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수선의 쾌감

in #kr6 years ago (edited)

May. 2018, Nexus 5x.


잘 쓰던 가방의 지퍼가 일순간 고장이 났다. 무거운 것을 무리하게 넣은채로 지퍼로 가방을 들어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지퍼의 슬라이더 부분이 휘어졌고 맞물려 있던 지퍼 중 한쪽 끝이 분리되면서 슬라이더도 같이 떨어져나가게 되었다. 이 가방에는 양쪽 방향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지퍼 슬라이더가 2개 장착되어 있었는데, 저번에 같은 이유로 슬라이더 한 개가 이상해진 이후로 성한 슬라이더를 조심히 다루곤 했었다. (처음 망가진 슬라이더는 굳이 고치지 않았다. 다른 슬라이더를 쓰면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으레 그렇듯이 슬라이더 두 방향은 서로 다르게 되어 있다. 같은 방향으로 두 개의 슬라이더가 이동하면, 하나는 닫는 역할을, 다른 하나는 여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하나의 슬라이더가 고장이 났다는 이야기는 결국 지퍼를 한쪽 방향으로만 여닫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슬라이더가 고장이 났다는 것은 지퍼를 열고 닫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지퍼를 어떻게 수선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하기로 했다. 비싼 가방이라면 상점이나 AS 센터에 맡기고,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정말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하는 가방이라면 수선집에 맡기겠지만, 보통 내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그리 비싸거나 조심히 다루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물질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것은 딱 한종류인데, 바로 종이책이다. ㄱ) 정말 보고 싶은 책인데 서점에도 없고 도서관에도 없으면, 열심히 중고 서점을 찾아다닐 때도 있었다. 잠자고 있는 표지를 발견한 순간 보물을 찾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종이책을 제외하면 대체로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별다른 욕심은 없다. 으레 가질법한 시계나 자동차에 관해서도 사실 별반 관심이 없고, 한 때 관심을 가졌던 카메라에 대해서도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 정도면 만족할 뿐이다.

물론 비싸고 브랜드 좋은 것들은 당연히 제 값을 하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능보다는 다른 측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므로, 나는 적절하게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은 정도의 물건이면 만족하는 편이다. 가방도 예외는 아니어서, 물건을 잘 담고 무게를 잘 버티며 외부와의 분리를 잘 해주는 정도면 (적정 수준에서) 개의치 않고 사용하는 편이다. (어떠한 물건이든 제 기능만 잘 해주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디자인도 예쁘면 더 좋고.)

이번 가방은 상당히 저렴한 축에 속하다보니, 지퍼도 그리 좋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았다. 지퍼가 잘 맞물리지 않는 것은 지퍼 슬라이더의 좁은쪽이 적정 수준보다 많이 벌어져 있기 때문인데, 이를 여러번 조절하다가 결국 응력의 스트레스를 이기지못하고 부러져버렸다. 슬라이더 한 개는 결국 못쓰게 되어버린 상태. 원래는 지퍼를 건드리지 않고 슬라이더만 조정해서 다시 지퍼의 기능을 복구시키려했으나 하나만 남는 슬라이더도 못쓰게 되어버릴까 두려워져 결국 지퍼에 손을 대기로 했다.


지퍼가 약간 상할 것을 감수하면, 지퍼의 양쪽을 깔끔하게 자른다음 슬라이드를 끼워넣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슬라이더를 지퍼에 끼우기 쉬우며 지퍼의 맞물림 정도를 바로 조정할 수 있다. 슬라이더의 좁은 부분의 너비와 틈을 조절하면 양쪽의 지퍼 이빨들은 잘 맞게 되어있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빠져나가기 쉬운 상태가 되므로 슬라이더를 끼운 초입에 마감(?) 처리를 하는 것이다. 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바느질 재주는 없는 편에 속하므로 모양새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 지퍼가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되면 그만이다. 애초에 물건에 대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예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능만 잘 발휘된다면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정도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므로 별반 신경 쓰이진 않는다.

