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nonfiction - 크맘마 1

in #kr7 years ago (edited)

jjy11.jpg

크맘마 1 @jjy

애먼 세 살 첫돌을 지내고 한 계절을 겨우 넘긴 아이는
언니에게 달라붙어 잠시라도 떨어지면 큰 일 날것처럼 매달려있었다.

배 안에서부터 술에 취한 엄마의 고성과 나이트클럽의 조명
그리고 원색적으로 그려진 화투장의 그림이 태교처럼 보고 들으며
자랐다. 그래도 처음 몇 달 간은 품에 안겨 눈을 맞추기도 하고
옹알이도 하며 보통의 아기들처럼 자랐다.

언니를 따라 코 범벅이 된 얼굴로 수퍼도 가고 조금 떨어진 아파트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탔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나 그릇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은 다 먹었다. 엄마가 들어오지 않는 날엔 유선 방송에서
보여주는 만화영화를 보며 무용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술에 취해
밤늦게 돌아온 엄마의 손찌검에 우는 언니를 따라 울며 잠이 들었다.

갑자기 짐을 싸면서 먹던 과자봉지나 갈색으로 변한
이빨 자국이 움푹한 사과까지 그대로 쇼핑백에 넣고 차를 타고
외갓집에 맡겨지고 늦은 밤 엄마를 따라와서 자고 간 이모네 집이라는
곳에 보내지기도 했다. 여기 저기 들고 나는 생활은 눈치만 키웠다.

여기저기 떠돌며 살다 지방으로 가는 아빠에게 이끌려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갔다. 한 여름에 땀에 절어 거지꼴로 가방 몇 개와
울멍줄멍한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처럼 후줄근한 아이들을 씻기고
밥 될 때까지 기다리려면 배고프다고 우선 먹으라며 준 시원한 우유와
초코파이의 달달하던 맛이 짧았던 행복의 시작이었다.

할머니댁에 모인 어른들의 어두운 얼굴이 자신들의 얘기라는 것과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결정이 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모여 얘기를 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보내지는 곳이
결정이 났다.

처음으로 식탁에 새로 지은 밥을 앞에 놓고 앞니가 빠져 베어 물지
못하는 언니와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나를 위해 가위로 반찬을 잘라
밥에 얹어 주고 생선 가시를 발라주는 밥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아빠랑 어른들이 돌아가고 언니랑 내가 남겨졌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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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네요

그래도 너무 깊이 담두지는 마세요.
예쁜 둥이들이 놀 자리니까요.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편이 기다려 지네요~

감사합니다.
곧 올리겠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편안한밤 되세요.

덕분에 좋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직접 겪어오신 스토리인 것 같군요.

제가 눈이 보배라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너무 슬퍼지면 어쩌죠.!!!

너무 슬퍼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조금만 슬퍼하시고 많이 느껴주세요.

점점... 빠져 듭니다.. 다음이...

어쩌나 깊이 빠지시면
못 나오시고 잠수하실까봐...
그런 일은 없으시겠지요?

애가 무슨죄인가 싶네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에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오만한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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