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4)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4)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고3 남자친구는
학교에
주말마다
집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나를 보러
왔었다.
내가 좋아서
나를 만나러 오는
남자친구가 고마웠고
만나면 즐거웠다.

미성년자가 아닌
스무 살이 된 내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걷고
영화도 보고
카페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데이트를 하는 게
재밌었다.
더 이상
숨어서
데이트 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인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을거란
여러 사람들의 말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걔와 나 사이에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과에서
고3 남자친구,
연하 남자 친구를 둔
능력자로 소문 나 있었다.
커플링을
늘 끼고 다녔다.
꼭 참여해야하는 활동 말고는
과 생활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내기가 된 나는
꼭 참여해야하는 활동만 해도
남자친구와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
전화 할 수 있는 시간은
자꾸만 어긋났다.
그런 일이 겹치면서
나보다
남자친구가
더 지쳐하는 것 같았다.
대학 생활을 하는 나와
여전히 고등학생인 남자친구의
거리는 좁혀질 리가 없었다.
그 애는
내가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불안해했고
내가 한 눈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게다가
그 애가
자주 하는 얘기도 있었다.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우리 엄마가
너 머리채 잡으러 올지도 몰라..."
그 쪽 부모님께서
나와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는지
고3인 본인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모양이었다.
좀 섬뜩했다.
나는
나중에라도
남자친구 부모님께
귀한 아들 망쳐놨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한 살 많은 누나로서
공부에 더 집중하라고도 해봤지만
별로 듣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알아서 잘 하리라 생각했다.
나도
사실
그 애를
만나는 게 좋고
같이 있는게 좋아서
공부 얘기는
별로 하고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보다 1살이나 어린
그 애에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의지를 했었다.
나에게
말을 놓고 지내던
그 애가
오빠같기도 해서,
날 감싸주던
그 애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어서
거리낌없이 기댔었다.
공부만으로도 벅찰
고3 남자친구에게.

나는
사랑하는 사이가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여름 방학 쯤에
남자친구가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먼저
이야기했다.
내가
그러기 싫다 해도
소용 없었다.
전 날 주고 받았던
문자를 훑어봤다.
걸리는
내용이 있었다.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거잖아
그게 싫어! 넌 노력을 안해

내가
고등학생 때는 기숙사에 있으니까
매일 만날 수 있었고,
대학생이 되서는
자취를 하니까
그나마
주말마다 만날 수 있었는데
방학이 되고
집에 내려오니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기회가 없었다.
혼자서 자취를 했다면
집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전 처음 본
같은 과 친구와
자취를 했다가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아
여름 방학과 동시에
집으로 내려오게 됐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때는
그나마
기숙사에 있어서 간섭을 덜 받았지만
사실
외출 한 번 하기도 힘들었다.
잠깐 나가는 것 또한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는 그걸 힘들어 했다.

나는 나대로
집에 반항도 하고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나에게는
16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 동생이 있었고
우리 엄마는
동생을 돌보는 일을
많이 힘들어했다.

남자친구는
내 사정을 알면서도
내가
자신을 보기 위한
노력도 해보지 않는다며
나에게
실망했다.
나를
기다려 줄 수 없을 정도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한 후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먼저
연락을 했다.
'끝내지 말자'라고 하며
어찌보면
내가 매달렸다.
'어'라는
대답은 들었지만
전처럼 연락을 자주 할 수는 없었다.
남자친구가
대학가기 위해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군대 보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사귄지 1년 되던 날.
남자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뭐함?

혹시 모른다고
기대는 했지만
연락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감동했다.

사랑해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즉각적으로 답장이 왔다.

나도

한동안 예전처럼 살갑게
서로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일주일 뒤
얼굴을 한 번 봤다.

그리고
수능이 한 달 정도
남았던 날.
내가
조심스럽게
만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남은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라고
사탕이며 초콜릿을
잔뜩 준비했기 때문이다.
만나기 힘들다고
거절해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했었다.

