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것일까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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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이렇다 할 사춘기가 없었다. (겉으로는..)

요새는 중2병이라는 말이 있던데 나는 중학교 때 부모님의 불화로 마음은 힘들었으나 그때의 사진을 보면 나는 세상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안 그래도 아버지 때문에 정신적으로 괴로우시고 일 때문에 매일 피곤하신 엄마를 나마저 걱정을 끼쳐드린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겉으로는 환하게 웃고 뒤에서는 몰래 절도를 하는 이중적인 생활을 했더랬다..

<이해할 수 없던 나의 과거의 실마리>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pzghl

힘들었던 마음을 밝은 미소로 감추고 또 웃음의 힘으로 이겨내려 했기에 십대 시절엔 딱히 겉으로 드러날만한 사춘기가 없었으나 (지금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너가 예전엔 정말 착했는데...”라며 과거를 그리워(?)하신다..)

풀리지 않는 내 인생을 둘러싼 의문들과 억눌린 감정은 언제고 풍선처럼 팍 하고 터질 수 밖에 없는 모양인지 나의 뒤늦은 사춘기는 20대 후반 결혼 후 찾아왔다..

중국 사람과 결혼 후 엄마도 친구도 직장도 없는, 갑자기 훅 하고 주어진 많은 시간들. 그리고 많은 방황들.

지금까지 눌러왔던, 또 이해할 수 없었던 나를 둘러싼, 나에게 발생했던 일들. 나의 운명.

해결하지 못한 나의 의문점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못해 이제는 마음 속에 더 이상 저장 공간이 부족했는지 나란 사람은 이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오류가 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물론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나는 내가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왜 삼시세끼 밥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의 병이 몸에도 나타난건지 어느 날 이유 없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난 적도 있었다.

맛있는 식당에 가도 맛을 느끼지 못 했고 날씨가 화창해도 아름다움을 몰랐다. 그저 이렇게 때 맞춰 밥을 우겨 넣고 졸리면 자야 하는 내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그 시절엔 무엇이든 답을 찾고 싶어 책이 보이기만 하면 있는 대로 사들이는 바람에 남편에게 책금지령을 받고 남편 몰래 까만 봉다리(?)에 책을 숨겨오다가 남편에게 들킨 적도 있다.

그 시절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허무’

그저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허무하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ylsgu

결혼 후 뒤늦은 사춘기로 오랫동안 방황했지만 모든 것은 다 끝이 있는 모양인지 다행히도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방황은 끝이 났고, 그토록 생기지 않았던 아이도 마음의 방황이 끝나면서 결혼 육년만에 자연히 나에게로 찾아왔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많은 고마운 분들이 있는 어엿한 작가로 새 삶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요즘처럼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뱃속에서부터 부정 당했던 나.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나를 둘러싼 많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억누르고 또 억눌러 결국은 터지고야 말았던. 그러나 그 고통스러웠던 분출로 인해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 나.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것일까.

나에게도 때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아주 굳건히 믿는다면,
누군가의 어두운 밤도 희망으로 비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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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네. 항상이요.
메가님이 몰랐을 뿐...

원래 더 긴 글을 썼는데 너무 새벽감성이라 내일 일어나서 땅을 치고 후회할까봐 지웠습니다. 궁금하실까봐 일부만 맛보기로 살짝 남기고 저는 휘리릭,,,

이미 동은 텄고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면, 저 소나무 뒤로 넓게 펼쳐진 숲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서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외로워 하던.

<이미 동은 텄고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면, 저 소나무 뒤로 넓게 펼쳐진 숲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서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외로워 하던.>

이미 동은 텄다는 말씀과 같은 자리에서 서로가 있는 줄 모르고 외로워했다는 말씀이 마음에 들어오네요...ㅜㅜ

새벽감성 너무 좋아요....

저도 딱히 사춘기는 없었던거 같아요
그러나 사회생활을하고 많은사람들과 만나면서 점점 ...
행복하지 않은 가정사 밝히지 않고 겉으론 행복해 보이는척 하며 집에와서 불만을 털어놓고 했던거 같아요
그치만 지금에 와서 그또한 후회스럽더라구요
지금은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거 같아요 ^^

은스타님~~^^

지금에 와서 그 또한 후회스럽다는 말씀에 동감이 가네요... 나의 아픔을 숨기고 밝은 척만 하다보면 첨엔 괜찮은데 점점 공허해지더라구요.. 숨긴다는 것은 나의 일부였던 그 과거, 나의 일부인 아픔을 부정한다는 것이니...

나를 부정했으니 행복이 오지 못했던건 어쩜 당연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아픔도 그럴 수 있었고 또 내가 숨기고 싶어했던 것도 그럴 수 있었고 나중에 저희가 상처를 다 치유하고 나면.. 그땐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그럴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래봅니다...

