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哭婢,,,,,생의 배웅,,,[일기와 음악]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내게도 곡비哭婢*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울음의 퇴적층부터 지금 도착한 울음까지 내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곡비말이다
지치지 않는 슬픔을 장례시킬 때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슬픔을 도난당한 광대처럼 옆에서 의미없는 몸짓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 놓고 갈 것들이 헐렁해진 살갗 아래를 돌아다니다 집을 짓는 자리, 붉은 모란꽃보다 더 붉은 심장근처의 값은 폐가 같은 자리값처럼 왜 그리도 대책없이 거저 내주는 것인지 늘 궁금해진다

어떤 날은 오래 기다려도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날은 하염없이 기다려 맞이한 대낮까지도 저녁처럼 어두워서 들여 마시는 공기조차 캄캄해 목울대가 까맣게 그을렸다 어떤 예쁜 문장을 내뱉어도 명랑한 색은 나오지 않고 울음이 깊게 깔린 등고선의 높낮이처럼 경계도 없는 먹구름이 흘러 들어 오래 젖어 있었다 대책도 없이.....

눈물,,,,,멀쩡한 바깥풍경을 문질러 다 섞어버리는 창문에 붙은 빗물처럼 고된 울음의 자리는 늘 사랑스러웠던 것들까지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려 더 슬프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을린 목울대를 거쳐 나오는 울음 앞에서는 그 어떤 화려한 꽃들도 그저 한송이 흰국화꽃을 이길 수가 없다

생을 건너는 일은 산 자들의 울음소리로 다리를 만드는 것일까 그토록 서러운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기어코 목울대를 부숴 더 이상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까지 평생의 소리들을 그곳에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필사의 지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는 죽음보다 더 검은색으로 쓰러졌다

아직 심장이 받아들이지 못한 사별이 왜 하얗거나 검은, 무채색만을 갖는 걸까 밤마다 감았던 눈의 안쪽에서 꾸던 꿈들은 다 무엇이었던가 온기를 잃은 몸뚱이는 꿈조차 꿀 권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28℃**의 온기로는 생의 빛나는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생의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서는 생을 건너는 일이 허락되는 않는 것이겠지 그것은 생이 그리 넉넉한 인심을 갖은 호인이 아님을 살면서 그토록 켜켜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생의 시간엔 온기가 없는지도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꽃가마를 타고 시집왔던 것처럼 온갖 화려한 색의 꽃들로 만든 꽃상여를 태워 마지막 이별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생을 놓는 일은 다른 생과 혼인하러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험으로 아는 바와 같이 결혼생활이란 웃는 일보다는 감정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일이 많다보니 다음 생에 웃는 일이 더 많게 살라고 이생의 사람들이 대신 울어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더 크게 울어줘야했었던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긴 가벼워도 좋을 울음이란 있기나 한 걸까! 짠기가 조금은 희석된 눈물말이다 아니 가벼운 울음이란 어쩜 환한 생의 다른쪽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슬픔 앞에선 차라리 대성통곡 보다 더 뼈아픈 속울음이 떠나는 이에게 더 큰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생을 놓을 때는 웃는 이들만 있었음 좋겠다 이생의 떠남을 축하해주는, 이생의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어쨌든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 고추를 먹은 것처럼 화끈한 울음을 울고 싶다 국지성을 띤 단발성의 슬픔이라면 버티고 덤벼볼만도 할 것 같다 이 내성의 슬픔이라면...

비슷한 맥락의 바람을 가져본다 슬픔을 대신 하는 밥풀만한 곡비哭婢, 이생의 상賞처럼 위안처럼 든든한 기사처럼 한 명쯤 내 눈물샘에 숨겨두고 모든 슬픔을 위임해 주고 싶다 이제 길지 않을 내 생은 빛나는 것들로만 채우기에도 모자라기에.....내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걸까? 그렇다면 곡비의 울음은 내가 대신 울어주면 될일이다

밖을 보니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란꽃이 피었다 그러고보니 상여꽃이 모란꽃을 닮았다 모란꽃은 황후의 꽃이라더니 사람은 죽어서야 비로소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이생의 삶을 가졌나 보다

그렇다면 살아내고 있는 동안엔 깊게 사랑하고 많이 웃고 볼 일이다 황후의 뒷그늘이 무엇이냐 싶게......

《글자 제한을 염두에 두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도 2천자는 몇 배로 넘은 것 같아 공모전 포기 선언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괜찮다면 아래 뒷말까지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


뒷말••• 슬픔은 좀 가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직은 볕이 짱짱한 시간에 숟가락을 든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집에 콕 틀어박혀서 보일러는 외출이라 혼란시켜 놓고 눈물 같은 그리움을 병처럼 앓는다 이불을 뒤집어 썼다. 윤동주시인은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겠다 하셨다 나는 내 심장에서만 숨쉬는 것들, 더 이상 혀의 말을 갖지 않거나 원초부터 목울대가 없을 것들을 더 사랑한다 쓸쓸해 하지 말라고, 잊혀진 게 아니라고.

*곡비哭婢 - 예전에, 양반의 장례 때에 행렬의 앞에 가면서 곡을 하는 계집종을 이르던 말.

