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s] 독백하며 노래하는 철학형 가수 배철수와 장기하

in #bus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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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라고 꼭 고성을 지르거나 기교를 부릴 필요는 없다. 그냥 감성을 실어서 읊조려도 노래가 된다. 배철수님의 노래가 그렇다. 처음 장기하의 노래를 들었을 때 배철수님의 창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장기하가 배철수님의 노래를 많이 리메이크한 것도 같다. 조근조근 또박또박 대화하듯이 노래를 불러도 듣기 좋으면 장땡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대화형 노래들은 가수 같은 느낌이 안들어서 좋다. 평범함의 미덕이다. 된장찌개처럼 평범하게 들리는 맛이 있어서 더 오래갈 수 있고 은은하다. 쌈박하고 화려해서 임팩트를 주는 사람보다 평범하고 무던하게 옆에 있는 그래서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랄까? 그런데 그 사람이 없으면 왠지 허전한 느낌 같은 거 말이다. 나는 2~30십대에 요즈음 유행어처럼 관종이 되고 싶어 애달팠다.

배철수님의 노래는 여기에 매력이 있다. 장기하? 조금 다른 거 같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밀레니엄 시대 배철수님의 변태라고 표현할까? 외모와 스펙까지 업그레이드되어 출현했다. 유식한 용어로 창발emergence이다. 김창환님과 배철수님의 하이브리드 콤보 버전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정표현도 화끈한 것보다는 요렇게 담백한 게 더 와 닿는다.


그대는 나는

그대는 바람결에 떠도는 한조각 구름이어라
그대는 강물 위를 떠가는 한조각 꽃잎이어라
그대는 저녁햇살에 빛나는 하얀 백조이어라
그대는 겨울 아침에 내리는 하얀 눈발이어라



정인情人에서 정(情)의 한자를 파자하면 푸른 마음心+靑이다. 마음이 푸르다는 것은 마음을 실을 그 대상에 내 마음이 혼탁함이 없다는 것이다. 푸름의 어감은 맑고 가볍다. 경박스러운 마음이 아니라 상쾌하여 날듯한 느낌이다. 그녀라는 존재로 인해 내 마음이 그렇게 살랑 살랑거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의 대상이 탐욕과 집착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 종자의 이성 간의 사랑은 집착과 푸른 마음사이에서 항상 줄다리기한다. 젊을 때는 집착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뭐, 지금도 그럴꺼 같긴 하지만 이성에 대한 집착의 두께가 얇아졌다. 데헷! 그런데 배철수님이 이 노래를 부를 당시 20대였겠지? 그당시 생긴 것도 겉 늙었지만 속도 늙었다. 그래서 이름처럼 ‘들었’인가보다.

대상에 대한 그 마음가짐도 항상 변화한다. 내꺼된다고 확신하면 소중함을 모르고 막 대하게 되는 게 인간심리이다.

사랑했던 그 시점에서부터 그 사람은 바람결에 떠도는 한조각 구름처럼 잡을 수 없다. 강물 위를 떠가는 한조각 꽃잎처럼 귀하고 아름답다. 나의 어두웠던 마음이 그녀를 통해 저녁 햇살에 빛나는 하얀 백조처럼 환해지기도 하고 추운 겨울 아침에 내리는 하얀 눈발처럼 차갑지만 깨끗하고 아름답다. 차가운 따뜻함, 냉정한 온기를 주지만 그 하얀 눈발은 나의 몸에 닿으면 바로 녹아 사라져버린다. 감-질-맛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그저 함께함을 덤덤히 즐길 뿐이다. 그녀에 대한 공통된 심상心想(마음의 모습)

가질 수 없는 너



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세상에는 참견하는 사람도 많고 운명이라는 것이 결정된 마냥 속단하여 신세 한탄하거나 혹은 얍샵하게 요령 피워 잔머리 이리떼굴 저리떼굴 참 피곤하게 살다 지쳐버린다. 지칠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체력이 고갈되면 끝나려나?

그러나 그냥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다.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한다.

도낀개낀



노래 중간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아주 짧게 샘플링한 것이 재치 있다.


ps1. 장기하는 매력적인 수컷이다. 그니까 아이유가 좋아했겠지. 개부럽다. 시바, 그냥 내 길이 있다. 시바, 근데 왜 이리 질투나지? 시바. 같은 수컷으로 이 수컷에게 찌질한 질투심을 날린다.

장기하 너 잘랐다.
우리 아이유하고 잘 헤어졌다.
메롱이닷!

ps2. 결정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운명학은 인간의 사고틀과 그 인간이 둘러싼 환경요소들의 변수를 고정화하여 운명 = f(x, y, z ...)라고 결정지어 버리는 것이다. 그 x, y, z 기타 등등에는 고정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생각의 변수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운명 행위자의 생각(마음먹기)인데 그것이 행동을 결정하여 결과의 원인을 새로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각이라는 것이 정해진 틀과 같아서 바뀌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방법은 자기 사고틀과 반대 혹은 변칙으로 행동하면 운명론자의 예측을 빗나간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때로는 운명에 대하여,

그건 니 생각이고



라고 해야 한다. 안그면 운명의 꼭두각시가 되겠지.



