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적 P의 이야기 #03 _ 영감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

in #kr-writing7 years ago



다양한 영감과 감성, 감각이 뒤섞이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고민을 이곳에서 생각을 나누며 실현시키고픈 마음로 '몽상가적 P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어제는 나의 글에 영향을 받았다며 @feeltong 님이 '취향공동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글을 쓰셨다. 어쩌면 영감의 교감은 이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설렘이 생긴다. 글을 읽다보니 내가 원하는 감성이니 감각이니 하는 것들의 온도는 과연 어디쯤일가를 생각해보게 되어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프레임에 갇힌다는 것


어쩌면 새로운 플랫폼을 갈망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패션에서 영역을 넓혀 전반적인 트렌드를 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나에게는 세 번의 전자회사와의 컨설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패션을 포함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연구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차기 모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한 컨설팅이었다. 참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기에 실물이 없는 아웃풋에 어디까지를 결과로 할 것인가는 정하기 나름 같았다.

개념적인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마켓과 디자인의 전략적인 차원에서 기획 단계를 거치게 되었다. 그들은 고민했다. 우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내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우리는 기술자도 디자이너도 아니었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었다. 실무자가 아닌 내가 바라보기에 실무자인 그들은 매우 답답해보였다. 묘하게도 1등 회사는 1등 같은 태도를 갖추었고, 2등 회사는 2등 같은 태도를 갖추었지만, 둘 다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한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매우 성실하게 그 틀을 유지하고 지켜나가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자율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관련 직종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편견에 휩싸여있었다. 새로운 시도는 경제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움직임을 함부로 할 수 없겠지.

안타까웠다.

그들의 분야는 분명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음이 분명해 보였고, 그들에겐 새로운 개념을 접할 기회가 필요해보였다. 그런데 어떤 워크샵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킨포크매거진을 포함한 다수의 매거진을 연간 구독하고 있으며, 주말이면 목공과 그 외 많은 것들을 배우러 다닌다는 것. 개인의 시간을 향유하는 것에는 그 어떤 결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인데, 어떻게 일에 있어서는 조금도 더 경험하려하지 않는 것일까. 킨포크를 보며 더 예쁜 그릇은 구매할지언정 그것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프레임에 갇힌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감각의 향유


"세상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이종간의 결합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미래의 키를 쥘 수 있다. 유형의 물건이 아닌, 무형의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해졌다. 개인의 시각과 관점이 중요해졌으며, 개별의 큐레이션이 화두가 되었다."

이 세상은 금방이라도 그간의 카테고리를 모두 흐릿하게 만들고 새로운 원더랜드(wonderland)를 만들것 처럼 느껴진다. 관련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미디어의 전문가들을 앞다투어 기존에 없던 분야들의 특성과 우리가 갖추어야 할 준비 자세를 나열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 안을 들여다보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여전히 지옥철에 몸을 싣고 출퇴근을 하며, 딱딱하고 투박한 책상 앞에 앉아 급박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이리저리 분주해야만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경계없이 즐거운 것들을 만들어내어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선두가 될 수 있을까. 결국, 퇴사하고 그간 모은 돈과 시간을 모두 투자해서 내 사업하지 않는 한 엄두도 못낼 일이라는게 '새로움'이고, '변화', '감각 혹은 감성'이라는 것들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직업적으로 그 새로움, 변화, 감각이라는 것들에 달려들어야 했기에 그에 대해 몰두하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 역시 시달리는 야근과 수직적인 조직구조, 회의를 위한 회의, 비효율적이고 오래된 업무 방식에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그저 눈 앞의 결과에만 눈이 멀어 주먹구구식으로 빨리 해치우고자하는 꼰대같은 어른들과 일하는 것은 넌덜머리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멈추고 싶었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는 일을 오래할 수 없다고 느꼈다. 내 정신과 몸이 그것을 너무도 격렬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프리랜서가 되었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갈 수록 고민의 시간도 이어졌다.






영감과 일상 사이, 그 중간 어디쯤


그렇게 완전히 일상도 아닌, 완전히 예술적인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감각이고 싶었다. 경계선을 밟고 양쪽을 다 끌어당기고 싶었다. 일상과 영감을 자유롭게 왔다갔다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하고 싶은 거였다. 그래서 취미가 아닌 취향을 다루고 싶었다.

책에 비유해본다면, 많은 각주가 달린 전문서적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누가봐도 금방 만들었을 것 같은 가벼운 책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든 관심이 있다면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기들을 채우고 싶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창의성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 개념에 몇 년을 질척거렸다. 아무것도 못했다. 오직 노트에만 수 많은 낙서들로 남았다. 그래도 끝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징글징글하게 매달려 여기에 이 글을 토해내는 오늘이 되었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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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일상 사이, 그 중간 어디쯤

아,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상상만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것을 직접 하시려는 P님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오직 노트에만 수 많은 낙서들로 남았다.

제게 아직도 인상 깊게 남은... 카페에서 노트북과 함께 있던 메모. 아마 그런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사실 저도 업무를 하면서 프레임에 갖혔다고 느끼거나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순간 진짜 아차~ 싶은 것 있죠?