메가님 이 글은 언제 쓰신거에요?
어제 하루 종일 들락거렸는데 왜 지금 본것인지ㅋ
본의아니게 스킵됐나봅니다ㅎ
종편 방송 중 이방인이라는 프로에서 서민정의 삶이 나왔는데 계속 웃고 있음에도 마음이 아팠어요..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가님도 그당시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저라면 엄두도 못냈을 듯요 안그래도 집밖을 안나가는데ㅋ
끝이 없을 것 같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보일때가 있고 내가 언제 그랬었지?하며 기억이 희미해진 것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 때가 있다는게 그런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팀잇을 알게 된 이상. 이제 방황끝! 즐거움의 시작입니다^^

홀릭선생님 점심 문안인사 드리옵니다(__)

모두가 잠든 시간에 올렸는데 (새벽 세시인가..)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자님께서 8분만에 바로 답글을 남겨주셔서 놀랐답니다..ㅋㅋ

서민정은 정말 웃음이 포인트죠.. 밝은 눈웃음~~

그런데 너무나 밝은 웃음을 가진 사람 중에 슬픔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그 감춰진 슬픔이 대비되서 밝아보이는 것 같기도..

제가 본 안정된 사람들은 엄청나게 밝은 웃음을 짓지도 그렇다고 막 어두워보이지도 않더라구요.. 그런 사람들이 마음이 안정된 사람 같아요..

저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정신으로 이렇게 막 밝아하다가 막 어두워하다가 스프링님의 말처럼 킬미힐미 하렵니다..ㅎㅎ

제2의 사춘기라는 말이 와 닿는군요. 저 역시 그럴만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설명이 무엇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뱃속에서 부터 부정을 당했다니, 그것을 어떻게 아시고 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방황의 골이 유달리 깊으신 것만은 분명하군요.

ㅎㅎ 뱃속에서 부정을 당한건 엄마를 통해 알았어요~~

태아 7개월때 아버지가 저를 지우라고 했는데 엄마가 알았다고만 하시고 (아버지의 성질을 아시기에..)저를 낳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저한테 안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낳아서 길렀다는 말씀을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네요~~

메가님 .. 제 십대 시절과 비슷하셨어요. 저도 제가 방황할 틈을 부모님이 주지 않았답니다 ㅎ 어떻게서든 바쁘게 살아오다 한순간에 너무많은 시간이 허락되면 허무함도 밀려오는것같아요. 저도 한떄 달리기만 했으니 조금 쉬어보겠다고 몇달간 일하지 않은적이 있었는데 그떄가 심적으로 참 힘들었던것같아요. 여러모로 메가님과 비슷한부분에 반갑습니다. ^^

메가더장군님의 글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 )
스팀잇의 떳떳한 작가로 모두 인정할거에요

저도 스무살까지는 딱히 사춘기랄게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고나니 갑자기 시간들이 흘러넘치게되고
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기인거같아요
20대 초반은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치유받고
허무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싶기도 했고, 혼자 동떨어진 것 같기도 했고
이런 일들이 왜 나한테 일어나냐며 세상을 욕하기도 하고
결국에 인생은 혼자구나 자조섞인 웃음도 날려보고
이런 시스템속에서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뭐.. 결국 이렇게 행복하게 우리 후추님과 함께
글로 소통하면서 잘 지내고 있네요 : )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것일까.

이 말은 주로 기회를 놓쳤을 때,
과거의 어느 시점이 후회가 될 때 쓰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m님의 글은 '탈출', '벗어남', '극복'의 느낌이 있네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 이제는 좀 - 고리타분한 말보다는 '끝'이라는 단어가 와닿습니다. (개인적 입장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게지만..)

오랫동안 방황했지만 모든 것은 다 끝이 있는 모양인지 다행히도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방황은 끝

이 말에 힘을 얻습니다. 저는 아직도 인생 방황중이라서...ㅋㅋ
아니, 누구나 인생은 방황하는 것이니 '힘들게 방황중'이라는 말로 고쳐야겠네요.^^;

요즘처럼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중요한 사람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저에게도 찾아오길 바라봅니다.

나에게도 때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아주 굳건히 믿는다면,
누군가의 어두운 밤도 희망으로 비출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어두운 밤에 희망의 빛을 주겠다는 거창함보다는,
m님이 살짝 비춰주신 불빛을 따라,
일단 이 말을 믿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버티고 견디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님께서는 다른 이들이 보시기에
희망이 되고 회자 될 정도로 가치있는 존재가 되셨습니다.

이를 통해서 님께서는 충분히 등대와도 같은 상징적인
존재이지 않을까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방황과 위기의 순간을 견딘 끝에 얻은 영예가 '진짜'인 것 같습니다^^ 야구에서 어떤 투수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상대방이 강속구처럼 느끼는 공을 던집니다. 아주 느린 슬로커브를 던진 후에 직구를 던지면 원래 구속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죠.
지금 메가님이 가진 행복의 요소들이 더 빛나보이는 건 이전의 방황과의 낙차에서 오는 효과일 수도 있지요. 어쨌든 책제목처럼 희망의 증거가 되어 가시니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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