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RE: 곡비哭婢,,,,,생의 배웅,,,[일기와 음악]

in #kr6 years ago

평생 농사일도 제대로 못하고
속에 헛바람이 들어 단소만 불고 다니던 노인이
며칠전부터 며느리에게 콩나물 앉혀라
두부콩 한 말은 담그고
술도 밥도 넉넉히 해야한다고 이르셨습니다.

개울가에 앉은 이웃집 아낙들에게도
바쁘겠지만 며칠후 우리집에 와서 바느질 해 다라고 하거
사나흘쯤 지나 저녁 드시고 그 길로 떠나셨지요.

주변에 고수나 단소 가락 하는 분들 앞장 서고
길모퉁이 전봇대에 상여를 묶기도하고
밤느저리가 치렁치렁 만장을 흔들며
생전에 맨발로 건너다니던 개울을
혼연히 누워 구름 저편으로 가시고
배웅을 끝낸 마당엔
누렁이가 모로 누워 낮잠을 청합니다.

Sort:  

어느 분들은 당신이 가시는 날짜를 아신다고 해요

제 시할아버님도 당신 가실 날짜를 정하시고 곧 그날로 가셨다고 해요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내는 일은
어쩜 이리도 면역력이 안 생길까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3
JST 0.027
BTC 60832.40
ETH 2912.20
BNB 525.30
SBD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