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癸卯農記] 내 이럴 줄 알았지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pool11 months ago (edited)

이건 감자밭이 아니다. 거의 한달 반 가량을 방치해둔 결과이다. 마음을 단디 먹고 왔지만 기가 질려버렸다. 거기다 오늘 날씨 너무 덥더라. 토실 토실한 감자로 가야할 영양분을 이놈들이 다 쳐먹었을 것을 생각하니 얄밉지만 싱싱하다. 그래서 농사꾼은 부지런해야 한다. 이놈들 뽑아버리는데 2시간 걸렸다. 오른 손으로는 낫질하고 왼손으로 잡아뽑다보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감자 두둑이 총 15개인데 이제부터 이거 해치고 숨은 감자를 캐야 하는데 마음으로 악소리를 여러번 질렀다. 10두둑에서 감자를 캐고 나니 벌써 어두워져서 나머지 5두둑은 내일로 미뤄야 한다. 하는 김에 다 끝내야 하는데 배도 고프고 지쳐서 그냥 포기했다. 이웃 텃밭지기들도 떠나가니 일할 맛도 안난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얼릉 다녀와서 나머지 감자도 캐야 하는데 내일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의 농사 노가다 샤워후 맥주 한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버지께서는 뭣하러 개고생 하냐고 잔소리 하시는데 이렇게 힘들 때는 농사 안하고 싶긴 하다.

대체적으로 올해 감자 농사는 풍년이지만 나의 감자는 흉년이다. 나눠줄 분량이 안되니 오로지 아버지와 나를 위한 감자들이 되버렸다. 집에 와서 삶으려다가 피곤해서 포기했다. 감자요리 특별식 좀 찾아봐야겠다.

달의 모습이 딱 나의 감자 수확량이다.


癸卯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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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강아지들이 장난이 아니네요.
몸살 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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