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적 P의 이야기 #05 _ 첫 걸음을 떼는 과정

in #kr-writing6 years ago



걷는게 느리고,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은근히 초조하고 걱정하게 되겠지. 성인이 되면 그 걱정과 초조함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초조해하고 걱정하며 많은 날들을 보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와서 지금의 내가 되었을까. 어떤 큰 결정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게 아니라, 작은 선택과 우연들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흘러흘러 지금 여기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오래도록 처음이 될 '한 걸음'을 떼지 못했다. 일어서도 될까, 걸을 수 있을까를 너무 많이 고민했다. 일단 일어서고 넘어져서 다시 일어났다면 더 빨리 걷고 뛰게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도 일어서지 않았기에 넘어질 일도 없고 걸음을 뗄 일도 없었던 거다. 하지만 괴로웠다. 무기력하게 걸을 생각이 없는 아이였다면 차라리 맘이라도 편했을 텐데, 걷지 못하는게 괴롭고 발이 저리는 듯한 답답증이 끝없이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On-Air를 위한 준비


선배와 첫 화를 위한 미팅을 가졌다. 팟캐스트 녹음실을 예약했고, 첫 화의 간략한 주제와 내용을 구성했다. 이야기의 주제와 구성, 순서를 정했고, 상세한 대본을 짜지는 않기로 했다. 굵직한 구성 안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해 와서 대화와 수다의 형태로 진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아무래도 대본이 생기면, 틀 안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고 글 같은 말이 될 수도 있을 듯 하여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첫 화를 내보내 보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코너를 구성하거나 내용의 가닥을 잡아갈 계획이다.

녹음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관련된 지식을 좀 쌓아보려고 한다. 스팀잇을 통해 방송을 하시는 다른 스티미언 분들의 과정도 좀 염탐하고, 배우면서 준비를 해볼까 한다. 녹음의 음질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쓰시고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내가 들을 땐 라디오 듣는 것 처럼 프로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제대로 녹음이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첫 걸음을 뗄 때 손을 잡아준다면, 조금 덜 위태롭고 덜 겁먹은 상태로 성공적인 한 걸음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나의 살롱을 기대하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떨 땐 나보다 더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 내 내공의 빈약함이 탈로나지는 않을까 잠시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계획들은 나만 확신이 없었던 것 처럼 느껴지는 응원을 받을 때면 정말 힘이 난다.

@mmerlin 님은 내가 그 동안 썼던 글들을 읽고, 내 안의 고민을 짚어내셔서 응원의 글까지 써주셨다. (https://steemit.com/kr/@mmerlin/emotionalp) 이 글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나의 살롱에 대한 계획을 알게 되고, 내 글을 들여다보게 된 듯 하다. 그것도 모자라 글의 수익금을 플랫폼의 후원금으로 보내주셨다. 어떻게 다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다 첫 팟캐스트 녹음실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선배와 이야기했다.

@kyunga 님은 팟캐스트와 유투브에 들어갈 썸네일 디자인 작업을 해주시기로 했다. 댓글로 제안을 주셨던 것을 감사히 받아들였는데, 모든 디자인을 통일하면 좋을 것 같아 은근슬쩍 아이콘 디자인을 부탁드린 셈이 되어버렸다. @kyunga 님에게도 받기만 했지 드린게 없다. 처음 스팀잇에 들어와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안할까 생각했을 때, 내 글을 리스팀해주시고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써주시기도 했다. 이미 여러번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나는 이번에 또 한번 더 받아야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스팀잇 안에서 선순환을 고민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돕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건 나만 일방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으면서 같이 성장하는 협업관계가 얽히고 설켜있는 형태이다. 그 실타래에 운 좋게 나도 걸려들어 이렇게 첫 걸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나도 받은 걸 다시 나눌 수 있을지 흥미로운 새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일의 계획과 과정을 공유하는 것에 약간의 주저함이 있다.


이러다 모든 일이 무산되면 공약을 지키지 않은 당선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것 같다. 하지만, 애초에 일방적인 약속이나 발표를 하려던 게 아니다. 소통의 모든 과정이 나의 아웃풋이다. 새로운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데에 중간자가 되기로 스스로 정했고 그게 플랫폼이고 살롱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기에 소통에 서툴고, 표현에 어색해 한다. 그렇게 넘어질 날들을 기다리며 첫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3 _ 영감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4 _ 연탄재 하나를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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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생에 있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답니다. 제 얘기 같아요. 온전히 스스로 받아내는 중이고, 몇가지 선택의 기로에 있어요. 머뭇거리는데, 곧 선택해야합니다. 좋은 문장 잘보았습니다. 딛는 걸음, 좋은 곳으로 이끌어가셨음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은 서로 다른 상황과 취향을 가졌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teagarden 님도 스스로에게 좋은 선택과 걸음 걸으시길바랄께요 :)

와, 몽상가적 P님의 첫걸음, 그 순간을 함께 하네요. 힘 듬뿍 담아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

감사해요 ㅎㅎ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했는데, 오히려 더 힘이 나는 것 같네요 :)

어떤 팟캐스트를 준비하시나요? 저도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팅 중입니다. :D

내귀에 핀란드 재미있게 듣고, 도움도 많이 되었어요! 그 전 준비하는 포스팅 쓰신 건 이제 발견했네요. 보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ㅎㅎ 제가 다루게 될 이야기는 일상적인 것 부터 예술적인 것까지 분야는 다양한데요. 새로운 관점이나 영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볼생각이에요. :)

늘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장아장 걸음을 때는 아이의 마음만큼 두렵고 초조할 듯 합니다. 아무 도움은 못드리지만 팟캣애청자이니 열심히 들을 수 있습니다^^

@홍보해

재미가 있을런지 그것도 해봐야 알것같아요.ㅎㅎㅎ 응원 감사드려요:)

북키퍼님 @홍보해 쫌 멋진걸요!!!! ㅎㅎㅎㅎ

감투라는게 이런겁니다 에헴헴!!

@emotionalp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bookkeep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ㅠㅠ

무엇을 하시든 시작을 했다는게 중요하지요. 잘 하실겁니다.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사람들 많다고 부담 팍팍 드려야지 ㅋㅋㅋㅋ 팟캐스트 컨셉 잡으신것부터 계속 피드백 받겠다는 준비과정을 공유해줘서 너무 고맙고요... 계속 지켜보고 응원할께요! 우리 경아님은 역시 스팀잇의 보배시네요! 마법사님은 지팡이로 다 하시지만요 ㅋㅋㅋ

ㅋㅋ그 부담 감사히 받겠습니다!!ㅋㅋ다음 스텝들도 찬찬히 공유해나갈께요. 스팀잇을 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주저했을지 모를일이에요 정말...신기한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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