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번역 연재 13회)

in #kr7 years ago

끝이 보입니다. 이번 빼고 한 번 남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직도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연재의 13회입니다. 논문 막바지입니다. 이제 1회 남았습니다. 호응이 적더라도 그냥 갑니다!

이번 7절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핵심 논점이 다뤄집니다. 2회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10회 11회 12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제가 번역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재의 첫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13회)

앨런 튜링

7. 학습하는 기계 (1/2)

독자는 내 견해를 뒷받침할 긍정적 본성을 지닌 매우 설득력 있는 논증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 게 있었다면, 내가 반대 견해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데 그렇게 애쓰지는 않았을 테니. 이제 내가 갖고 있는 증거를 제시해 보겠다.

기계는 우리가 하라고 한 것만 할 수 있다고 하는 러브레이스 백작부인Lady Lovelace의 반박으로 잠시 돌아가자. 인간은 기계에게 관념idea을 ‘주입inject’할 수 있으며, 기계는 해머로 내리친 피아노 현처럼 어느 정도 반응한 다음 고요함에 빠져들게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다른 비유는 임계 크기critical size보다 작은 원자로an atomic pile이리라. 주입된 관념은 바깥에서 원자로에 들어가는 중성자에 대응한다. 그런 각각의 중성자는 끝내는 잦아들 어떤 교란disturbance을 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용광로의 크기가 충분히 커지면, 그렇게 안으로 들어오는 중성자에 의해 야기된 교란이 점점 더 커져서 용광로 전체가 파괴되기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마음에게 이에 대응하는 현상이 있을까? 그리고 기계에게 이에 대응하는 현상이 있을까? 인간 마음에게는 그런 현상이 진짜로 있는 것 같다. 인간 마음의 대다수는 ‘임계 미만sub-critical’, 즉 앞의 유비에서 임계 규모 미만의 용광로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마음에 제시된 관념은 평균적으로 대답에 있어 하나 미만의 관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음의 자그마한 비율은 초-임계적super-critical이다. 이런 마음에 제시된 관념은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더 멀리 있는 관념들로 이루어진 ‘이론’ 전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동물의 마음은 아주 확정적으로 임계 미만인 것 같다. 이 유비를 고수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기계가 초-임계적이도록 만들어질 수 있을까?’

‘양파껍질’의 유비도 도움이 된다. 마음이나 뇌의 기능을 고려함에 있어, 우리는 순전히 기계적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연산operation을 발견한다. 이것이 진짜 마음에 대응하지는 않는다고 우리는 말한다. 이것은 진짜 마음을 찾고자 한다면 벗겨내야만 하는 껍질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남아있는 것에서 벗겨내야 할 껍질이 계속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하면, 우리는 ‘진짜’ 마음에 이르게 될까, 아니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는 껍질에 결국은 이르게 될까? 후자가 사실이라면, 마음 전체는 기계적이다. (비록 그것이 이산 상태 기계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이 점을 논한 바 있다.)

방금 전 두 문단은 설득력 있는 논증이길 바란 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을 주는 데 긴요한 설명’ 정도로 기술되어야겠다.

6절 서두에서 표현된 견해에 대해 주어질 수 있는 실제로 만족스러운 유일한 뒷받침은 20세기 말까지 기다려서 앞에서 기술한 실험을 행함으로써만 주어질 것이다. 그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실험이 성공하려면 지금 어떤 걸음을 내디뎌야만 할까?

내가 앞에서 설명했듯이, 문제는 주로 프로그래밍이다. 공학의 발전도 일어나야 할 테지만, 이 발전이 요구사항에 부적합할 것 같지도 않다. 뇌의 저장 용량 추정치는 10¹⁰에서 10¹⁵ 비트binary digits로 다양하다. 나는 더 낮은 값이라는 쪽에 마음이 끌리고, 고차원적 사고에는 뇌의 극소량만 사용된다고 믿고 있다. 뇌의 대부분은 아마 시각 인상을 보유하는 데 사용된다. 흉내 게임을 만족스럽게 해내는 데, 적어도 맹인과 대결하는 경우라면, 10⁹ 이상이 필요하다면 나는 놀랄 것이다. (주석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1판의 용량은 2 × 10⁹이다.) 10⁷의 저장 용량은 현재 기술로도 매우 실행 가능하리라. 기계의 연산 속도를 늘리는 것은 아마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신경 세포와 유사하다고 간주될 수 있는 현대 기계의 일부는 신경 세포보다 천 배 가량 빠르게 작동한다. 이것은 여러 방식으로 생겨날 수 있는 속도 손실을 덮어줄 수 있는 ‘안전 여유’를 제공하리라. 이제 우리의 문제는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기계가 흉내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찾아내는 일이다. 현재 일하는 속도로 나는 하루에 십진수 약 1000개를 프로그래밍한다. 따라서 쓰레기통에 들어갈 작업이 전혀 없다면, 약 60명이 50년 동안 꾸준히 일하면 임무를 완수하게 되리라. 뭔가 더 신속한expeditious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어른 인간 마음을 흉내 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른 인간 마음이 현재 처해 있는 상태로 이끌어 온 과정에 대해 많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세 성분에 주목할 수 있다.
(a) 마음의 초기 상태, 즉 태어날 때,
(b) 받아온 교육,
(c) 겪어왔지만 교육이라고 기술될 수 없는 다른 경험.

