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적 P의 이야기 #07 _ 첫 녹음을 하다!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제 정말 시작이다. 아니, 시작을 했다.

하기도 전에 너무 많이 언급하는 것 같아서 사실 좀 민망하기도 하다. 손 안에 든 걸 보여주기도 전에 간을 보고 생색을 내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





전 날에 많은 것을 준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직전에 닥치게 되니 내가 쓴 내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전혀 무관한 것들만 더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엉뚱하게 시라고 하기도 뭐한 시를 쓴다거나, 야밤에 산책을 한다거나.. 집 앞 산책에 쓰여진 'Start'가 지금의 내 출발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곳을 지나도록 한번도 눈길이 간 적 없는 글자를 처음으로 눈에 담아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홍대.

선배(@bombom83)와 스타벅스에서 만나 커피 한잔씩을 나눠들고, 미리 예약해 둔 단팟스튜디오로 향했다. 연휴 아침 우리가 스튜디오의 첫 손님이었다. 잠시 대기한 후 콘덴서 마이크가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 다이나믹 마이크 룸과 콘덴서 마이크 룸이 있었는데, 대충 알아본 바로는 노래나 공연할 땐 다이나믹, 스튜디오 녹음엔 콘덴서가 잡음이 없고 더 좋다고 해서 콘덴서 룸을 선택했다.

자리에 앉는 것 부터가 어딘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노트북을 꺼내고 베가스를 실행시켰다. 그런데, 직원분이 오셔서 설명해주시는 걸 들어보니, 노트북으로 녹음하는 것이 아니었다. 알아서 녹음버튼 눌러주시면 그때부터 녹음이 진행되고, 녹음이 끝난 후 나와서 직원분께 말씀드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녹음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신다.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고 갔는데도 그걸 몰랐다니;; 베가스 녹음버튼 누르려고 한 나... 아마도 자체 작업실에서 마이크로 녹음하는 방식과 혼동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녹음을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처음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떼는 것. 한 걸음 걷는게 가장 어려운 것 처럼, 무슨 말로 어떻게 운을 떼야할지 난감스러웠다. 심지어 미리 써갔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시작을 하니 나름 수월하게 흘러갔다. 한시간 순삭. 대충 이야기하기로한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다보니 1시간 10분정도가 흘렀다. 그렇게 첫 녹음을 마쳤다.

사실 처음이라 불안해서 2시간을 예약했는데, 조금 땡겨서 했더라면 1시간을 맞출 수 있었을 텐데 남은 시간이 아까웠다. 다음번엔 한시간을 예약해도 될 듯 하다. 나는 그 와중에 또 직원분께 가서 시간이 너무 남아서 그런데 가격조정이 안되냐고 물어봤고, 바로 거절당했다. 그래..뭐, 처음이니까

(혹시 궁금하실 분이 있으실까 해서 스튜디오 비용 정보를 남겨보면, 한시간에 평일 만5천원, 주말 2만원이고 한시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





그렇게 오전 첫 녹음을 마치고, 점심은 뼈해장국으로 해결했다.

한시간 내내 떠들었더니, 뭔가 온몸에 기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 첫 녹음이라 더 긴장했던 탓도 있겠지. 우아한 파스타나 샌드위치 따위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뼈해장국에 맥주 한잔을 마셨다. 설렁탕이나 뼈해장국, 국밥 이런 거 먹을 때마다 선배는 꼭 맥주를 찾는다. 왠지 이젠 나도 이 조합이 점점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카페에 가서 녹음본을 들어보기로했다. 어디갈까 고민하다 이름이 인상적인 '대충유원지'를 선택했다. 긴 바(Bar)형태 공간에 사이드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어 핫한 곳 치고는 비교적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다. 다만, 음악이 아주 정적이지는 않아서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귀에 꽉 누르게 되었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다시 듣는 순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묘하고 흥미로울까. 어디를 편집할지 들어보면서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무슨 말을 이렇게 다닥다닥 연이어서 했는지 편집점을 찾기가 어려워서 순간적으로 편집을 포기할 뻔 했다. 결국 대부분 살리고 뒷부분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잘라내기로 했다.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들어보며 세세한 편집에 들어갔다. 이걸 하고 있는 내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이걸 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과 왜 이제 했을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교차한다.

그렇게 첫 녹음을 마쳤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3 _ 영감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4 _ 연탄재 하나를 툭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5 _ 첫 걸음을 떼는 과정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6 _ 사심과 진심이 뒤섞였던 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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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2002년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6년 전이네.. 당시는 인터넷라디오가 유행이었어요. 지금의 팟캐스트.. 뭣 모르고 영화음악 프로를 15회쯤 진행한 적이 있었죠. [씨네마 Take&Out]이라고.. 그 때 댓글이란 걸 생전 처음 받아보고 열광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만큼 소중한 기억이 없죠.. 그 파일들은 보관해 두었어야 했는데.. 다 어디 갔는지..

오 멀린님이 진행하신 프로는 어떤느낌이었을지 궁금해요!!

임대 스튜디오라 그런지 분위기가 와... 멋집니다. P님이요. 이제 방송 기다리면 될까요?

오늘 1화가 공개되었어요!!!ㅎㅎ https://steemit.com/kr/@idea-list/episode1-
지적인 작가님이 들으시기에 너무 경박한 방송이 아닐런지.....ㅠㅠ(걱정...)

더 기대되는데요. 지적 작가 시점으로 들어보겠습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때의 두려움과 설렘, 어색함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져서 저도 같이 설렘설렘하면서 읽었어요 :) 1화가 공개되었다니 !! 나중에 퇴근하면서 들어볼께요 ㅎㅎ

ㅎㅎ감사해요. 기대에 못미칠수도 있어요. 기대없이 들어주세요 :)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해요
첫 방송 축하합니다^^

네 ㅎㅎ시작이 어려웠던것 같아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

저는 예전에 유튜브 방송 찍으러 가서 3시간 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나왔는데요. 대단하십니다. 바로 성공하셨네요. ㅎㅎㅎ

아마 화면이 있는 영상이었다면 저도 더 긴장했을지도 몰라요.ㅎㅎ 부족하지만 천천히 보완해가보려구요 :)

잘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방송하신다고 말씀하신 적이 엊그제 같은데 진짜로 녹음하고... 이렇게 나오고... 추진력 대단하십니다. 마법사님처럼. ^^;

그러게요 저 역시 아직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얼떨떨해요. 고민의 순간에 질문해주신 하늘님의 댓글이 알을 깬 나비효과가 되었네요.:)

저도 고민의 순간에 알을 깬 나비효과를 요즘에 경험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물론 P님과는 다르게 제 고민은 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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