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번역 연재 9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직도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연재의 9회입니다. 논문 전체의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호응이 적더라도 그냥 갑니다!

이번 6절은 아주 깁니다. 6절에는 총 9개의 예상 반박과 그에 대한 튜링의 재반론이 전개됩니다. 논문 전체 분량의 2/5정도나 됩니다. 다 읽고 나면, 이후 논의된 내용들 모두가 튜링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6절은 5번에 나누어 포스팅하겠습니다. 6절의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제가 번역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재의 첫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9회)

앨런 튜링

6. 주요 물음에 대한 반대 견해들 (2/5)

(3) 수학적 반박. 이산 상태 기계의 힘에 제한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수학적 논리의 여러 결과가 있다. 이런 결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괴델Gödel의 정리로 알려져 있다. (튜링의 주석: 이탤릭으로 된 저자의 이름은 서지사항을 참조하라.) 괴델의 정리는 그 어떤 충분히 강력한 논리 체계 안에서도, 체계 자체가 아마 모순적inconsistent이지 않다면, 그 체계 안에는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진술들이 정식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처치Church, 클리니Kleene, 로서Rosser, 튜링Turing이 입증한 어떤 점에서는 유사한 다른 결과들도 있다. 맨 마지막 결과가 고려하기에 가장 편리한데, 왜냐하면 그것은 기계를 직접 참조하고 있는 반면, 다른 것들은 비교적 간접적인 논증에서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괴델의 정리가 사용되려면, 우리는 추가로 기계의 견지에서 논리 체계를 기술할 수단과 논리 체계의 견지에서 기계를 기술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 튜링의 결과는 본질적으로 무한한 용량을 갖춘 디지털 컴퓨터라는 기계 유형을 참조하고 있다. 그 결과는 그런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 기계가 흉내 게임에서처럼 물음에 답변하도록 구비된다 해도, 틀린 대답을 내놓거나 대답하는 데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대답하는 데 실패할 물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물음은 많을 테지만, 어떤 기계가 답변하지 못하는 물음이 다른 기계에 의해 만족스럽게 답변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현재 가정하고 있는 것은, ‘피카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종류의 물음이라기보다 ‘예’나 ‘아니오’ 같은 답이 적합한 종류의 물음이다. ‘...와 같이 맞춰진 기계를 생각하자. 이 기계가 어떤 물음에 과연 ‘예’라고 답하게 될까?’ 같은 유형의 물음은 기계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말줄임표 부분은 표준 형식을 띤 기계에 대한 기술記述로 대체될 수 있을 텐데, 그것은 5절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어떤 것일 수 있으리라. 기술된 기계가 심문 중에 있는 기계와 비교적 단순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는, 답이 틀릴지 아니면 앞으로도 주어지지 않을지 입증될 수 있다. 이것이 수학적 결과이다. 즉, 인간 지성이라면 휘둘리지 않을 기계의 결함disability이 증명되었다는 논증이다.

이 논증에 대한 짧은 답변은 이렇다. 어떤 특정 기계의 힘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해도, 그건 아무런 종류의 증명도 하지 않은 채 인간 지성에는 그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진술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견해가 그렇게 가볍게 기각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계 중 하나가 적절하게 비판적인 물음을 받고서 명확한 답을 내놓을 때마다, 우리는 이 답이 틀렸다는 걸 아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우월감을 준다. 이 느낌은 착각일까? 아니, 분명코 아주 진짜이다. 하지만 나는 이 느낌을 너무 중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도 물음에 대해 종종 틀린 답을 하기 때문에, 기계 쪽에 틀릴 가능성의 증거가 있다고 해서 그렇게 기뻐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우리가 우월성을 느낄 수 있는 건 우리가 작은 승리를 거둔 특정한 기계와 관련된 그런 상황에서일 뿐이다. 모든 기계에게 동시에 승리할 여지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요컨대, 어떤 주어진 기계보다 똑똑한 인간이 있을 테지만, 그렇다면 다른 더 똑똑한 기계가 있을 테고, 이런 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 생각에, 수학적 논증을 지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토론의 기초로서 흉내 게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앞선 두 반박을 믿는 이들은 아마 그 어떤 기준에도 관심이 없으리라.