활주로 - 이빠진 동그라미

인생이란 게 원래 완벽한 것이 없다. 동그라미가 이가 빠져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려고 이렇게 저렇게 구르다가 완벽한 것을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기쁨에 찬 동그라미 지난 얘기 하려다가 입이 닫혀 말못하니 동그라미 생각하네 이런 것이 그렇구나 냇물 가에 쭈구리고 슬퍼하던 동그라미 애써 찾은 한 조각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데굴 데굴 길 떠나네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우리 인간종자는 원래부터 만족감을 모르게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을 완벽 추구를 위한 도전 혹은 발전이라고 합리화한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도전이나 발전은 만족감의 탄탄한 기반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허한 탐욕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이빠진 동그라미의 명언

이런 것이 그렇구나



그리고 애써 찾은 한 조각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가야한다. 그런데 그게 졸라 아쉽다.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싸구려 커피하면 벽다방의 커피이다. 특히 기름진 음식먹고 마시는 벽다방 커피가 개맛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커피는 단 1도도 나의 싼 입에 벽다방 커피만큼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나의 입맛이 싸구려라서 그럴까? 아니면 나의 첫 경험이 심어놓은 맛의 선입관일까? 아무튼절대로 포기 못할 벽다방 커피 예찬!


활주로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만수산을 떠나간 그 내 님을 오늘 날 만날 수 있다면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돌아 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불이 그내 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며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모르고 살지 않는다면 아마도 성인일 것이다. 알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절대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자꾸 실수한다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안다는 것은 무늬만 아는 것일 뿐 그 속에 새겨진 인생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확실하게 안다면 인생 무서울 것이 없다. 죽음도 삶도 무서울 것이 없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인생은 환영이라고 한다. 단 1초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붙잡을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간 과거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오지 않아서 붙잡을 수 없다. 현재도 순간만 있을 뿐 절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환영이란다. 실재實在로 있다고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일 뿐이지 실재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복도가 있는 고층 아파트의 난간 위에 올라 아무렇지 않게 걸어갈 수 있는가? 우리는 보도블록의 난간은 잘 걸어간다. 헛디뎌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같은 폭의 고층 아파트 복도 난간에서는 그렇게 걸을 수 없다. 발을 잘못 디디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같은 폭인데 왜 못 걸어갈까? 비약이 심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세상만사 모두가 환영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고층 난간에서 길거리의 얕은 난간이라고 자기암시환영에 환영을 덧붙임하고 걷는 것도 못한다. 마음이 만든 환영이 실재 환영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알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모르고 살뿐이다.

슬픔, 괴로움, 즐거움, 두려움 등의 생각의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내가 생각의 습관으로 만들어 놓은 환영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를 평등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알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한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차이가 있다.

나는 세상모르고 살고있노라고라



장기하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노랫말도 좋지만 특히 내가 개조아하는 박정현이가 리메이크해서 알게 된 조용필님의 노래인데 장기하 버전도 개좋다. 장기하는 노래를 항상 또박 또박 발음하면서 범생이같이 부른다. 대화형 노래 말고도 이렇게 가수같이 부른 노래도 좋다.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더 쓰기가 구챠나졌다.

이만끗~~~~


ps3. 최근에 알았다. 박정현이 시집갔다고 한다. 으아! 아쉽고 허전하고 술포다 흙흙흙


짝퉁 & 땜방 불금뮤직


스팅, 삶의 타짜를 노래하다
동심가요(童心歌謠), 아동의 마음을 가요에 담다보니 어른이 되었다.
春子의 매력
칼의 노래 : 칼날 같은 인생을 노래하다
수면마비
떠나간 님이 침묵으로 나의 마음 속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를 부른다.
[몽념수필(夢念隨筆)] 쓰끼다시
Deep purple의 노래로 사색하기
프린스 최고의 노래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호질(虎叱)’
인공지능과 좀비의 뮤직비디오
사이먼과 가펑클, 정성(靜聲)을 노래하다/Sound of Silence
타악기의 추억2/ Led Zeppelin의 존보넴에서 영남농악 그리고 수피댄스
Anita, 동조화(Synchronization)를 노래하다(In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하늘의 도는 반복됨을 즐긴다(天道好還)
별빛을 주제로 한 노래
야구 시청의 미학(味學)
90년대를 회상하며
19금인척 느끼honey 끈적honey 촉촉honey Song들
해철과 빌리, 원맨 아카펠라로 인생과 사랑을 읊조리다
꿈에 관하여 썰을 풀다
달을 보며 음악을 맛보다[관월미음(觀月味音)]
특별한 주제 없이 쓰다가 주제가 만들어지는 짝퉁 불금뮤직/ 그래서 사랑, 이별, 그리고 홀로 사는 인생
원곡만큼 아니 원곡보다 Remake-1/ 짝퉁 불금
찬바람이 불면(不眠) 쉬(she) 생각나는 노래
락커의 변신은 무죄
영화 속에서 댄스곡을 리메이크하다
이번에는 Animal Song으로 갑니다
40대 아재들의 추억의 댄스곡 소환 : #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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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가 귀에 맴맴 도네요.
꼰대 소리 들을 나이가 되니, 이건 저건 이렇고 저렇고 라고 말 하는 것이 두려워 집니다.

큰 놈한테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그건 아빠 생각이고... ㅠㅠ

여기는 비가 좀 내리고 있네요.
아이들 올 시간에 조용히 커피 마시다가 철수 아자씨 노래가 귀에 착착 감기다가, 장기하 "그건 니 생각이고" 에 띵 하고 갑니다. ^^

멋지진 않지만 덥수룩한 수염마저 부러운 수컷 둘이에요...ㅎㅎㅎ
장기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첨 들어보는데 오늘 같은 날씨와 잘 어울려요.
담백한듯, 촉촉한듯.

세상 다 알고 산다면
재미가 없겠지요?

형 정체가 뭐야!!

배철수처럼 나이들고 싶습니다.ㅎㅎ

풀봇 리스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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