어른 마음을 모사하는simulate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대신, 아이 마음을 모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이것을 적합한 교육 과정에 내맡긴다면, 어른 뇌를 얻게 되리라. 추정컨대 아이 뇌는 문방구에서 사는 공책과 같은 어떤 것이다. 메커니즘은 적은 편이고, 많은 빈 종이가 있다. (메커니즘과 글쓰기는 우리 관점에서는 거의 동의어이다.) 우리의 희망은 아이 뇌에는 적은 메커니즘만 있어서 그와 같은 어떤 것이 쉽게 프로그래밍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근삿값을 내보면, 우리는 교육 작업 양이 인간 아이에게 필요한 양과 같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를 두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아이 프로그램과 교육 과정. 이 둘은 매우 가깝게 연결된 채로 있다. 우리는 첫 시도에서 좋은 아이 기계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아이 기계 하나를 가르치는 실험을 하고, 얼마나 잘 배우는지 봐야 한다. 그 다음 다른 놈을 시도해 보고, 더 나은지 못한지 봐야 한다. 이 과정과 진화 사이에는 명백한 연결이 있으며, 이렇게 동일시할 수 있다.

아이 기계의 구조 = 유전 물질
아이 기계의 변화 = 돌연변이
자연선택 = 실험자의 판단

하지만 희망컨대 이 과정이 진화보다 신속했으면 한다. 적자생존은 이점을 측정하는 데 있어 느린 방법이다. 지능을 훈련함으로써 실험자는 속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하리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실험자가 무작위 돌연변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험자가 어떤 약점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걸 개선할 그런 종류의 돌연변이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정상 아이에게 하듯 기계에게도 정확히 똑같은 가르침 과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령 기계에게는 다리가 부여되지 않을 테고, 따라서 밖에 나가 석탄 통을 채우라고 시킬 수도 없으리라. 기계는 눈이 없을 수도 있다. 설사 이런 결점들이 공학의 영리함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쳐도, 그 피조물을 학교에 보내서 다른 아이들의 과도한 놀림감이 되게 해서는 안 되리라. 그래도 교습은 받아야만 한다. 우리는 다리, 눈 등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헬렌 켈러Miss Helen Keller의 예를 보면,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교사와 학생 간에 양방향 소통이 일어날 수 있으면 교육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통상 가르침 과정의 일부로 처벌과 보상을 연상한다. 몇몇 단순한 아이 기계가 이런 종류의 원리를 바탕으로 건설되거나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처벌 신호가 발생하기 직전의 사건은 반복되지 않으려 하고, 반면 보상 신호는 그리로 이끌어 온 사건의 반복 확률을 증가시키도록, 기계가 건설되어야만 한다. 이 정의들은 기계 쪽에 어떤 느낌이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이 기계 하나로 몇 가지 실험을 해봤고, 몇 가지 일을 가르치는 데 성공했지만, 가르치는 방법이 너무 비정통적이어서 실험이 정말 성공했다고 여겨질 수 없다.

(7절 전반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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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단하세요... 어렵지만 처음부터 한번 차분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원서로 두쪽 반 정도 남았네요.
내일은 강의 때문에 어렵고, 주말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 끝난 다음에 몰아서 한 번 올리고(워낙 나눠 읽기도 어려울까봐요),
더 정리되면 해설, 주석, 자료를 담아서 포스팅하렵니다.

대단하십니다.
혹시 괴델의 불확정성 원리를 근거로 들어. 인간과 본질적으로 같은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 라고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
의견 한마디 주실수 있는지요..
늦은시간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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