(4) 의식에 바탕을 둔 논증. 이 논증은 제퍼슨 교수Professor Jefferson의 1949년 리스터 강연Lister Oration에서 아주 잘 표현되었는데, 거기에서 인용한다. “기계가 기호들symbols의 우연 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각이나 느낀 감정 때문에 소네트를 짓고 콘체르토를 작곡할 수 있어야, 우리는 기계가 뇌에 필적한다는 데 — 말하자면, 단지 쓸 뿐 아니라 자기가 그걸 썼다는 걸 안다는 데 동의할 수 있으리라. 그 어떤 기계장치도 성공에 대해 기쁨을, 밸브가 녹을 때 슬픔을, 아첨에 감동을, 실수에 비참해짐을, 이성에게 매력을,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화나 우울함을 (단지 인공적으로 신호를 내는 게 아니라, 이건 손쉬운 발명이니까) 실제로 느낄 수 없다.”

이 논증은 우리 검사의 타당성에 대한 부인이라고 보인다. 이 견해의 가장 극단적 형식에 따르면, 어떤 기계가 생각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계가 되어be the machine 스스로가 생각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느낌들을 기술해서 세계에 내보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물론 누구의 주목도 끌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견해에 따르면 어떤 인간이 생각한다는 걸 아는 유일한 길은 그 특정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건 사실상 유아론적 관점이다. 그걸 견지하는 게 가장 논리적인 견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생각들ideas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A는 ‘A는 생각하지만 B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믿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B도 ‘B는 생각하지만 A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믿을 수 있다. 이 논점에 대해 계속해서 논쟁하는 대신, 모든 사람은 생각한다는 점잖은 관행polite convention을 따르는 게 보통이다.

나는 제퍼슨 교수가 극단적이고 유아론적인 관점을 채택하길 바라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마 제퍼슨 교수는 흉내 게임을 검사로서 아주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참가자 B가 빠진) 게임은, 누군가가 정말로 어떤 걸 이해하는지 아니면 ‘앵무새처럼 외우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두시험viva voce이라는 이름으로 실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런 구두시험의 일부에 귀 기울여 보자.

  • 심문자: ‘당신을 여름날과 비교해도 될까요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라고 읽히는 당신 소네트의 첫 줄에서 ‘봄날’도 마찬가지로 좋거나 더 낫지 않을까요?
  • 증인: 운韻이 맞지 않을 텐데요.
  • 심문자: ‘겨울날’은 어때요. 그건 운이 맞을 테니까요.
    증인: 운은 맞아요. 하지만 누구라도 겨울날과 비교되고 싶진 않을 거예요.
  • 심문자: 픽윅 씨Mr. Pickwick는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하지 않을까요?
  • 증인: 어떤 점에서는요.
  • 심문자: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겨울날이에요. 그리고 픽윅 씨가 그런 비교를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 증인: 당신이 진지하게 말한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겨울날이라는 말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기보다는 전형적인 겨울날을 뜻하니까요.

등등. 소네트를 짓는 기계가 구두시험에서 이렇게 답할 수 있다면 제퍼슨 교수는 무슨 말을 할까? 제퍼슨 교수가 이 답변을 기계가 ‘단지 인공적으로 신호를 내는 것’이라고 여길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위 구절에서처럼 답변이 만족스럽고 한결같다면 제퍼슨 교수가 기계를 ‘손쉬운 발명품’이라고 기술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표현을 한 의도는 누군가가 소네트를 읽는 걸 녹음해 놓고 때때로 적절히 스위치로 틀어주는 기계를 포함하는 그런 장치를 포괄하기 위해서이다.

요컨대 그렇다면 나는 의식에 바탕을 둔 논증을 지지하는 사람 거의 대부분은 유아론적 입장에 몰리기보다는 그 논증을 포기하도록 설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마 우리 검사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의식에 아무런 신비도 없다고 내가 생각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 가령 의식에 장소를 부여하려는localise 시도와 연관된 얼마간의 역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 논문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물음에 답할 수 있기 전에 이 신비가 반드시 풀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5) 다양한 결함에 바탕을 둔 논증. 이 논증은 다음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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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스쳐지나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 담주 중 하루 날을 잡고 한 번 더 꼼꼼히 쭉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

답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서 하고 있고요,
연재가 끝나면 다듬어서 한 편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읽는 건 그 때 읽어도 됩니다(만 보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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