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nonfiction - 크맘마8.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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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맘마8. @jjy

무거운 주스를 두 손으로 들고 컵에 따르는데 손에서 빠져나간
주스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병이 깨지고 주스가 막 쏟아진다.
뛰어가서 걸레를 가지고와 쏟아진 주스를 닦던 언니가 갑자기
“아야!” 소리를 지르고 언니 손에서 피가 흘러 떨어진다.
언니는 휴지를 뜯어 오라고 하지만 휴지가 어디 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언니는 수건 같은 걸 손에 대고 있는데 피는 계속해서
나오고 언니가 울기 시작한다. 나도 눈물이 난다.

밖에서 문소리가 나고 누가 뛰어 들어온다. 이모다.
“얘들아, 왜 그래 무슨 일이니?”
언니 손을 보더니 꼭 쥐고 있으라고 하고 전화를 한다.
그리고 방을 치우면서 또 “쯧쯧, 쯧쯧” 한다.

밖에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이모가 언니를 데리고 가고
나도 빨리 따라 오라고 하면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선생님을 따라 들어간 언니는 큰 소리로 울었다. 한참 있다가
언니는 붕대를 감고 나오면서도 울었다.
의사선생님이
“큰일 날 뻔 했어요.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한다.
이모는 또
“쯧쯧, 얼마나 아플까,
얼른 나야지. 쯧쯧”

이모 집에 왔더니 아빠가 문 앞에 서 있다.
언니 손을 잡고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하는데 언니는 병원에서 보다
더 큰 소리로 운다. 아빠가 안아주는데도 언니는 한참 동안이나
울었다. 나는 아빠한테 그림책 보여주면서 언니가 쓴 공책도
보여주었다. 아빠가 글씨 잘 쓴다고 언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뽀뽀도 한다. 나도 빨리 글씨 배울 거라고 했다. 오늘은 아빠랑
셋이서 잤다.

아침에 아빠가 언니랑 나한테 어디가자고 그래서 또 가방 싸서
다른 집에 살러 가느냐고 했더니 아빠는 웃으며 너희들 데리고
이제 학교 가려면 가방도 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해 준다고
한다. 신난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먼저 병원에 가서 언니 손 약 바르는데 언니는 조금만 울었다.
그리고 예쁜 옷도 사고 가방도 샀다. 언니 가방도 사고 신발주머니도
사고 내 가방도 샀다. 나도 학교 가면 신발주머니 사 준다고 한다.
미용실에 가서 언니도 긴 머리를 하고 나도 예쁜 머리를 하고
커다란 나무에 조그만 불이 많이 달린 집으로 갔다.

아빠를 따라 간 식당에는 이모와 아저씨가 있고 금방 예쁜 언니들이
불을 가지고 오고 고기를 가지고 왔다. 아빠는 고기를 구워 조그맣게
잘라서 언니랑 나를 먹여주고 아저씨랑 소주를 먹으면서 얘기를
하면서 계속
“고맙습니다. 형님” 하고
맥주를 하얀 거품이 많이 나오게 만들어 주면서
“형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꾸벅 인사를 한다.
고기도 많이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언니 손도 안 아파서 매일 매일 학교에 가고 나는 학교가
보이는 어린이 집에 간다. 나는 어린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학교 끝나고 언니가 데리러 왔다.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해서우유도 준다.

아빠는 어떤 때는 두 밤 자고 오고 어떤 때는 다섯 밤 자고
온다. 아빠는 맛있는 것도 많이 사다주고 미미의 옷장도 사다
주고 인형 옷도 사온다. 여름에는 바다에 놀러가서 수영도
하고 모래로 두꺼비 집도 짓고 아빠가 언니랑 나를 누우라고
하고 모래 속에 얼굴만 빼고 숨겼다. 아빠를 모래에 숨겼는데
아빠 입으로 모래가 들어갔다.
퉤퉤, 하면서 아빠는 계속 침을 뱉는데 나는 막 웃었다.

아빠가 커피를 마시고 언니랑 나는 슬러시를 먹었다.
이모가 집 앞에 서서 손짓을 한다. 그리고 아빠 귀에 대고
뭐라고 하는데 대문이 열리면서 큰 소리가 들린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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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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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가 왔는데 화가 날까요 ㅠㅠ
다친 언니의 손에 흉은 지지 않았는지....

엄마보다 언니랑 노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에고고유리에손을베어서ㅜㅜ조심해야는데속상합니다ㅜㅜ

동생 쥬스 먹인다고 그 조금만 손으로
그러고도 깨진 유리를 치운다고 했으니
너무 안쓰러워요.

엄마가손 다친것 때문에 소리지른 거겠죠? ㅋㅋ 다른이유 아니겠죠? ^^

엄마도 많이 놀랐겠지요.
왜 아니겠어요.

맥주 얘기 나오니까 먹고 싶어 지네요 ㅠ_ㅜ ㅎ

오늘 휴일인데 한 잔 드세요.
시원하고 피로도 풀리고

아야! 읽으면서 혼잣말했어요. 요즘 혼잣말이 자꾸 느네요. 그래서 포스팅이 혼잣말로 채워지나 봅니다. jjy님의 글은 뭐랄까요, 그냥 저한테 이야기를 해주시는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자주 뵙고 싶어요.

맞아요.
알고 보면 혼잣말이 포스팅이 되지요.
그냥 자주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메모 해 두세요.

늘 이 글을 읽으면 가슴 한편이 뻥 뚫린듯 아려옵니다!!!!
어린 아이 눈으로 바라본 한 가정의 평범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아릿한 슬픔이 잔잔하게 느껴집니다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보다 더 재밌어요!!!
쌀쌀한 꽃샘추위 건강하세요 샘!!!!!

감사합니다.
지영이는 언제쯤
보통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을까요

크게 다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ㅠㅠ

네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도 많이 놀랐으니 치료도 잘 해야겠지만
위로도 필요한데 어찌 되는지요.

언니에 대한 아이 마음이
이쁘고
어린 언니가 어린 동생을 보살피는 마음이
대견하면서도
왠지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시리네요!!!
정많은 아빠의 애잔함과 노곤함을 엿보여져
서일까요!!!

오늘도 어떤 아이들을 보았는데
형이 제일 싫답니다.
자꾸 못하게 하고 혼재줘서
그렇지만 유치원 친구도 헤어지고
학교 친구도 헤어지지만
형제는 계속 같이 사니까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했어요.
사이 좋게 지내라고
그래도 그 꼬마 알아들어요.
기특하게

엄마의 타이밍은 늘 절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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