근데.. 그것을 깨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스스로 인지하고 깨는 것도 쉽지 않은데...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힌트를 주어도 인지하기는 더욱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죠.

P님의 글을 읽다보니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비슷한 사례라고 우겨볼만한 사례가 있는데... Google에서 Androide OS를 내놓기 이전에 삼성에 Android OS를 들고 찾아 간 사람들이 있었죠. 삼성은 코웃음을 치며 그게 되겠냐며 거의 문전박대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모바일 폰에 대한 개념, 그리고 그들이 인지하고 있던 미래의 모습, 휴대폰 사업에서 국내외 시장에서의 자신감 등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내 몇년 후에...

뭐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Apple의 iOS와 Google의 Android 진영의 역사는 뭐 그런 비화가 있는거겠죠. 그냥 P님 글을 읽고나니... 그 사례가 생각났네요.

공감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자기의 포지션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딱 그 만큼한 하고 싶어하죠. 애써 더 나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오늘의 애플이 있었던 건 (물론 잡스) 정량적 데이터로 갖는 안심이 아니라 자기 안의 확신을 밀고 나간 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처음은 어설플지언정 한 발을 내딛고 과정속에서 완성시켜나가고 싶어요. 스팀잇을 뭔가 그런 계기를 만들어줄것 도 같은 기분좋은 예감도 드네요 :)

그 예감이 맞을겁니다. 왜냐면 저부터가 P님을 팔로우(스티밋에서의 팔로우의 의미가 아닙니다)하고 있습니다. ^^

하늘님 덕에 든든하네요!!ㅋㅋ근데 하늘님이랑 댓글달다보면 은근 수다떠는 기분들어요. 그거 아시나요.

수다 떨고 싶어서 댓글 다는거랍니다. ^^; 이런 수다가 불편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라는 개인적인 바램을 갖고는 있습니다. ^^;

전혀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하늘님과 필통님을 이 구역의 진정한 수다콤비로 인정하는 바입니다 ㅋㅋ즐거운 불금되세요 :)

국내의 대표적 전자회사들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p 님이 느끼신 답답함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오너의 결정에 묻혀 가기를 원하죠. 그러면서 스스로는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기도 하고.... 물론 '시스템' 이 중요하기는 하나, 그들이 원하는 '결과' 를 얻기 위해선 그 시스템을 버려야 할 줄도 알아야 할텐데 ㅠㅠ

하지만 저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그들의 시스템과 엘리트 의식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어쨋든 클라이언트이기에 저 역시 제가 원하는 결과보다는 그들의 의견에 많은 것들을 끼워 맞췄어요. 희한하게 너무 지쳤었는지 그 끝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네요;;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이거나 소규모로 시작한 사람들이 새로운 마켓을 만들어내면서 조금씩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바뀌어지길 바라구요 :)

언젠간 하시겠군요 ^^ 저는 필참할 건대..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런데 플랫폼을 보지 말고.. 눈덩이처럼 불려가면 어떨까요? 자꾸 문대야 불어나니까.. 일단 뭐든 연탄재 하나를 눈밭에 굴려 보는 거 말예요. ㅎㅎ

고민을 오랫동안 한 것이 오히려 발을 떼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어요. 저를 더 부추겨주세요!!!ㅎㅎ근데 똑똑하신 멀린님이 참가하신다니......!!!!!

합시다!! 당장 합시다! 한 달 안에 공고를 주세욥! 첫번째 살롱~~

시스템 안에 속해있다는 것은, 시스템 내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경계를 명확히 하고, 경계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소통의 방식 또한 규격화 되어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프레임은 정말로 프레임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프레임이 깨어지는 순간, 권한과 책임과 역할에 대한 경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은 알 수 없는 오류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고요. 물론 그러한 오류를 바라잡을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주어진다면, 마음대로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를 어렵게 보기도 한다지요.

사실 삶은 무수한 틀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요 :)

@홍보해

수직화된 조직 구조안에서 생각의 한계가 규정지어진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조직구조가 변화하길 바래요. 사실 모든 변화들은 기존의 수 많은 크고 작은 틀을 깨오면서 만들어져왔잖아요. 홍보감사해요:)

@emotionalp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qrwerq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와..... 날피님!
패션과 트렌드에 관련된 분 맞으신가요? 제가 경험한것과 너무도 비슷해 놀라워요!!
기업 컨설팅하며 느꼈던 점, 조직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할때도 또.옥. 같은 생각을 했더랬죠. 실무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저의 투입을 그저 형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같이 해볼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요?^_^)
경계에 있다는 표현도 좋고, 아우른다는 표현도 어울릴 것 같은데. 이번 포스팅 완전 섹시합니다. 허허.

아마 그들이 그들이라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게 아닐까요. 기업의 이름이 달랐을지라도 비슷한 조직구조와 틀 안에서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그들이었을 테니까요.
몽상가적P는 필통님을 포함 제 글을 읽어주시고 저의 플랫폼 이야기에 관심있어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다음챕터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기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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