가방이 망가질 때를 대비한 예비 가방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손때가 묻은 가방을 버리는 것은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궁상맞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수명이 다해보이는 것을 굳이 놓아둘 필요가 있는가하는 물음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선은 결국 물건의 생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아직 수명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일 것이다. 고쳐 쓰는 행위에 대한 결과를 명확히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재주가 쓸모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직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항상 세상에 멋지고 아름답고 예쁜 것만 가득하진 않을 것이다. 허름한 가방을 바라보며 낡고 오래되고 못쓰게 되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삶과 관계들에 대해 떠올린다. 그것은 정말로 기능 관점에서 그러한가? 수명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가? 아무 생각없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우리 자신과 사회로부터 유기되고 있지는 않은가? 문득 사람에 대한 것과 사회에 대한 것을 수선하는 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수선하는 모든 업들은 각기 고유의 쾌가 있을 것이다. 자그마한 물건 하나를 고치는 것도 이렇게 뿌듯할진대 하물며 삶과 관계를 다루는 일들이야.



주.

ㄱ)
나의 책탐(?)은 아래의 그림 한 장이면 충분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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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니 상위 0.04%면 도대체 얼마나 책을 많이 구입한 것이며 그 많은 책은 다 쟁여 놓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집이 거의 도서관 수준일 듯한데요. 아니면 읽으시고 중고로 파시는 건가요? 여튼 대단하십니다. 책탐은 있어도 책 구입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학교 도서관이나 온라인 도서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가방이 망가질 때를 대비한 예비 가방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손때가 묻은 가방을 버리는 것은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궁상맞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궁상맞고 안 맞고는 그 가방의 낡음이나 수선의 유무가 아닌 그것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살아내는 태도에 달려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학 다닐 때 정년을 훌쩍 지났음에도 명예교수로 강의를 계속 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 나이만큼이나 낡았을 거 같은 손 때 묻고 군데 군데 가죽이 떨어진 가방을 들고 다니셨죠. 그 가방이 절대 궁상맞아 보이지 않았죠. 되려 오래된 가방이 그분의 검소함과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드러내는 거 같았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그의 소유물이 빛나야지 그의 소유물로 인해 그 사람이 판단되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부디 수리하신 가방이 더 고장남 없이 사용되길 바랍니다.

진지하게 1 평당 미터 당 견디어야 하는 하중을 계산해본 적이 있습니다. (...) 아무래도 책은 대체로 책장에 꽂히게 되니, 집중적으로 하중을 받는 곳을 살펴보게되곤 합니다. 물론 이미 그러기에는 이미 늦어서,
책이 바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

중고로 팔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고로 파려고 내놓고 주문이 들어온 순간, 다시 읽어보고 너무 아깝다 싶으면 취소한 적도 몇번 있었습니다. 두고두고 볼 책들은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도서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유'하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더군요.

'소유물로 인해 사람이 판단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저도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제가 많이 읽은 것은 아닙니다.(?) 농담이고요, 소유물을 다루는 태도에서 삶의 여러가지 존재들을 다루는 태도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쓰는 물건이라는 것은 결국, '손길'을 나타내주는 가장 큰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수명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가? 아무 생각없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우리 자신과 사회로부터 유기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부분에 대해서 qrwerq 님의 추가적인 포스팅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요새 마음이 가는 주제라서 :)

그리고 상위 0.04% 라니 ! 저도 책을 꽤 산다고 생각했는데, 님에 비하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꼴이었네요 ㅎㅎ

저도 요즘 수명이나 유효함을 결정하는 기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곤 합니다. 대체로 관계로부터 정의되는 수명은 아무래도 생물학적 (혹은 존재 그 자체로부터 유래되는) 수명과 같거나 이보다 짧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삶이든 관계든, 수명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가 핵심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구매하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읽는 것으로 따지면 저는 아마 사는 것 만큼의 %는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식에 대한 소유욕의 발현이라고 저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인간의 수명을 예로 들자면, 예전에는 당연히 '생물학적' 수명을 생각했어요. 인간의 숨이 끊어지면 당연히 수명이 끝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가끔씩 몇몇 대가/장인 등과 같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의 수명은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게 과연 인간에게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qrwerq 님의 가방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건의 가치 또는 소유주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지 궁금해졌어요 :)

전 지식을 담은 책에 대한 소유욕이 많을 뿐, 지식 자체에 대한 소유욕은 감히 부리지 못해요....... 제 머리가 깊은 지식을 담을 그릇이 안 된다는 걸 최근들어서 깨닫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대가와 장인들이 자신의 족적을 남김으로써 자신들의 기여 -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업 - 와 (무형의 가치에 따른)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것을 보곤 합니다. 아마도 이 시선은 분야를 바라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가지는 시선이며, 이 때 부여된 수명은 아마도 객체로서 가지는 수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굳이 대가가 아니라도, 종종 볼 수 있는 수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곤 하니까요.)

