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癸卯農記] 시작하며

in #blog2 years ago (edited)


어제 밤 등골과 발등이 으스스해서 다시 고뿔이 오시려나 했더니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는다. 잠깨고 나니 머리가 아프다. 작년에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감자 심기가 일주일 늦어졌다. 그래서 시작부터 왠지 찝찝했는데 감자 농사의 경우는 대부분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작년은 기우가 아니었다. 원인이 그것 때문이 아니었더라도 때를 놓쳤다는 농사꾼의 강박과 껄쩍지근함은 잠재의식 속에 오래 남는다. 똥눟고 뒤닦지 않은 기분이랄까? 오늘 밭갈이를 해야 하는데 어쩌지? 걱정이었다. 몸이 다소 무거웠지만 아주 심하지는 않아서 우선 탁센 한알부터 먹었다. 조금 가시는 듯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다시 띵하다. 점심먹고 다시 한알 챙겨 먹고 강박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가서 나름 정성스럽게 두둑을 만들었다. 예년처럼 흙살림 퇴비와 바이오 차콜을 뿌려주고 호미로 한땀한땀 버무렸지만 찍고나서 보니 두둑이 그다지 이쁘지 못하다.


이웃 텃밭지기 형님과 자투리땅에서의 텃새풀 위세를 이길만할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5년 키워온 달래를 심로 결정했다. 텃새들이 영토권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달래들이 착근해버리면 된다. 이미 세력을 점하고 있는 돌나물 무리를 피해서 전체적으로 심어주었다. 작년에는 메리골드, 딜, 고수, 완두콩, 바질을 심었지만 메리골드를 빼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5년동안 키워온 달래라서 그런지 뿌리 향기가 진하다. 올해 이 짜뚜리땅이 달래군락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철조망을 타고 오르도록 완두콩도 심었다.


나의 두둑에 조그맣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부추 군락이다. 3년째 같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으니 텃새 작물이지만 나와 우호적인 관계이다. 감자를 심어도 이들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다. 우측 상단의 텃새풀이름이 궁금하다. 갈아 없긴 했는데 아마 다시 피어날 것이다. 뱀딸기풀인지 모르겠다.


작년 가을에 심어둔 쪽파무리들이다. 좀더 자라면 뿌리채 뽑아다가 생강쪽파뿌리탕이나 끓여먹어야겠다. 여기에 꿀 넣으면 풀뿌리 면역증강제,


壬寅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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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농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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