘 박사가 개량으로 만들어낸 거라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0^

요즘은 김치가 벌겋치 않으면 정말 맛없어 보이죠. ㅎㅎ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집에서 보쌈 직접해먹거든요
보쌈에는 김치의 궁합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맞아요. 김치가 웬만한 음식에 다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역시 보쌈만한 게 없는 거 같아요. :)

캬... 맛나보이네요 :) 김치를 저라고 불렀던 것도 신기하지만 딤채라는 이름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김치냉장고 딤채 보고 당연히 외국어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어디서 지식자랑할 것 하나 생겼네요 ^^

딤채. 어쩐지 외국어 같기도 한데요? :)

빔바님께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이런 먼지팁 많이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빔바님. :D

몰랐던 사실이였는데 덕분에 지식 하나 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노쌤. :)

앞으로도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D

딤채가 김치라는 말이었군요.^^
여태 김치냉장고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네요.ㅇㅅㅇ;;ㅎㅎ

앗! 저두요 ㅋㅋㅋㅋ

이제는 뭐 거의 김치냉장고 이름이죠. :)
전 딤채가 삼성 껀 줄 알았는데 대우꺼였드라고요. :D

아! 딤채 위니아 아니었어요? 새로운 사실을 알고가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28
TRX 0.12
JST 0.032
BTC 62332.64
ETH 3006.81
USDT 1.00
SBD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