저는 사실 '생물학적' 수명보다 조금 더 짧은 수명들에게 조금 더 관심이 가곤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바라보는 (객체적) 수명이면서도 아직 주체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사물에 영혼과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일종의 범신론의 입장이 아니라면) 물건 자체가 그 만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사람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있어서는 그 존재들이 가지는 주체성을 얼마나 인정하고 유추하며 이에 따라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조만간 한번쯤은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적을 것 같습니다. :)

가죽공예를 하다보니 지퍼가 망가지면 새로 달아버립니다^^기존의 지퍼는 다 뜯어버리구요 ㅎ

네. 맞습니다ㅎ 그게 정석이라고 들었습니다. 시간이 찬찬히 있고 여유가 되었다면 아마 진지하게 고려해봤을 방식입니다.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하더라도요.) 이 글에서 기술된 방식은 사실 상당히 야매스러운 방식이지요ㅎㅎ

그나저나 상당히 보람차고 즐거울 기술을 가지고 계시네요. 언젠가 한번은 배워보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

저는 수리를 맡기거나 고치는게 상당히 귀찮아서, 무조건 저렴한것을 구매해서 만약 고장나면 버리는 편입니다만..

하지만 애정이 남은 물건은 저렇게라도 고치고 싶네요 ㅎㅎ

앗. 그러시군요. 저는 우선 자체적으로 한번 고쳐보고 안되면 수리를 맡긴다음, 영 아니다싶으면 버리는 편이기는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제가 물욕이 많은 걸수도 있겠습니다ㅎㅎ

ㄷㄷㄷㄷㄷㄷㄷ 상위 0.04%라고욥??
방바닥이 서재라면... 책 속에 정말 파묻혀 지내시겠네요. 저도 어릴 적에는 정말 바라던 삶이였는데 지금은.... 비행기 속에 파묻혀 지내고 싶... ^^;;;

저도 물건을 기능성 위주로 구매하게 되고, 가성비를 따지고 구매하는 편이라 그런지 어떤 마음인지 다소 이해가 됩니다. ^^;

어쩌다가 한권 두권씩 사모으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좋은 책들은 꼭 가지고 싶더라고요. 비행기 속에 파묻히는 삶은 어떠한 삶일지 궁금해지네요.

가성비와 기능 위주의 추구가 일종의 취향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취향이 비슷하면 분명히 공유할 거리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간혹 가성비는 좋지 않더라도 정말로 미적 가치를 추구해야하고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해야할 때도 오기는 하더군요. :)

사람이 변하기는 변한가 봅니다. 저도 이럴 적에는 아끼고 아껴서 책을 사서 보는 것이 지출의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구매하더라도 ebook으로 구매하여 메모리 속에 저장해두고 실제 종이책은 거의 구매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ebook도 욕심은 또 많아서 수량만 과하게 많은 편 같은데(제가 읽는 양에 비해) ㅎㅎㅎㅎ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정말로 미적 가치나 가성비가 아닌 다른 가치를 더 보게 되는 경우는 진짜로 가성비가 아닌 부분에서 가격을 지불하게 됩니다. 저는 주로 전자제품 중에 특정 제품이거나 일상생활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치에 맞는 부분에 대한 지출, 그리고 여행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러시군요. 저는 디지털 화면은 오래보면 눈이 아파서, 종이를 즐기는 편입니다. 제가 저질 눈을 가지고 있어서요 (...)

그러고보면 대체로 가성비를 넘어선 지출의 경우에는 뭔가 하나씩 그만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그것들이 가진 힘이겠지요.

ㅎㅎㅎ 저도 그래서 흑백으로 된 ebook reader로 읽습니다. 눈이 아파서요. ㅎㅎㅎ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 살면서 그런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 진짜 지갑을 자꾸 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어릴 때 이상하게 손때 묻고 낡은 걸 좋아해서 구멍난 양말 바느질해서 신는 걸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그 때 생각이 나네요 ㅎㅎ
요즘도 주어진 거는 왠만하면 다 떨어질 때까지 쓰고 싶어 합니다.

