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8 부대찌개와 꿀꿀이죽

in #kr-food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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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는 김치와 돼지고기, 햄, 소시지, 라면 등의 재료로 끓여 낸 찌개다. 김치에서 나오는 칼칼함과 가공육에서 나오는 특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다.
재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이후 먹기 시작한 음식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 직후 먹을 게 없어 먹던 꿀꿀이죽을 부대찌개의 원형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꿀꿀이죽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버린 음식을 한데 모아 끓인 음식이다. 꿀꿀이죽이라 이름 붙은 것도 모양새가 꼭 돼지나 먹을 것 같은 모습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꿀꿀이죽에는 정해진 조리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먹을 만한 걸 모아 끓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꿀꿀이죽에는 이 자국이 남은 햄이나 소시지가 들어있기도 했고, 담배꽁초나 껌, 비닐 같은 쓰레기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음식이라고 칭하기도 어려운 음식이었지만 당시에는 이것도 없어서 못 먹었다. 그만큼 전쟁이 휩쓸고 간 상처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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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부대찌개는 엄연한 조리법이 존재하는 요리다. 육수에 김치와 햄, 소시지, 돼지고기를 양념과 함께 자박하게 끓여낸 것이 부대찌개다. 굳이 기원을 찾는다면 꿀꿀이죽이 아닌 김치찌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꿀꿀이죽이 전쟁의 아픔이 서린 음식이라면, 부대찌개는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 음식이다.
부대찌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부대의 주둔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은 지금처럼 육류가 풍부했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고기 대신 미군부대에서 몰래 빼온 햄이나 소시지 같은 재료를 찌개 넣기 시작한 것이 부대찌개의 시초다. 부대찌개의 원조를 의정부로 보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은 1980년대에 들어 부대찌개가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전에는 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끓인 찌개라 하여 ‘부대고기찌개’ 혹은 ‘존슨탕’이라 불렀다.

존슨탕이라 불렸던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대중적인 건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다. 한국에 방문한 존슨 대통령이 존슨탕을 먹고 극찬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또 다른 유래로는 부대에서 몰래 물건을 빼주던 병사 이름이 ‘존슨’이어서 존슨탕이 됐다는 것과 찌개에 들어가는 소시지가 존슨빌(Johnsonvile) 소시지라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정황일 뿐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니다.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이 서로 다른 음식이긴 하지만 두 음식 모두 전쟁이 만들어낸 음식이다. 그래서 한 간에는 아픈 역사에서 비롯됐으니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픈 역사로 만들어진 음식이기에 더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한다. 이름을 바꾼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아픈 역사라면 기억하고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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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음식들||
#4 먹고 싶어 쓰는 빵 이야기
#5 한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李盛堂)과 단팥빵 이야기
#6 겨울이 와서 쓰는 냉면 이야기
#7 김치의 옛 이름은 저(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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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

아픈 기억은 지우거나 없애는 것 보다 마음속에 새겨서 다시는 그런일이 생기지않도록 노력하며 사는게 중요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워서 지워진다면 지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억하는 게 맞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왜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존슨탕이라는 말을 몇 년 전에야 알았어요. 그때 든 생각은 존슨빌 소시지 때문인가 싶었죠. 그래서 존슨빌에 한 표 보탭니다! 근데 오늘 잠은 다 잔 듯...ㅠㅠ 꿈에 나올 것 같아요

저도 존슨빌에서 왔다에 것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ㅎㅎ
솔직히 대통령 설은 너무 무리수가 아닌가하는. :)

우리 한국역사의 서글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음식의 역사, 그 상징인 부대찌개
꿀꿀이죽은 저도 어릴 적에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역사를 반영하는 음식들이 여럿 있지만 대표적인 게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인 거 같습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존슨탕은 어감이 좀...
지난번에 마트 가보니 존슨빌에서 부대찌개 반조리식품도 나오더라구요. 자신들이 부대찌개의 원조라고 어필하는건가..

그러고 보니 저도 마트에서 본 거 같아요. :)
지금은 좀 어감이 이상하긴 하죠? :D

그냥 미국인은 다 존슨 아니었을까요? ^^
그나저나 쟌슨빌... 아직도 제 맥주 일호 안주인데... 갑자기 뽀독 씹어먹고 싶네요. ㅎㅎ

아마도 그시절 미국인은 존슨 아니면 스미스일 거 같기는 해요. :)

쟌슨빌 생각보다 인기 많더라고요. ㅎㅎ 저만 몰랐던. :)

초코님 말씀대로 시대상을 잘 반영했기에 부대찌개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외국기사에서는 우리나라에 스팸같은 깡통햄이 인기인 것이 전쟁과 가난했던 과거탓이라고 써놓았는데 완전히 부인할 수 없겠더라고요. 노아님이 알려주셔서 초코님을 처음 방문했는데, 반갑고 좋은 글들이 많이 있네요. 어찌 이제야 알았는지 :-)

안녕하세요. 스프링님. :)

우리나라에서 유독 스팸이 인기가 높긴 하죠. 명절에 스팸 세트를 선물한다고 하면 외국에서는 놀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에 납품되는 스팸은 서양 것보다 고기의 질이 조금 더 좋은 걸 사용한다고 하네요. :D

노아님이 제게 좋은 인연한 분을 소개시켜주셨군요. :) 앞으로 저도 자주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D 반갑습니다. 스프링님!

마지막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기억해야죠

네. 아픈 역사도 역사니까요.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황교익 선생님이 쓰신 줄..
왠지 어조가 황교익 선생님 목소리가 오버랩 되는 어조인데다 음식에 대한 상세한 지식까지...
초코렛님도 도대체 어디까지 아시는건지...
저두 부대찌개 좋아합니다!!! 근데 혼자서는 못먹어요.... 분식집에서 1인분 시키면 그 맛이 안나요.. 허엉~~ 언제 부대찌개에 술 한잔 하시죠?^^

제가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책을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어요. ㅎㅎ

아, 진짜 그러고 보니 부대찌개는 혼자서는 못 먹는군요. ㅠ
부대찌개에 술 한 잔! 완전 좋습니다. 언제라도 불러주시면 버선발로 나가겠습니다. :)

아....꿀꿀이죽....ㅠㅠㅠㅠ
담배꽁초가 들어가 있다니 ㅠㅠㅠㅠ

부대찌개는 저도 참 좋아해요ㅋ
예전에 직장생활할때 근처에 존슨부대찌개라는 식당이 있어서 가끔 먹었었는데~ 추억 돋네요 ㅎㅎ

아마 더 심한 것도 많이 들어있을 거예요. ㅠ
근데 이것도 없어서 못 먹었다고 하니. ㅠ

존슨부대찌개라 옛이름과 요즘 이름을 다 갖춘 곳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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