**28℃ - 생명을 잃는 몸의 온도

&......시댁 큰어머님의 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뤄졌다 모대학과 모방송국에서 촬영을 해 갔었다 그날 장례식은 상주들을 제외한 마치 잔칫집 같았다

#......오늘 이웃님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은 '세자리아 에보라의 베사메무쵸'입니다

■Cesaria Evora - Besame mucho ■ 여기를 클릭하면 음악이 나옵니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아프리카의 섬나라인 인구 50만 카보베르데에서 태어난 가수입니다 서아프리카의 섬, 그녀의 까보베르데, 그녀를 생각하면 슬픈눈동자, 담배, 새끼손가락의 붉은 손톱이 떠오릅니다

※......베사메무쵸는 영어로-kiss me much란 뜻의 스페인어입니다

Besame, Besame mucho,
나에게 나에게 키스해 줘
Como si fuera esta la noche, La ultima vez
마치 오늘 저녁이 마지막인것 처럼
Mirarme en tus ojos, Verte junto a mi
너의 눈속에 있는 나를 보고 싶어, 나와 같이 있는 너를 보고싶어

※※......우리의 삶도 깊게 빠진 사랑처럼
저리 간절하게 살아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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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이제야 정신을 차리네요.
항상 가족이나 아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그래야지요
마주 볼 수 없는 순간이 느닷없이 오기도 하니까요

글을 보고 붜라고 댓글을 달아야 하나
고민했다가 댓글을 보고 마음이 좀 편해 졌네요

성화님 고생하셨구요.
그래도 떠나보내는 이는 좋은말을 좋은 얼굴을
직접 전할 수 없고 웃는 얼굴을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없어 아프답니다.
아직 일어 나지 않은 일을 생각만해도 코끗이 어려옵니다.

그래서 지금 잘 해야하구요. 행복해야 합니다.
매분 매시간이 그렇게 애틋하고 소중한거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축복합니다.

네~~~
맞는 말씀이세요

그것만 실천하면 남은 사람들도 덜 힘들테니요

넵~ 잘할께요.. 제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
그래도 매일 매일 좋아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주변 누군가의 죽음은 아무리 반복해도 적응할 수 없더군요..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한 절망인 것 같아요

베사메무쵸가 그런 의미였군요. ㅎㅎ

나중에
제대하고 애인 생기면
많이 해요 ㅎㅎ

장례치르신다고 고생하셨어요.. 몸 안 상하시게 조심하셔요~
멋지고 무거운 글에 우찌 답글을 달아야할 지 잘 몰라..
안부만 여쭙고 갑니다.

발걸음만 보아도 반가워요
그러니 다른 말 없어도돼요

장례 치르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간절하고 절실하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겐 다시 한 번이란
되돌림의 버튼이 없어요
그러니 되도록요

생과 슬픔의 무게가 쌓이고 쌓여 가늠할수조차 없네요 죽음보다 무겁다니 글의 무게감에 감히 댓글 달기 어렵네요
오늘저녁읏 가벼운 하루 되세요^^

아~
완전 공감~

죽음 곧 다른 곳에서의 생일이예요 ㅎㅎ

사실은 죽음을 기쁜 축제로 바꾸기 위해
죽음의 우울에 대해 한차례 커다란 조의성
인사를 해야할 것 같아서요

글 땜에 함께 컴컴해지기 없기요

글이 너무 좋아 오늘도 바쁜 와중에 잠시 사색에 잠겨보았네요. 곡비가 있었군요. 맞아요. 가끔 내가 느끼는 슬픔을 대신 울어 줄 곡비가 있었음 할 때가 있네요. 저도 슬픔에 있어서는 가난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보기엔
님은 일상이 바빠서 그렇지
슬픈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 걸요
또 꼭 그래야 하구요
슬픈 때 제게 귓뜸하세요
들어 주고 편이 되어 드릴게요

그렇다면 생을 놓는 일은 다른 생과 혼인하러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었습니다. 다른 생에서 잘 살고 계시겠죠?

ㅇㅏ~~

그럼 그럼요
당연하지요
가신 분들 걱정은 마셔요
편안하실테니

제가 싫어하는 말이 있는데요

'간 사람만 불쌍하지 산 사람은 다 살어'
이 말이예요

남은 사람들이야 살긴 살지만 사는 것도 사는 거 나름인데 말예요

그러니
님만 잘 살면 되는 거예요
아프지 않게요

그래서
우리에겐 귀한 선물이 있잖아요
'추억'

평생 농사일도 제대로 못하고
속에 헛바람이 들어 단소만 불고 다니던 노인이
며칠전부터 며느리에게 콩나물 앉혀라
두부콩 한 말은 담그고
술도 밥도 넉넉히 해야한다고 이르셨습니다.

개울가에 앉은 이웃집 아낙들에게도
바쁘겠지만 며칠후 우리집에 와서 바느질 해 다라고 하거
사나흘쯤 지나 저녁 드시고 그 길로 떠나셨지요.

주변에 고수나 단소 가락 하는 분들 앞장 서고
길모퉁이 전봇대에 상여를 묶기도하고
밤느저리가 치렁치렁 만장을 흔들며
생전에 맨발로 건너다니던 개울을
혼연히 누워 구름 저편으로 가시고
배웅을 끝낸 마당엔
누렁이가 모로 누워 낮잠을 청합니다.

어느 분들은 당신이 가시는 날짜를 아신다고 해요

제 시할아버님도 당신 가실 날짜를 정하시고 곧 그날로 가셨다고 해요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내는 일은
어쩜 이리도 면역력이 안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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