고쳐주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만 같죠
그러게도 수명이라는 건 누가 정한걸까요?
똑같은 가방도 누구는 몇 개월만에 싫증이 나고 누구는 몇 년을 쓰는데 말이죠~

저도 어지간한 것은 거의 회생이 불가능할 때까지 사용하곤 합니다. 한낱 물건에 불과한 것인데, 왜이리 정이 가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적 합의나 관계, 취향에 의한 수명은 아무래도 그 물건 고유의 수명보다는 짧은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모든 것들이 그 고유의 수명을 누리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글솜씨가 아주좋으세요
하나에 작크 망가진 것을가지고 결코 짤은글이 아닙니다
문장 실력이 최고십니다 성실하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조금만 망가저도 버리는 세상인데 아주바쁘신 분 같아요

너무 좋게 봐주셨습니다. 잘 쓰고 멀쩡한 가방을 지퍼 하나 때문에 버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조금만 망가져도 버리는 세상이라는 말씀이 묵직합니다. 사물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참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상위 0.04%.... qrwerq님의 서재 풍경이 급 궁금해지네요 ㅎㅎ

온라인 서점마다 책을 구매하는 주요분야가 다른데, (예를 들면 교보문고나 아마존의 경우에는 기술서적 같은 걸 삽니다.) 알라딘 통계만 하나 보여드립니다.ㅎㅎ

사실 방바닥을 서재로 쓰고 있습니다. (...)

와...멋있습니다. 내심 1위가 '만화책' 이면 어떨까..하는 반전 스토리를 기대했는데ㅎㅎㅎ 서양철학을 백권을 방바닥에 깔고 지내면 내공이 엄청 쌓일것 같습니다

만화책은 정말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니면 저에게는 (다른 책 보다는) 가벼운 소비에 조금 더 가까워서, 만화방 정리될 때 나오는 중고 서적 위주로 구매하곤 했답니다. 사실 권수로만 따지면 만화책이 끝판왕이기는 하죠. 애장하고 있는 것으로는 H2나 아기공룡둘리 같은 책들도 있습니다. :)

일부러 깔고 지내는 게 아니라, 책장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깔고 지내는 것은 함정입니다. (...) 사실 책이 과도하게 많아서 틈틈히 정리하고 있기는 해요.

저도 0.04% 안에 들어가는 엘리트가 되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한 때 월급의 상당수를 모조리 책을 사는 데에 쓴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은 것 말고, 구매 패턴이 특이한 것 자체에 (상위는 아니고) 그냥 0.04% 정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와.. 책을 정말 많이 사셨네요. 작은 것들도 소중히 여기시니 책 한 권 한 권마다 qwerq님의 사랑이 듬뿍 배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이 좋은 글로 나오는 것이로군요.

책을 아껴보는 타입이긴 합니다. 책에 대해서는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칠하면서 읽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편하게 보기 위해 그냥 제본한 책은 예외입니다. 가끔은 책을 사놓고도 다시 제본해서 보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작은 것들에 마음이 쓰입니다. (그 것이 살아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렇습니다.) 특히나 제 수명을 안타깝게 다하지 못한 것들은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손을 탄 물건을 소중히, 스스로 고치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저도 저런 경우에는 꼭 고쳐서 쓰거든요. 요즘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쉽게 버려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알라딘 상위 0.04% 라니- 매력 뿜뿜입니다.

사실 제가 기술자가 아니어서 잘 고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수명이 늘어났다고 여길만큼은 하는 것 같습니다ㅎ 고쳐서 쓰신다니 새삼 반가워집니다. :)

너무나 쉽게 버려지는 세상입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로서 세계의 일부분에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존재 그 자체로서도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물건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번 형태를 가지고 기능을 하는 물건이라면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왜 그런가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러한 물건들도 일부는 세계의 또 다른 (생명이 있는) 존재로부터 온 것들도 있고 쉽게 버려진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존재들에게 더 자주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한창 많이 살 때는 한 달에 100권이상 샀던것 같은데, 요즘에는 자제하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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