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번역 연재 10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직도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연재의 10회입니다. 논문 전체의 반을 훨씬 넘었습니다. 호응이 적더라도 그냥 갑니다!

이번 6절은 아주 깁니다. 6절에는 총 9개의 예상 반박과 그에 대한 튜링의 재반론이 전개됩니다. 논문 전체 분량의 2/5정도나 됩니다. 다 읽고 나면, 이후 논의된 내용들 모두가 튜링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6절은 5번에 나누어 포스팅하겠습니다. 6절의 세 번째 포스팅입니다.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제가 번역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재의 첫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10회)

앨런 튜링

6. 주요 물음에 대한 반대 견해들 (3/5)

(5) 다양한 결함에 바탕을 둔 논증. 이 논증은 다음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신이 언급한 모든 걸 하는 기계를 당신이 만들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기계가 X를 하게 만들 수는 없을 거다.” 이와 관련해서 X의 수많은 특성들이 제안된다. 몇 개 골라보면 이렇다:

친절함, 기지가 풍부함, 아름다움, 다정함(p. 448), 진취적임, 유머 감각이 있음,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함, 실수를 함(p. 448), 사랑에 빠짐, 딸기와 크림을 즐김(p. 448), 누군가를 사랑에 빠지게 만듦, 경험에서 배움(pp. 456f.), 낱말을 적절하게 사용함, 자기 생각의 주체the subject of its own thought임(p. 449), 인간만큼 다양한 행동을 함, 진짜 새로운 걸 함(p. 450). (이 결함 중 몇몇은 쪽수를 표시해서 특별히 고려하게 했다.) [역주 – 원문의 쪽수들임]



보통 이 진술들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내 생각엔, 이 진술들은 대부분 과학적 귀납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한 사람은 평생 동안 수천 개의 기계를 본다. 그 사람은 자기가 기계에서 본 것으로부터 많은 일반적 결론들을 끌어낸다. 기계는 보기 흉하다, 각 기계는 아주 제한된 목적을 위해 고안되어 있으며, 약간이라도 다른 목적에는 쓸모가 없다, 어느 한 기계의 행동의 여지는 아주 작다, 등등. 그 사람은 이 결론들이 기계 일반의 필연적 특성이라고 자연스럽게 결론 내린다. 이 제한 중 다수는 대부분의 기계가 저장 용량이 매우 작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 (저장 용량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떤 식으로건 확장되어 이산 상태 기계가 아닌 다른 기계를 포괄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논의에서 수학적 정확성이 요구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몇 년 전, 디지털 컴퓨터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때, 그것의 건설에 대해 기술하지 않고서 그것의 특성들을 언급했다면, 그에 관해 많은 의구심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 그것도 과학적 귀납의 원리를 비슷하게 적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물론 이런 원리의 적용은 대개 무의식적이다. 불에 덴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고 불을 피하면서 불을 무서워한다는 걸 드러낼 때, 나는 그 아이가 과학적 귀납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나는 아이의 행동을 많은 다른 방식으로 기술할 수도 있으리라.) 인류의 일과 관습은 과학적 귀납을 적용하기에 그다지 적당한 재료는 아닌 것 같다. 믿을 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시공간의 매우 광범위한 부분을 조사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우리는 (대부분의 영국 아이들이 하듯이) 누구나 영어로 말하고 프랑스어를 배우는 건 어리석다고 결정하게 되리라.

그렇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많은 결함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점들이 있다. 딸기와 크림을 즐기지 못한다는 점은 독자에게 하찮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기계가 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도록 만드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게 하려는 시도는 바보짓이리라. 이 결함에서 중요한 점은 그것이 몇몇 다른 결함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그런 결함은 백인과 백인 사이, 또는 흑인과 흑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다정함이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일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기계는 실수할 수 없다”는 주장은 별나 보인다. “그게 뭐 잘못이라도 되나요?”라고 대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정말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자. 나는 이 비평이 흉내 게임의 견지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장되는 바는, 많은 산수 문제를 내기만 하면 심문자가 기계와 인간을 구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기계는 끔찍할 정도로 정확하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리라. 이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흉내 게임을 하도록 프로그램된) 기계는 산수 문제에 옳은 답을 내려 하지 않으리라. 기계는 심문자를 혼란시키게 계산된 방식으로 일부러 실수를 내놓으리라. 아마 기계적 결함이 드러나는 건 어떤 종류의 실수가 산수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부적절한 결정 때문이리라. 비평에 대한 이 해석조차도 충분히 호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더 파고들 지면 여유가 없다. 내가 보기에 이 비평은 두 종류의 실수를 혼동하는 데 의거한다. 각각 ‘기능의 오류’와 ‘결론의 오류’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기능의 오류는 기계가 고안된 것과 다르게 행동하게 만드는 기계적 또는 전기적 결함 때문에 생긴다. 철학적 논의에서는 그런 오류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그 경우엔 ‘추상적인 기계’를 논의하게 된다. 이 추상적인 기계는 물리적 대상이라기보다는 수학적 허구이다. 정의상, 추상적인 기계는 기능의 오류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기계는 결코 실수할 수 없다’는 맞는 말을 할 수 있다. 결론의 오류는 기계에서 나온 출력 신호에 어떤 의미가 붙을 때만 일어날 수 있다. 가령 기계는 수학 방정식이나 영어 문장을 타자로 칠 수 있다. 틀린 문장이 찍힐 때 우리는 기계가 결론의 오류를 범했다고 말한다. 기계가 이런 종류의 실수를 할 수 없다고 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건 명백하다. 기계가 반복해서 ‘0 = 1’이라고 타자 치기만 할지도 모른다. 덜 변태인 예를 들면, 기계가 과학적 귀납에 의해 결론을 끌어낼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방법이 종종 오류인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해야만 한다.

기계는 자기 생각의 주체subject일 수 없다는 주장은 물론 기계가 어떤 주제subject matter가 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될 수 있을 때만 답변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기계의 연산의 주제’는 적어도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에겐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령 기계가 x² - 40x – 11 = 0이라는 방정식의 해를 찾으려 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방정식을 그 당시 기계의 주제의 일부라고 기술하고 싶어질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의미에서 기계는 분명코 자신의 주제subject matter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거들거나 자신의 구조 변화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자기 행동의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그것은 어떤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자기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다. 이는 유토피아적 꿈이라기보다는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이다.

기계가 많은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비평은 기계가 많은 저장 용량을 가질 수 없다는 걸 표현하는 한 방식일 뿐이다. 극히 최근까지 천 자릿수a thousand digits의 저장 용량조차 아주 드물었다.

우리가 여기에서 고려하고 있는 비평들은 종종 의식에 바탕을 둔 논증의 위장된 형식이다. 보통 기계가 이것들 중 하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기계가 사용할 수 있을 방법의 종류를 기술하더라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 방법은 (뭐가 됐건, 기계론적일 것이 틀림없기에) 실제로 다소 저급하다base고 여겨진다. (4)에서 인용된 제퍼슨 교수의 진술에 있는 괄호 속 표현과 비교하라.

(6) 러브레이스 백작부인Lady Lovelace의 반박.

(계속)

Sort:  

t3ran13님이 armdown님을 멘션하셨습니다. 아래에서 확인해볼까요? ^^
[The Alternative STEEM TOPs, 11.03.2018 GMT] Top Of The Pop [Newbies]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6
JST 0.030
BTC 65970.60
ETH 2685.59
USDT 1.00
SBD 2.86