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nonfiction - 크맘마3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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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맘마3. @jjy

어제도 리어카는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떤 때는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지만
그런 때를 빼면 볼 때마다 그대로 있었다. 어제도 그 속에 들어가서
하드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한 참 놀아도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다. 오늘도 땅바닥에 해님도 그리고 달팽이집도 그리고 바나나우유병에
담 옆에서 풀을 뜯어 담고 병뚜껑에 모래를 담고 소꿉놀이를 했다. 어떤
오빠가 준 구슬처럼 생긴 하얀 총알을 넣어 흔들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목이 마르고 힘이 없었다. 바나나우유 통을 보니
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언니는 가방이 없어서 어린이집도 못 가고 오늘은
하루 종일 나하고 놀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집에 가서 밥 먹고
언니랑 놀아야지 하면서 집으로 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할머니가 안 보인다. 할머니는 부엌에도 없고
화장실도 깜깜하다. 할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아무리 언니를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언니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벽에 걸린 시계에서
조그만 새가 창문을 열고 나와서 뻐꾹 뻐꾹 울더니 금방 쏙 들어가고
창문을 닫는다. 무서워서 눈물이 나온다. 만화영화에서 본 마귀할멈이
나와서 나를 잡아 갈 것만 같다. 나쁜 짓 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정말 망태할아버지가 나올 것 같다.

마루에서 대문으로 나오는데 누가 내 발을 잡아당기는 것 같다.
찻길까지 뛰었다. 큰 길에 노란 버스가 지나간다. 저 버스에 언니가 타고
있으면 좋겠다. 내가 울고 있으면 언니가 나를 부를지도 모르는데 버스는
그냥 가버린다. 큰 소리를 울었다. 막 울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나에게
오더니 왜 우느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도 없어서 운다고 말했다.

언니 가방을 가지고 도망치면 언니가 나랑 놀 수 있어서 가방을 훔쳤다고
말하면서 또 울었다. 그런데 다른 아줌마들이 또 와서 너 몇 살이냐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모른다고 하니까 한 아줌마가 나를 파출소에 데려다 주라고 했다. 경찰이
집 찾아 주겠지 하면서 그 아줌마가 내 얼굴을 닦아주고 경찰 아저씨한데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데 더 무서워서 막 울었다.

경찰 아저씨도 나쁜 짓 하는 애들 잡아간다고 했다. 언니 가방 훔쳐 도망
쳤다고 잡아가는 경찰 아저씨에게 가면 매 맞고 언니도 못 만나는 거 다
알고 있다. 나는 우리 집에 갈래요 하고 울면서 막 뛰었다. 집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천천히 너무 힘이 들어서 걸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또
무서웠다. 눈도 따갑고 배도 고프고 발도 아파서 할 수 없이 대문 앞에 앉
아 있었다.

경찰서는 어두컴컴하고 추웠다.
반바지에 맨발이어서 다리도 춥고 발도 시렸다. 손이 시리고
빨갛게 변했다.
경찰 아저씨가 무서운 얼굴로 나를 보시며 큰 소리로 물으셨다.

“너 누가 도둑질 하라고 가르쳤니?
언니 가방 훔치는 거 도둑질이야,
도둑질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한 번 혼나 볼래?”

옆에 있는 다른 경찰 아저씨도 말을 한다.
“그럼 혼나야지.”

그런데 저쪽 긴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랑 언니랑 아빠도 말을 한다.
“혼내 주세요.”
“나쁜 아이는 많이 혼나야 해요.”
“너 언니 가방 훔쳤잖아.”

언니가 매일 가방 메고 어린이집에 가고 나랑 안 놀아줘서
“언니랑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 으앙!!”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steemit.com/kr/@jjy/steem-nonfiction-1

https://steemit.com/kr/@jjy/steem-nonfiction-2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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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도 기대할께요 jjy님
편안한 밤되세요^^

감사합니다.
우부님께서도 편안한 밤 지내세요.

어렸을 때 생각이 납니다.ㅎㅎ
친할머니가 아들 편애가 좀 심해서 오빠와 남동생에게만 사탕을 주시고 나는 계집아니라고 안주시는 거에 격분 손도끼들고 "할머니 집으로가"라고 항의했던 5살 여자아이 그런 때가 있었죠.ㅎㅎ

아이구!!!
도끼만행의 원조가 여기 계셨네요.
그것도 5살에
할머니는 가셨나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응원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요.:)

언제나 속삭임 같은 응원
제겐 큰 힘이되는 거 아시지요?

제발 꿈이길... ㅠ

리어카는 님의 보금자리이자 비밀기지였군요..

그저 언니와 시간 보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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