다행히도
내 예상과 다르게
남자친구가
내가 보고싶다며
날 보러 온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자고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나는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꽤 긴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저녁 쯤에
터미널로 남자친구가 도착했다.
바리바리 싼 선물도 들려주고
어디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잘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애는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잘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그냥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고
터미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자친구를
그냥 보내지 않으려면
빨리 장소를 정해야 했다.

나는
찜질방이 떠올랐다.

그래서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친한 언니에게 물어봤다.

'얘가 자고 간다는데...
어딜가야 할지 모르겠네.
찜질방이 어디있어?'

남자친구가
찜질방을 알아보는 내 앞에
표정을 구긴 채
말 없이 서 있었고
혼자
택시 앞에 가서
기사님이랑
얘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걔 집까지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리면서
...버스도 아니고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걔는
간다는 말도 없이
택시에 탔고,
택시에 탄
남자친구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들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그 뒤로
연락이 안됐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연락이 안 왔다.

그렇게
누가 끝내자 한 적도 없고,
그만 하자 하지도 않았는데
소리도 없이
걔랑
헤어졌다.

.

.

.

전 남친에 대해
처음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을 때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선생님을 오빠라고
부르기 전에는
존댓말을 썼다.

"전 남친이 부잣집 아들이라며?"

"그걸...어떻게 아세요?"

"....그 양반(전 여친)이 그러던데."

"네? 내가 걔랑 사귄 걸 그 쌤이 알고 있었다구요?"

"응. 니가 남자 잘 잡았다고 하면서
'킴쑤가 놓치면 안될텐데.'라고
걱정을 그렇게 하더라고."

"...다 알고 있었구나...

제가 전 남친이랑 사겼던 거
다들 모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문이 다 났었구나...
걔가
좀 유명하긴 했죠.
아빠는 아우디 몰고 다닌다하고,
엄마는 샤넬 가방 들고 다닌다고
소문 났었거든요.
그냥 하는 얘긴 줄 알았는데...
저는 그런 거 잘 몰랐었거든요.
나중에 보니 집안이 좋더라구요.
명품지갑
생일 선물로 받고 그랬어요...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아쉽겠네?"

"아니. 별로요.
지갑도 다 찢어 버렸구요.
걔네
부모님이
돈이 많은거지
걔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나는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생각에 빠졌다가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정색이 된 얼굴로
한마디 뱉었다.

"근데 왜
그 여자가
오빠한테
그런 얘기를 한거예요?
지가 왜 그런 걱정을 해?
생각할수록
어이없네."

"우리 킴쑤 화나쪄요? 내가 괜히 말꺼내서 미안해...;;(삐질삐질)"

_내일 봐요!

이전 글이 읽고 싶으시다면!:)
▽▽▽▽▽▽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프롤로그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 너 정말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니까.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3. 선생님과 학생 사이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5. 선생님에게로 가는 길(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7. 공부가 먼저다(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8. Out of sight, out of mind.(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1)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하남 안 되겠네!!!
택시타고 가버려 두번 가버려!!
^-^;;

히힛 사이다군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kimssu 님 굿밤이요~~;)

굿밤입니다^^!

그래도 미성년자일때 보내버린건 잘 했어요 ^^
재돌쌤 살짝 질투할 뻔 했을듯 ^^

ㅎㅎ 보내버리길 잘한거죠?
제가 보낸건 아니지만 지가 지 갈 길 갔다고 생각한답니다...
잘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왜이러세요~~ 미련 있어 보이잖아요 ㅋㅋㅋㅋ

미련이라뇨 ㅋㅋㅋㅋ 제가 잘했다고 칭찬듣고 싶은거였습니다!ㅋㅋㅋㅋ

그래 택시 잘 타고 갔다! 그러니
@홍보해

@kimssu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에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치
킴쑤님 스토리를 며칠 안 본걸 알고 달려왔어요..ㅎ
풋풋 설레는 스토리는 이렇게 끝이 났네요..
다음 이야기 보러 갑니다..쓩~~

ㅎㅎ늘 감사합니다 당근님^^

^^ 저두요~~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9
BTC 59269.62
ETH 3112.63
USDT 1.00
SBD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